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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의 말

믿고 싶어지는 유혹, 가짜 뉴스

올4월 1일은 언제부터인가 만우절이라고 불리면서 가벼운 농담이나 장난을 주고받는 날이 되었습니다. 지루한 일상 중에 가벼운 농담과 장난은 때때로 활력소가 되기도 하기에, 만우절은 1년 365일 중에서 꽤 유쾌한 며칠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오래전 어느 만우절은 거짓말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바람에 슬펐던 날로 기억됩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이날 전해진 배우 장국영의 사망 보도를 만우절의 지나친 거짓말 정도로 받아들였습니다. 사실인데도 믿기지 않아 거짓이 되어 버린 소식은, 후속 보도로 사실이 확인된 다음에야 비로소 사실을 전한 슬픈 소식이 되었습니다. 살면서 이런 소식은 듣고 싶지 않은 소식입니다.

이 경험 때문에 반대의 상황도 생각해 보게 됩니다. 그럴듯한 소식을 믿었다가 사실을 확인하고서는 실망하거나 안도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앞의 상황과 달리 이런 경우에는 마음속에 ‘의혹’이란 씨앗이 남습니다. 정말 그럴까? 다른 진실이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닐까? 거짓인 것을 확인했는데도, ‘의혹’으로 ‘거짓인 이야기’는 ‘다른 이야기’가 됩니다. 이 순간 진실과 거짓의 경계는 모호해져서 사실을 확인하고 진실을 밝히는 게 어렵고 힘들어집니다. 거짓을 그럴듯하게 전하는 소식인 가짜 뉴스의 위험이 바로 이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가짜 뉴스가 생성·유통 되면서 점차 진실과 거짓이 모호해 지는 것은, 어쩌면 홍윤정 작가님이 “거짓말을 거짓말답게”란 글에서 언급한 ‘주관적 진실이 객관적 거짓으로 둔갑’한 경우이거나 ‘그 반대 경우’가 아닌가 합니다. 어느 쪽이든 피해자는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에서 이순신(李舜臣) 장군이 일본이 유출한 정보를 믿지 않았기에 모함을 받았던 사건이나 영화 <사도>에서 풍문에 시달리던 영조(英祖)가 아들에게 폭발했던 것을 보면, 가짜 뉴스가 증폭될수록 진위 판별은 어려워지고, 그 어려움이 의심을 키워 피해자를 만들어 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거짓이 ‘둔갑술’을 쓰지 않는다면 이런 비극보다는 영화 <시집가는 날> 같은 희극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임문영 선생님은 “가짜뉴스, 장난에서 정략까지”에서, 우리 기록 속에 남아있는 유언비어, 괘서, 모함, 예언서들이 언론이 없던 시절의 가짜 뉴스라 할 만하다고 보고 그것들이 나오게 된 배경에서 가짜 뉴스가 만들어지는 환경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백성들은 전쟁같은 위기 상황을 만나 정보를 제대로 전달받지 못하게 되면 가짜 뉴스에 백성들은 공포와 불안에 떨게 됩니다. 국정을 비판하는 유언비어나 괘서, 벽서는 비록 그 내용이 거짓이라 해도 백성들의 뜻이 담겨 있으므로 위정자들은 이를 읽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 명분 아래 위정자들은 때때로 백성들의 고충은 해결하지 않은 채 정쟁의 상대를 숙청하는 데에 이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가짜 뉴스가 맹위를 떨쳤던 환경에는 ‘불안과 탐욕’이 있었습니다.

기묘사화(己卯士禍)는 공신(功臣)들이 벌레 먹은 잎사귀와 유언비어로 왕을 속여서 조광조(趙光祖)로 대표되는 사림들을 정계에서 축출한 사건입니다. 권숯돌 작가님은 <이달의 일기> “낚았는가 낚였는가”에서 가짜 뉴스라는 시각으로 이 사건을 봤을 때 중종(中宗)은 공신들이 만든 가짜 뉴스에 낚인 것이 아니라 이를 이용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낚았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유언비어가 사화(士禍)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가짜 뉴스가 레벨 업 되는 과정이라 할 수 있고, 이것은 어느 한 쪽만의 힘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최초의 거짓은 의도가 개입되고 불안과 욕망이 반영되면서 점점 더 커져서 사람을 해치게 되었습니다. 이 정도가 되면 가짜 뉴스는 진위 여부보다는 쓸모의 여부가 더 중요해지는 것 같습니다.

이 사정은 조선과 명나라 사이에 있었던 종계변무(宗系辨誣) 사건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종계변무는 ‘이성계(李成桂)가 이인임(李仁任)의 아들’이라는 가짜 뉴스를 바로잡기 위해 조선이 명나라를 상대로 200년간 외교적으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사건을 말합니다. 이명제 선생님은 “조선을 뒤흔든 오보(誤報), 200년간 종계변무를 일으키다”에서 종계변무를 일으킨 가짜 뉴스의 시작부터 짚어서, 명나라가 이성계의 혈통을 의도적으로 왜곡해서 조선을 압박한 것과 이 압박에도 조선이 자신이 지키고자 하는 가치-왕의 존엄성과 효(孝)-를 지켜낸 것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흡사 명나라의 황제들이 가짜 뉴스로 조선의 왕들을 낚으려고 하고 조선의 왕들은 이를 필사적으로 거부했던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가짜 뉴스의 생산과 소비라는 면에서 보면 기묘사화나 종계변무는 닮은 것 같기도 합니다. 초기에 생산된 가짜 뉴스는 금세 거짓인 것이 밝혀지지만 가짜 뉴스를 처음 소비한 이들의 의도와 가짜 뉴스가 남긴 의혹이란 씨앗이 만나 확대 재생산됩니다. 이렇게 증폭된 가짜뉴스를 또 다른 이들이 소비하게 되면 그 뉴스는 점차 진위의 문제가 아니라 가치의 문제로 바뀝니다. 다시 진실로 돌아가는 길은 더 멀고 험해지고, 피해자들도 점점 많아집니다. 조선은 명나라 상대로 200년간 거짓을 진실로 돌려놓기 위한 지난한 싸움을 해야 했습니다. 일단락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동안 들인 인력과 재원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상처뿐인 영광’이었습니다. 기묘사화의 피화인(被禍人)들이 신원(伸寃), 복권(復權)되는 길도 멀고 험난했습니다.

그런데 그 멀고 험난한 길을 스스로 걸어간 사람도 있습니다. 여현(汝見) 김용환(金龍煥) 선생은 독립운동을 하기 위해 “도박에 빠진 파락호”를 자처하고 불명예가 될 가짜 뉴스를 스스로 만들었습니다. 그분이 계셨던 공간, 학봉 종택 별당의 현판 “풍뢰헌(風雷軒)”을 <이달의 편액>에서 소개합니다. 풍뢰헌은 “항상 행동을 함에 있어 선한 것을 보면 바람이 몰아치듯 즉시 실행하고 허물이 있으면 고치되 우레처럼 신속하게 고쳐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스토리이슈>에서는 제7회 전통 기록문화 활용 대학생 콘텐츠 공모전을 소개합니다.

이번 호에서는 역사적 사실과 기록을 통해서 가짜 뉴스의 생성과 그 영향력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가짜 뉴스는 처음부터 힘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점차 그것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확대 재생산하면서 그 힘을 키우게 됩니다. 거짓을 접했을 때부터 민감하게 반응하고 진위를 확인한다면, 가짜 뉴스가 힘을 얻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요즘 관심사가 코로나 백신이다 보니 연일 관련 뉴스들을 접합니다. 다양한 미디어에서 다양한 소식을 전하는데 그 중에는 백신에 대한 불안과 불신을 조장하고 국가 방역 사업에 지장을 줄 만한 것도 있습니다. 이런 뉴스는 조금 더 민감하게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편집자 소개

글 : 조경란
조경란
재밌는 이야기를 좀 더 많이 알고 싶어서, 서강대에서 역사 공부를 하였습니다. 박사과정(한국사전공)을 마치고 나서는 사단법인 세종대왕기념사업회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계속 역사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스승님께 배운 수많은 이야기를 혼자만 알고 있는 게 안타까워 알고 있는 것을 나눌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드라마 “주몽” 작가와 같이 공부할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시작해서, 드라마 제작진의 역사 자문에 응한 드라마가 “정도전”, “징비록”, “장영실”, “역적”, “녹두꽃” 등 약 15편 정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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