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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가 모자라 일기를 쓰지 못하다
1621년 8월 21일, 일기는 장흥효에게 있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성찰의 기회가 될 수 있는 자신만의 공간이었다. 그의 일기는 다른 어떤 것에도 구애되지 않으면서 자기가 추구한 성리학적인 삶을 완성하는 하나의 경전과도 같았다. 공자의 논어와 맹자의 맹자, 주자의 사서집주(集註)가 있다면 장흥효에게는 일기가 있었다. 그만큼 그에게는 어떠한 것보다도 소중한 보물이었다.

그런데 종이가 모자랐다. 일기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기록할 종이가 공급되어야 했다. 물론 제자들이 공부를 배우는 대가로 종이를 가져오기도 하였고 친지들이나 아는 관원들이 종이를 지급해 주기도 하였다. 유력 양반이라면 사찰에서 질 좋은 종이를 공급받을 수 있었지만, 장흥효의 형평상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

결국 종이가 모자라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장흥효는 심지어 20여 일 동안 종이가 없는 상태로 일기를 작성하기도 했다. 그러한 날이면 그는 날짜, 간지, 날씨만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래야 어찌 되었든 일기를 이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천신만고 끝에 종이를 구했지만 문제는 모두 다 기록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있었다. 너무 오래되어 기억이 나지 않았다. 매일매일 쓰지 않으면 기억이 사라지는 나이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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