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3년 새해 첫 날, 경상북도 예안에 살던 김령은 유래 없는 추위에 깜짝 놀랐습니다. 방안에서도 온몸이 파르르 떨릴 만큼 매서운 추위였습니다. 김령은 화창하고 맑은 하늘이 야속했습니다.
겨울이 다가오자 날씨는 하루가 다르게 추워졌습니다. 이능연은 입동 전에 서원 수리를 마무리하고자 공사를 서둘러 진행했습니다. 큰 공사는 거의 마무리가 되었고, 이제 낡은 기와를 새 기와로 교체만 하면 단산서원은 20년 만에 새 단장을 하게 됩니다.
1621년 1월 4일 맑은 겨울날이었습니다. 김령은 도산서원에 큰 행사가 얼마 남지 않아 밤이 깊어졌지만 서원으로 발길을 재촉했습니다. 이미 여러 사람이 와 있었는데, 사람들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습니다. 서원 아랫마을에서 며칠 전부터 돌림병 조짐이 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1622년 정월 초하루가 밝았습니다. 김령은 이른 아침부터 가묘에 예를 올리고, 집안 어른을 찾아다니며 인사하느라 분주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새해 인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마을 어귀에서 조카 이지(以志)를 만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