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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밥을 내놓으시오! - 모임 결석의 벌칙은 한 턱 내기
1604년 4월 8일, 오늘은 김령의 선친의 생신날이다. 옛날 일을 생각하니 김령은 느꺼움과 사모하는 마음을 이길 수 없었다. 밥을 먹은 뒤 계화가 보러 왔는데, 오천(烏川)구담(九潭)의 일가 친족들이 일제히 경망 어른의 집에 이르렀다고 한다.

대개 임인년(1602) 봄에 통문을 내어 모이기로 한 것은 마침 일이 생겨서 성사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당시 경망 어른은 먼 곳에 있어서 자세한 소식을 듣지 못한 채로 봉정사(鳳停寺)의 모임에 갔다가 헛걸음을 하고 비만 맞아 행색이 몹시 딱했다. 계묘년(1603) 봄의 모임도 역시 전년과 같이 헛걸음할까봐 아예 가지도 않고 글로도 알리지 않았다. 이에 친족들이 모여 경망 어른을 제마수(齊馬首)로 처벌하기로 결정하고, 모임 날짜는 그 해 4월로 정했다. 그러나 그 역시 미루어지게 되어 이루어지지 못하게 되었다. 이에 금년 봄에 만날 때 다시 같은 벌칙을 주기로 하고 오늘로 날짜를 결정했으나, 경망 어른이 지난해 약속한 날에 술을 빚어 준비하고 있었는데, 결국 아무도 오지 않았다. 금년에도 지난해와 같으리라고 여기고 전혀 생각지도 않고 있었는데, 여러 사람이 일시에 말고삐를 나란히 하여 들이닥친 것이다.

온 집안이 창졸간에 당한 일이라 어찌할 바를 몰라 국수를 밀고 술을 거르느라 형편이 매우 바쁘고 절박하였다. 김령도 늦게 당도하여 벌 받을까 두려워 찰방과 바삐 갔더니, 판사·생원 두 형 및 이계(伊溪)득연(得硏) 어른, 광하·광실·서숙 등이 와 있었고 의정(義精)은 일 때문에 오지 않았다. 김령은 처음으로 변경회(邊慶會)씨를 가서 보았다. 그의 부인이 김령의 표매(表妹)이기 때문이었다. 오후에 경망 어른이 쌍벽당(雙碧堂)에 술자리를 마련했는데, 박윤보(朴潤甫)직장(直長) 변경회(邊慶會), 김이화(金而和) 등 모두가 자리에 있었다. 저녁에 여러 손님들이 돌아가고 우리 일가친지들은 모두 취했다. 술잔을 들고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이계 어른이 칠언 절구를 읊조리자 모두가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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