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 스토리이슈에서는 조선판 인증 샷, 계회도(契會圖)에 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계회도는 소중한 사람들과의 특별한 만남을 기억하고 간직하기 위해 그린 그림으로 사진기가 없던 시절에 남겨진 기록 사진과도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선인들의 모임을 기념하여 제작된 계회도에 관해 한국국학진흥원 김형수 선생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계회도는 선인들이 가족, 친구, 동료 등의 특별한 만남의 순간을 기념하고, 간직하기 위해 제작한 그림입니다. 사람과의 관계와 인연을 중요하게 여겼던 선비들은 그 마음을 계회도에 담았고, 참석한 사람의 수만큼 그려서 한 장씩 나누어 가지며 소중한 만남을 길이 기억하고자 했습니다. 계회도는 시(詩)‧서(書)‧화(畵)가 종합적으로 표현된 것으로 선인의 아취와 풍류를 엿 볼 수 있는 그림이라고 할 있습니다.
계회도는 일정한 형식을 갖춘 두루마리 형태의 계축(契軸)이나 책자 형태의 계첩(契牒)으로 그 기록이 전하고 있습니다. 계축의 경우에는 계회의 명칭을 맨 위에 적고 중간에 계회 장면을 그린 기록화를 배치하고, 그 아래에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의 인적사항인 좌목(座目)을 적습니다. 좌목은 관직의 서열 혹은 나이순으로 품계‧관직‧자‧호‧이름‧생년‧본관 등을 적었습니다. 계첩의 경우는 책 표지에 제목을 붙이고, 그림을 그리고 그 뒷면에 참석자들의 인적사항을 기록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부장계회도(部將契會圖)>, 1586년, 107.5×67, 한국국학진흥원 소장(기탁:야성정씨 참판공 종택)
1586년(선조 19) 5위(衛)의 부장으로 취임하였던 장수들이 작성한 계회도.
<보첩(寶帖)>, 1654년, 35.7×19.0, 한국국학진흥원 소장(기탁 : 광산김씨 설월당 종택)
1654년(효종 5) 9월 6일에 활인서별제(活人署別提) 안홍정(安弘靖), 사복시주부(司僕寺主簿) 채이항(蔡以恒),
진사(進士) 김총(金璁) 등 영남 출신의 선비 26명이 삼청동에 모여 연회하는 모습을 그린 계회도.
계는 ‘묶다’, ‘맺다’ 등의 뜻의 한자 계(契) 혹은 재원을 가지는 모임을 뜻하는 계(稧)라는 한자로 씁니다. 한자의 뜻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선인들은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자리매김과 조화로운 삶을 중시하였습니다. 즐거운 일이 있거나 어려움이 닥쳤을 때 계(契)를 통해 기쁨을 나누고 어려움을 함께 해결해 나갔습니다. 신라시대부터 모임은 구성원들의 상호부조, 친목 혹은 공동의 이익 등의 다양한 목적과 이유로 만들어 졌습니다. 우의를 도모하고 서로 돕는다는 차원을 넘어 선현의 문집을 발간하고, 추모 공간을 건립하기 위해서 제자들을 조금씩 정성을 모이기도 하였습니다. 계는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모임의 목적과 취지에 따른 규약을 만들어 운영되었습니다.
<광신김씨록(光山金氏錄)>, 1635년, 26.0×24.4, 한국국학진흥원 소장(기탁:광산김씨 긍구당종택)
1635년(인조13) 광산김씨 문중에서 결성한 화수회 계안.
적서(嫡庶)를 가리지 않고 일족이 모임으로 거주지와 관직, 당호 등과 규칙인 입약이 수록되어 있다.
계모임의 유형은 대체로 네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일가친척들이 모여서 결속을 도모하고 길흉사에 상부상조하기 위해서 조직한 족계(族栔), 스승과 선현의 학덕을 추모하는 학계(學契), 관직생활에서 고락을 함께한 것을 기념하는 관계(官契), 벗이나 친한 사람들이 모여서 조직한 친목계(親睦契)입니다.
<호조낭관계회도(戶曹郎官契會圖)>, 1550년, 121.0×59.0,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호구(好逑), 공부(貢賦), 전량(錢糧), 식화(食貨)에 관한 일을 담당했던 호조의 정랑(正郎), 좌랑(佐郞)
낭관들의 모임을 그린 것이다. 삼각산 아래 위치한 관청 내부의 모임 풍경이다.
모임은 대체로 아름다운 풍광을 즐길 수 있는 정자나 서원, 사찰 등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지금도 봄‧가을이면 다양한 모임이나 단체들도 야외로 나들이를 많이 가는데요, 옛 선인들도 풍광이 아름다운 봄이나 가을에 계회를 자주 개최했습니다. 계회는 지금의 총무라고 볼 수 있는 유사가 사회를 보며,약 3~4시간 정도 진행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또 모임에서는 술과 음식을 함께 나누며 시를 읊고 풍악을 울리며 풍류를 더했습니다.
대표적인 계로는 1478년(성종 9)에 시작되어 지금까지 535년 동안 이어져 오는 우향계(友鄕契)가 있습니다. 우향계는 안동의 고성이씨‧안동권씨‧흥해배씨‧안강노씨 등 5개 성씨 가문의 50세에서 60세에 이르는 13명이 참여한 계모임이었습니다. 또, 나이가 비슷한 친구들의 친목도모를 위한 또 다른 계모임으로 임계계회(壬癸契會)가가 있습니다. 임계계회는 1613년(광해군 5)에 임자년(1552)과 계축년(1553)생의 선비 11명이 안동 학가산 광흥사(廣興寺)에서 가진 모임으로 400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후손들에 의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임계계회지도(壬癸契會之圖)>, 1613년, 165×65.5, 한국국학진흥원 소장(기탁:도계서원)
1613년(광해군 5) 9월 안동에 사는 임자년(1552)과 계축년(1553) 생인 11명의 선비가
안동의 광흥사에서 가진 계모임을 기념한 그림이다.
시기 | 동일시기 이야기소재 | 장소 | 출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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