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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의 말

한계를 초월하고픈 욕망, 히어로!

‘히어로’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나 역시 사족을 못 쓰는 편이다. 특히 애정하는 히어로 영화는 <인크레더블>이라는 애니메이션이다. 1편을 예로 들면, 아빠, 엄마, 딸, 아들까지 4인의 히어로 가족에겐 남다른 초능력이 있다.

먼저, 아빠 ‘미스터 인크레더블’은 근육질 몸매에 엄청난 괴력을 가졌다. 엄마 ‘엘라스티 걸’은 고무줄처럼 몸을 자유자재로 늘릴 수 있고, 딸 ‘바이올렛’은 투명 인간으로 변신은 물론, 자기만의 벽을 칠 수 있다. 마지막 아들 ‘대쉬’는 광속으로 달릴 수 있는 스피드 능력자다.


아들 ‘대쉬’ / 엄마 ‘엘라스티 걸’ / 아빠 ‘미스터 인크레더블’ / 딸 ‘바이올렛’


이 가족의 능력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사람들이 염원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욕망이 투영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단 결혼해 아이가 둘 있는 가장, ‘미스터 인크레더블’은 중년남성의 그 흔한 뱃살 하나 없다. 여전히 기운이 남아돌며 초콜릿 복근까지 그대로다. ‘엘라스티 걸’도 마찬가지다. 다이어트가 뭐예요? 날씬한 몸매는 기본이고 탄력 있는 뼈마디는 선천적으로 안티에이징을 타고났다. 그리고 걸어 다니는 화약고, 중2병을 앓는 사춘기 딸 ‘바이올렛’은 세상만사 다 싫은데 감쪽같이 사라지거나 세상과 벽을 칠 수 있다. 여기에 장난꾸러기 막내 ‘대쉬’는 빛보다 빠른 속도로 수시로 교실 안에서 친구들을 골탕 먹이는 재미에 산다.

보편적으로 우리가 접한 히어로 상과는 거리가 있는 내밀한 이 가족의 능력은 너무나 매력적이다. 우리 모두가 욕망하는 것, 한계라고 느끼는 것을 유쾌하게 비튼 능력도 기발하다.

할리우드는 히어로의 조상이라 할만한 ‘슈퍼맨’ 이후, 히어로 캐릭터를 꾸준히 발전시켰다.

세계의 무질서를 바로잡는 평면적인 유형을 거쳐, ‘아이언맨’처럼 개차반 인간에서 히어로로 성장하는 유형이 있나 하면, ‘인크레더블’처럼 지극히 인간적인 욕망을 내재한 능력까지 다양하게 변모하고 있다. 더 나아가 우주의 균형과 질서를 위해 생명체 절반을 날려버린 보석 콜렉터 ‘타노스’는 다른 입장에서 보면 충분히 히어로로 불릴 수 있는 존재다.

그렇다면, 한국형 히어로는 없을까? 토종 우리 히어로로 어벤져스를 구성해볼 수는 없는 걸까? 그런 궁금증이 든 거다. 2019년 전통문화 창작 콘퍼런스의 주제에 맞춰, 11월호 웹진담담의 주제도 ‘한국형 히어로’로 잡았다.

강선일 선생님은 <신비한 한국영웅 사전>을 통해 한국형 어벤져스를 소환해 주셨다. 바리데기부터 아기장수, 사명대사, 비형랑, 설문대할망, 강림, 그리고 묵신우까지 총 7명이다. 할리우드 어벤져스 못지않은 이들의 다채로운 능력과 특징을 읽다 보면 눈앞에 거대한 스크린이 자동으로 재생될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우리가 이런 ‘한국형 히어로’를 전혀 접하지 못했던 건 아니다.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변주된 다양한 히어로의 모습은 물론이고 잠재된 한국형 히어로 콘텐츠의 가능성과 대안을 <콘퍼런스 기획기사>에서 확인하면 좋겠다.

이쯤에서 드는 궁금증! ‘히어로’는 대체 어떤 존재를 일컫는 것일까. ‘HERO’는 그리스어 ‘HEROS’(헤로스)에서 온 말로 신(神)과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반신반인을 뜻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신의 피를 물려받은 자, 결국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인간인 셈이다.

드라마 작가 홍윤정 선생님은 <순간의 선택이 영웅을 만든다>에서 히어로와 범인(凡人)을 가르는 기준을 ‘선택’에 뒀다. 물론 ‘자질’은 히어로의 기본 소양이고, 영웅이 되고 말고의 한 끗 차이는 각자의 신념이라고 말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히어로를 좋아하는 것은 그만큼 히어로 되기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렵기 때문일 테다. 기본적으로 엄청난 능력을 갖추는 것도 어렵지만, 그 능력을 자신이 아닌 타인을 위해 쓴다는 것은 또 다른 한계에 도전하는 일이니까 말이다.

히어로가 있어야 우리는 알 수 있다. 우리의 한계가 무엇이고, 어디인지. 그리고 동시에 꿈꿀 수 있다. 우리도 그 한계를 언젠간 뛰어넘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11월엔 웹진담담 독자 여러분들도 나를 넘어서는 히어로로 거듭나시길 바라본다.




글 천준아
천준아
방송작가. MBC <출발! 비디오여행>, Skylife <무비&라이프> 등 영화 정보 프로그램의 구성작가로 활동 중이다. 2012년 독립잡지 <노처녀에게 건네는 농>을 발간했고 창간호 포함 현재 비정기적으로 5권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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