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
페이스북PDF
콘퍼런스 학생 취재

K - 판타지의 매력을 이야기하다.

이지원 · 신솔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도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영화 ‘신과 함께’, ‘전우치’, 웹툰 ‘창궐’.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한국형 소재와 정서를 담은 판타지물이라는 점이다. 이렇듯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한국형 판타지물의 매력은 무엇일까?
10월 6일,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에서 ‘상상력의 닫힘과 열림, 한국형 판타지를 말하다’를 주제로 작가들의 발표와, 한국학을 연구하는 패널들과의 토론회가 진행되었다. ‘한국형 판타지’를 주제로 한 2018 전통문화 창작 콘퍼런스는 콘텐츠로 가공할 수 있는 전통 창작 소재의 전망과 활용 가능성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전통문화라는 소재 때문에 지루하고 어려울 거라 생각했던 예상과 달리, 사회자와 패널들의 재치있는 입담들이 이어지고 마냥 무겁지 않은 즐겁고 유익한 콘퍼런스였다. 듣기만 해도 설레고 기대되는 ‘판타지’에 대해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을까. 학생기자로 참관하게 된 우리 기자들과 함께 콘퍼런스 행사장을 들여다 보자.


상상력의 닫힘과 열림, 한국형 판타지를 말하다


콘퍼런스는 가을을 재촉하는 궂은 비가 내리는 10월 6일 토요일 오후,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에서 개최되었다. 콘퍼런스의 첫 시작은 한국국학진흥원 김상준 부원장의 환영사로 시작되었다. 궂은 날씨에도 함께 해주신 참석자분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하였으며, 이 자리가 단순한 담론의 장을 넘어 한국 전통문화의 다양한 가치를 공유하고 한국문화사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실질적 연대의 장이 되길 바란다는 말씀이 있었다. 왠지 모를 사명감이 느껴지는 환영사였다.

두 개의 세션 두 개의 주제로 구성된 본격적인 콘퍼런스의 자리는 이야기창작자 커뮤니티 ‘안전가옥’의 대표 김홍익 씨가 사회를 맡았는데, 사회자가 바뀌자 마자 분위기가 완전히 180도 바뀌는 느낌이었다. 격식차린 행사장 분위기에서 풀려나와 자유로운 상상력의 세계가 열리는 듯한 느낌이라고나 해야 할까. 인기 소설가인 진산 작가와 곽재식 작가, 웹툰작가인 돌배작가와 김나임 작가와 함께 객석을 가득 메운 창작자들이 함께 한바탕 축제를 벌이는 듯한 시간들이 이어졌다. 대강당은 청중들의 웃음소리와 집중된 분위기로 가득했다.


사회를 맡은 안전가옥의 김홍익 대표


다채로운 모습을 지닌 K-판타지, 소모적인 논쟁은 이제 그만!


흔히들 작가라고 하면 틀에 박히지 않은 신선함을 가진 존재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과연 진산 작가는 그런 분이었다. 그렇지만, 굉장히 논리적인 근거를 갖고 한국형 판타지란 무엇인가에 대해 접근하는 전문성이 느껴졌다. 진산 작가의 발표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최근 인기를 누리고 있는 K-팝, K-뷰티 등과 마찬가지로 한국형 판타지에 K-판타지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는 점이다.

진산 작가는 ‘홍엽만리’, ‘대사형’, ‘사천당문’ 등의 작품을 내며 30년에 걸쳐 국내 최초여성무협작가이자 무협 이외에도 동양 판타지 소설 ‘가스라기’, 로맨스 ‘커튼콜’, 무속 판타지 ‘바리전쟁’ 등 다양한 장르문학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그간 한국적 판타지에 대한 역사적 논쟁이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에 대해 진산 작가는 소개해주었다. 한국 사람이 쓴 판타지라면 한국적 판타지인지, 한국적 소재를 활용해야 한국적판타지인지 작가들 사이에서 많은 논쟁이 있었다고 한다. 진산작가는 “이에 대한 명확한 답을 찾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판타지를 통해 말하려는 핵심 이야기가 무엇인가”라는 의견을 피력하였다.

이 논쟁은 아직 한국형 판타지에 대한 명확한 규명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곽재식 작가 역시 “한국적인 괴물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하자면 본래 굉장히 다양하다는 것이 특징”이지만, “일제시대, 근대화, 현대 대중문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범위가 좁아졌다”고 아쉬움을 표명했다. 또한 한국의 괴물이 아닌 중국ㆍ일본의 괴물이 한국의 괴물처럼 여겨지는 경우도 있지만, 무엇이 한국적 괴물인지 아닌지를 논쟁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괴물이든 판타지 소재를 활용해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한국형 판타지’를 주제로 발표하는 (상)진산작가와 (하)곽재식작가


‘고증’에 관한 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역사 드라마나 역사 영화가 인기를 끌게 되면 빠짐없이 등장하는 것이 고증의 문제이다. 옷이나 생활풍습이 시대적 배경과 맞지 않는다던가, 건축물들이 우리나라 전통적인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든가 하는 문제들이 제기되어 왔다. 이번 콘퍼런스에서 흥미로웠던 내용은 웹툰 ‘계룡선녀전’의 작가인 돌배 작가가 공개한 ‘역사소재 웹툰을 창작할 때 기준으로 삼는 단계’이다.

고증의 5단계는 복식, 건축, 도량형, 경제, 언어의 순서로 진행되는데, 이 중에서 돌배작가는 언어는 제외하고 있다면서 앞의 4단계를 지키면 작품 내에서의 객관성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패널로 참여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양창진 연구원은 이에 대해 “판타지라는 장르 자체가 현실을 왜곡하는 것이기에, 고증은 재미를 주는 장치가 될 수 있지만 고증 자체에 집중하는 것은 너무 앞서나가는 것이다”라는 조언을 덧붙였다. 판타지에 있어서 고증은 재미를 주는 선에서 활용되어야지, 너무 지나치면 상상력의 무한한 열림을 닫아버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웹툰 ‘계룡선녀전’의 돌배작가


흥미로운 전통소재, 자유롭게 찾아볼 수 있다고?


그렇다면 창작자들은 전통 창작물의 소재를 어디서 찾고 있을까? 김나임 작가는 웹툰 ‘바리공주’의 이야기 소재를 책, 논문, 사극에서 참고하고 있다고 했다. 그렇지만 직접 체험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며 무당을 주인공으로 하는 ‘바리공주’의 창작을 위해 실제로 무당을 찾아가 신점(神占)을 본 적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토론에 참가한 한국고전번역원의 박지애 연구원, 한국국학진흥원의 정영미 연구원은 창작자들의 상상력에 힘을 불어넣을 수 있는 전통 이야기 소재를 자유롭게 얻을 수 있는 다양한 검색서비스를 소개하였다. 각 기관에서는 한국적 자료 찾기에 능숙하지 못한 일반인들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한국고전번역원에서는 전쟁, 야담 등의 이야기들을 자료집으로 만들어 PDF로 제공하고 있으며, 한국국학진흥원 스토리테마파크에서는 선조들의 일기류와 다양한 실생활 기록들을 키워드별로 볼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었다. 발표자로 참가한 돌배 작가와 김나임 작가도 많은 관심을 표명하였고, 심지어 기관으로 찾아가도 되겠냐는 질문을 던지기도 하였는데, 실제로 찾아가면 반갑게 맞아주실 것 같은 훈훈한 분위기였다.


참여 작가 인터뷰 - 곽재식 작가 · 돌배 작가


행사가 모두 끝나고 우리 기자들은 조금 더 가까이에서 작가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기에 두 분의 작가님과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네 분의 작가분을 모두 만나고 싶었지만, 한국의 ‘괴물이야기’들을 수집해온 소설가 곽재식 작가와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웹툰 ‘계룡 선녀전’의 돌배 작가를 모시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많은 시간이 주어지지 않은 관계로 짧게 일문 일답으로 인터뷰는 진행되었다.


과학자인 동시에 괴물 수집가, 그리고 다양한 장르의 소설가이기도 한 곽재식 작가님에게 소설은 어떤 의미인가요?


한국의 괴물이야기는 원래 소설을 쓰기 위해서 조사한 자료인데, 그 내용을 여러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서 블로그에 올리고 있는 거예요. 과학자라는 것이 유별난 경력도 아닙니다. 많은 소설가가 겸업하고 있고, 저 또한 과학자로서 소설가 외의 직장생활을 하는 것 뿐예요. 그런 의미에서 소설은 제게 단순한 취미 이상의 즐거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작가님의 블로그에 있는 ‘한국 괴물이야기’를 보고 굉장히 색다르고 신선하다고 느꼈습니다. 한국 괴물의 매력을 소개하자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크게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해요. 우선, 대중들이 많이 접하지 않는 소재다 보니 신선합니다. 그리고 생동감이 있어요. 제가 한국인이기 때문에 한국적인 이야기가 더 많이 와닿고 집필할 때도 재미있어요. 예를 들어 궁궐에 갔을 때 세종대왕이 등장하는 일화를 떠올리면 눈앞에 생생하잖아요.


한국형 판타지에 관심을 가지는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많이 사랑해주세요! 그 외에 특별히 바라는 점은 없습니다. 다만 저작권에는 신경 써달라는 부탁을 드리고 싶어요. 제 작품 외에도 많은 작품에는 작가들의 노력이 들어가 있으니, 정당한 방법으로 즐겨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돌배 작가님의 작품 중 [샌프란시스코 화랑관]과 [헤어진 다음 날, 달리기] 두 작품이 ‘운동’과 ‘힐링’을 주요 소재로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직접 겪은 경험과 관심사를 웹툰의 소재로 주로 사용하는 편이에요. 두 작품은 각각 개인적으로 태권도를 많이 좋아했던 것과 최근 관심사가 마라톤이기 때문에 구상했습니다. 일기 쓰듯이 관심사를 다루었을 뿐이지 힐링을 의도하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저는 열혈 스포츠 물을 생각하고 최대한 다이나믹하게 그렸는데, 독자들께서 잔잔한 그림체 덕분에 힐링 된다고 말해주셔서 놀랐습니다. 그래도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돌배 작가


웹툰 ‘계룡선녀전’이 전래동화 ‘선녀와 나무꾼’을 재해석해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이렇게 옛날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을 때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옛날이야기가 작가들에게 좋은 소재인 이유는 스토리에 대한 부연설명이 필요 없어 독자들에게 다가가기 쉽기 때문입니다. [계룡선녀전]의 경우에는 [선녀와 나무꾼]이야기를 각색했기 때문에 웹툰 배경을 설명하지 않아도 되었고, 독자들도 쉽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어요. 옛날이야기들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소재라 관심을 받기도 쉬워요. 익숙함에서 오는 신선함이 전통 이야기만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까지 마치고 나니 조금은 긴장했던 학생 기자의 임무가 마무리되는 듯 하여 홀가분한 기분이 들었다. 하루의 취재를 되짚어 보니 다음과 같은 생각으로 정리될 수 있을 듯 하다. 다른 문학들도 그런 면이 있겠지만, 판타지의 매력요소는 매우 다양하다. 완성된 스토리 자체에 주목하는 것과 함께 창작에서 작가가 설정한 배경과 상상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는 것 등. 판타지의 매력요소들이 다양한 만큼이나 즐기는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적인 전통문화를 통해 탄생한 K-판타지는 설정과 배경의 익숙함이나 작가의 독특한 해석에서 얻을 수 있는 색다른 매력을 선사할 것이다.


취재를 마치며 역사소재 전문기관에서 준비한 다양한 전통소재들이 무한한 상상력을 가진 작가님들과의 만남을 통해 마음껏 사용되고, 글로벌 콘텐츠로서의 K-판타지가 우뚝 서는 날을 기대해 본다.





집필자 소개

이지원 신솔
학생기자 : 이지원(협성대학교 미디어영상광고학과)
학생기자 : 신솔(협성대학교 금융세무학과)


닫기
닫기
관련목록
시기 동일시기 이야기소재 장소 출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