메뉴 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
  • 검색

상세검색

디렉토리검색
검색어
시기
-
원수를 갚은 호랑이
노상추가 사는 선산에서 큰 소동이 벌어졌다. 웅곡면(熊谷面) 일촌(一村)에 사는 남 씨 일가와 심 씨 일가가 호환(虎患)을 입었다는 소식이 선산 일대에 쫙 퍼졌다. 노상추도 전해 들은 이 소식의 전말은 다음과 같았다. 남 씨네 집 아들과 심 씨네 집 아들은 어느 날 뒷산에 갔다가 호랑이와 마주쳤다. 호랑이는 새끼 네 마리를 데리고 있었기 때문인지 매우 예민했다. 두 사람은 포효하는 호랑이로부터 달아나면서 새끼 네 마리를 모두 죽였다. 큰 호랑이는 죽이지 못했지만, 마을에서는 두 사람이 돌아온 것이 천행이라며 모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불행은 거기서부터 시작되었다. 호랑이로부터 달아난 날로부터 나흘 후, 호랑이가 남 씨‧심 씨네 집이 있는 마을로 내려왔다. 호랑이는 먼저 심 씨의 집에 들어가 외양간에 묶여 있던 큰 소를 죽였다. 그리고 죽인 소를 먹는 대신 온 집안을 들쑤시며 간장 항아리와 가마솥 등의 물건을 모두 깨부쉈다. 그 뒤에는 남 씨의 집으로 가서 안방에 있던 남 씨의 처와 며느리, 딸 두 명과 아들 한 명을 물어 죽였다. 그리고 근처에 있던 승려 한 명과 호랑이를 죽이러 온 포수 한 명을 죽였다.
이 모든 일을 한 다음 호랑이는 남 씨의 집 방에 들어가 누운 채 나오지 않았다. 소와 사람들을 물어 죽이기는 했으나 먹지 않은 점은 호랑이의 행동이 결코 배가 고파서가 아니었음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마치 죽음을 기다리듯 방에 누워 있었다는 점이 기이했다. 결국, 관에서는 별포수(別砲手)를 파견하여 호랑이를 쏘아 죽였다. 잡은 호랑이의 크기는 턱밑 길이가 세 뼘 반에 달할 만큼 거대했다.

닫기
닫기
관련목록
시기 동일시기 이야기소재 장소 출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