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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기록문화 창작 콘퍼런스 10년사
걸어온 10년, 그리고 가야 할 10년

아무리 생각해도 아쉽기 이를 데 없는 일이었다. 예측 불가능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10회‘전통 기록문화 창작 콘퍼런스’(1회부터 유사한 이름들로 조금씩 다르게 진행해 왔지만, 10회 때 확정된 콘퍼런스 이름으로 통일해서 사용)를 온라인으로 결정하면서도, 조금 더 의미를 담고 싶었던 담당자의 욕심이 컸던 것은 사실이다. 그마나 이번 10회 전통 기록문화 창작 콘퍼런스에 모신 전문가들이 그 의미를 담아 최고 수준의 콘퍼런스를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풍성하고 의미있게 만들고 싶었던 10이라는 숫자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전통문화 콘텐츠를 이야기하면서 달려왔던 10년을 좀 더 함축적으로 담고, 새로운 10년을 이야기해야 하는 큰 기획이 코로나19로 막혀 버린 상황이 야속할 따름이었다.

2012년 제1회 콘퍼런스 자료집


2012년 11월 29일 서울 상암동, 당시 한국콘텐츠진흥원 대강당에서 개최된 1회 전통기록문화 창작 콘퍼런스 이후 올해 11월 4일 제 10회 콘퍼런스가 개최되면서, 10번의 전통 기록문화 창작 콘퍼런스가 한 해도 쉬지 않고 전통을 기반으로 창작을 하려는 창작자들을 대상으로 선을 보여 왔다. 우리의 전통 기록유산이 가지고 있던 전통 창작 소재의 가치를 창작자들과 공유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한류의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매년 끊이지 않고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콘퍼런스가 개최되었다. 특히 이 콘퍼런스는 전통 창작 소재를 제공할 수 있거나 소장하고 있는 중요 기관들이 협업하여 함께 주관해 왔다. 전통 창작 소재를 제공하는 기관과 이 소재를 활용하는 창작자들이 큰 틀에서 협업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는 개념을 가지고 시작했고, 이러한 전통 역시 벌써 10년이 되었다.





출발_전통이 가진 창작소재로서의 가능성을 묻다


일기류 기록유산에 대해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한국국학진흥원과 같은 기관이 왜 필요한지를 단적으로 설명하는 것이었다. 조선시대 민간에서 기록된 일기류 기록유산은 조정의 자료를 보존해 왔던 규장각이나 장서각에는 없는 기록이었고, 국사편찬위원회를 중심으로 중요 역사자료라는 점에서 거질의 일기류가 일부 소개되거나 번역되었다. 그런데 민간의 기록유산을 수집‧보존하는 한국국학진흥원은 다양한 기록유산 가운데 민간에서 생산된 많은 일기류 기록유산들이 있었고, 이는 미시사와 생활사 연구에 있어서 중요한 사료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특히 중앙에는 없지만, 민간에 산재했던 일기류 기록유산의 가치는 곧 민간소장 기록유산을 수집하고 보존하는 기관의 필요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기도 했다.

이러한 이유에서 한국국학진흥원은 초기 한국정보화진흥원(현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에서 진행하는 <국가DB구축 사업>의 예산을 가지고 일기류 기록유산을 DB로 구축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더불어 DB로 구축된 자료 가운데 사료적 가치가 높은 것에 대해서는 번역 작업을 진행했고, 이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미시사 및 생활사 연구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그런데 번역된 일기류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일기류에 기록된 내용들이 학술적으로도 의미 있지만, 동시에 이야기 창작 소재로서의 가능성도 높다고 판단되었다. 다만 번역된 내용을 그대로 창작자들이 활용할 수는 없기 때문에 창작자들이 쉽게 활용 가능한 창작 소재 은행을 개발하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개발된 것이 바로 스토리테마파크(http://story.ugyo.net)였다.


스토리테마파크

스토리테마파크의 탄생 이후 한국국학진흥원은 전통 기록유산이 창작 소재로서 가능한지를 지속적으로 묻기 시작했다. 당시 한국영화프로듀스조합, 한국만화스토리작가협회, 전통 분야 출판인 등을 대상으로 한 팸투어 등을 통해 창작자와 함께 교류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기반 위에서 전통 기록유산에 기반한 창작의 가능성을 묻고 이를 좀 더 잘 활용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2012년 11월 29일 제1회 전통창작소재 콘퍼런스를 당시 상암동에 있었던 한국콘텐츠진흥원 대강당에서 개최했다. 이 콘퍼런스에는 박흥식 영화 감독과 윤태호 웹툰 작가, 그리고 표정훈 출판 평론가 등이 연사로 참여했고, 십여 곳이 넘는 창작자 단체들이 함께 참여해서 그 서막을 알렸다.





모색_전통, 다양한 분야와 만나다


1회 콘퍼런스를 통해 전통 창작 소재를 제공하는 기관들 입장에서는 매우 고무적인 격려들이 이어졌다. 읽기 어렵고, 그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운 게 문제이지, 전통의 창작 소재가 가진 중요성은 결코 낮게 평가될 수 없다는 논의들이 이어졌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쉽게 다가설 수 있도록 할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전통문화자산을 효율적으로 창작에 적용시켜 일반인들이 향유할 수 있는 콘텐츠로 만들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졌던 이유이다. 2회에서 3회로 이어지는 초기 전통 기록문화 창작 콘퍼런스는 이러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강당에서 개최된 2회 전통 기록문화 창작 콘퍼런스는 창작 소재를 제공하는 다양한 기관들이 가진 다양한 창작 소재들을 창작자들에게 소개하고, 창작자들의 요구를 반영한 창작 소재 개발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였다. 특히 2회 콘퍼런스는 당시 국정과제였던 ‘인문정신문화의 가치 제고’를 위해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함께 손을 잡고 개최하면서, 참여 기관들 역시 국사편찬위원회를 비롯하여,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고전번역원, 동북아역사재단, 그리고 한국콘텐츠진흥원 등이 참여하면서 전통 창작 소재 제공 기관들 대부분이 참여하였다. 이를 계기로 전통 기록문화 창작 콘퍼런스는 전통 창작소재를 제공할 수 있는 기관들 전체가 주관하는 행사로 바뀌었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모색들이 이루어졌다.


2014년 제3회 국제콘퍼런스 "옛 기록, 이야기로 피다"


3회 이후 전통 기록문화 창작 콘퍼런스는 최초의 국제콘퍼런스로 특히 옛 기록을 중심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있는 다양한 사례들을 공유하는 자리가 되었다. 당시 세계 최고의 역사 테마파크인 ‘Puy Du Fou(퓌뒤푸)’의 Erwan de la Villeon(에르완 드 라 빌레옹) 국제 담당 매니저와 당시 최고의 미국 드라마로 평가받던 <House of Cards>의 제작사 MRC의 Joe Hipps(조 힙스) 총괄 부사장이 참여하여 해외 사례를 공유했다. 한국의 경우 상명대학교 주진오 교수와 성석제 작가, 박시백 작가, 정현민 작가 등 당시 최고의 각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하여 전통의 창작 소재가 어떻게 최고의 킬러 콘텐츠가 될 수 있는지를 공유했다.


2016년 제5회 국제콘퍼런스 “아시아의 이야기로 전하는 감동”


4회는 일상의 기록이 어떻게 창작 소재가 될 수 있을지를 소재를 가지고 있는 각 기관의 담당자들이 창작자들과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고, 5회에는 아시아의 이야기 속에 들어 있는 전통의 소재를 찾아 가는 시간이었다. 특히 한중일의 다양한 전문 창작자들이 참여하여, 각 나라에서 전통의 소재를 기반으로 어떻게 재미와 감동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는지를 공유했다. 2017년 개최된 6회 콘퍼런스는 기록과 기억, 그리고 이야기로 이어지는 구조를 중심으로, 각 기관들이 가공했던 기록유산 가운데 특정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기억의 소재들을 소개하면서, 이를 창작자들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7회와 8회는 기존의 콘퍼런스를 기반으로, 다양한 장르에서 전통 창작 소재가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살펴보는 시간이었다. 7회는 “상상력의 닫힘과 열림, 한국형 판타지를 말하다”는 주제로, 전통 소재 가운데 한국형 판타지의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들을 찾았다면, 8회는 “히어로들의 빛과 어둠, 한국형 슈퍼히어로의 탐색”이라는 주제로 한국형 히어로들의 이야기를 찾는 작업을 진행했다.





협업_창작소재 제공기관과 창작자의 폭넓은 협업의 가능성을 열다


2020년 새해 벽두부터 시작된 코로나19는 8년이나 이어져 온 전통기록문화 창작 콘퍼런스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하게 했다. 우선 개최 방식의 변화는 불가피했다. 사람이 모일 수 없는 상황은 온라인으로의 전환을 강제했고, 그에 따라서 콘퍼런스의 주제와 진행방식 전체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해졌다. 게다가 아무리 주제를 고민해도 ‘코로나19’ 이상을 이야기 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장르 중심의 주제로 가져 갈 수 없는 한계 상황에서 아예 새로운 모색을 해 보는 쪽으로 방향이 정해졌다. 특히 매년 이 콘퍼런스가 효율적으로 한국 문화콘텐츠 산업에서 순기능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더불어 개최 방식 역시 어쩔 수 없어서 선택하는 온라인 방식이 아니라, 좀 더 온라인이라는 매체를 적절하게 이용하여 그에 맞는 운영 방식을 선택하기로 했다.


2020년 제9회 온라인콘퍼런스 “밀레니엄 시대 20년, 전통문화 콘텐츠를 말하다”

이렇게 해서 2020년 콘퍼런스부터는 새로운 주제를 가지고 온라인 기반의 개최로 이행하기로 했다. 세계 경제 포럼인 다보스 포럼이 갖는 힘은 그해 세계 경제 동향 현황에 대한 정확한 정리와 이를 기반으로 한 전망이다. 세계는 다보스포럼을 통해 이루어지는 전망을 통해 그 이듬해 세계 경제 동향을 인식하고, 그에 따라 각 나라의 경제를 어떻게 운영할 지를 결정한다.

비록 문화콘텐츠 내에서도 ‘전통문화’라는 좁은 범주이기는 하지만, 이 역시 ‘현황과 전망’이라는 큰 틀에서 정리와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전통기록문화 창작 콘퍼런스를 통해 한 해 전통문화 콘텐츠의 현황을 정리하고 이를 기반으로 그 이듬해 어떠한 콘텐츠가 대중들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을지를 전망해 보기로 했다.

2020년 9회 전통기록문화 창작 콘퍼런스는 2000년부터 약 20년 간의 전통문화 콘텐츠 현황을 정리하고, 향후 전통문화가 어떻게 변할지를 고민해 보는 자리로 마련했다. 전통적 창작분야인 영화와 드라마, 웹툰, 그리고 출판 및 장르문학 분야로 나누어 20년 간의 성과를 정리하고, 향후 전통문화 콘텐츠가 각 분야에서 어떻게 창작될지를 전망해 보는 자리였다. 그리고 이 기획의 위에서 2021년은 ‘위드 코로나 시대, 전통문화 콘텐츠의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코로나19로 인해 바뀐 문화콘텐츠 시장을 진단하고, 향후 전통문화 콘텐츠가 어떠한 방향으로 창작되고 기획되어야 하는지를 검토해 보았다.


2021년 제10회 온라인콘퍼런스 “위드 코로나 시대, 전통문화 콘텐츠의 길을 묻다”

이상의 노력이 가시적 효과를 거두게 되면 전통 기록문화 창작 콘퍼런스를 통해 한류의 주요 자산인 한국의 전통문화 기반 콘텐츠를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는 콘텐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이 콘퍼런스가 내어 놓은 전망에 따라 창작 소재를 제공하는 기관들은 좀 더 효율적으로 소재를 가공해서 제공하고, 창작자들은 그러한 소재들을 중심으로 좀 더 대중에게 쉽게 다가설 수 있도록 하는 큰 틀에서의 협업 체계가 만들어 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를 위해 학계와 기관들이 함께 협업하고, 이를 콘텐츠 창작 현장과 공유해 나가는 선순환 모델이 전통 기록문화 창작 콘퍼런스를 통해 만들어 질 것이다.





미래_새로운 10년을 준비하다.


10이라는 숫자의 아쉬움은 막상 10년을 정리하다보니 더욱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10년은 새롭게 방향을 설정하고 새로운 10년을 향해 발을 떼는 첫걸음이기도 하다. 특히 우리의 전통문화 콘텐츠가 왜 사랑받고 어떠한 측면에서 외면당하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창작의 발판들을 만들어 가는 협업 모델은 향후 한국 문화콘텐츠 산업의 발전을 위한 중요한 역할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콘텐츠 창작자나 기획자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새로운 창작을 위한 다양한 생각들을 공유하는 콘퍼런스가 되도록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새로운 10년의 시작인 내년이 되면, 전통 기록문화 창작 콘퍼런스는 더 알차고 의미 있는 기획들로 돌아올 것이다. 그리고 매년 콘퍼런스를 통해 한국 전통문화콘텐츠 산업의 발전을 함께 공유하고, 이를 기반으로 세계인들을 울리고 웃길 수 있는 한국 전통 문화콘텐츠의 방향을 함께 만들어 가게 될 것이다. 10년을 마감하는 올해의 아쉬움 새로운 희망의 발판이 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는 이유이다.




집필자 소개

이상호
이상호
한국국학진흥원의 책임연구위원으로 근무하면서, 민간 소장 기록유산을 디지털 아카이브로 구축하고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는 업무를 주로 했다. 조선시대 민간에서 기록된 일기들을 창작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는 〔스토리테마파크〕를 기획하였다. 전통 기록유산이 가지고 있던 전통 창작 소재의 가치를 창작자들과 공유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활용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전통 기록문화 창작 콘퍼런스〕를 기획하였다. 저서로는 『사단칠정 자세히 읽기』, 『이야기로 보는 한국의 세계기록유산』(공저), 『역사책에 없는 조선사』(공저), 『1751년, 안음현 살인사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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