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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의 이야기, 무대와 만나다

춘풍은 큰 돈을 벌고 싶었다.
일 하지 않고.

마당놀이 〈춘풍이 온다〉


때는 숙종, 한양에 이춘풍이란 자가 살았다. 제목은 이춘풍전이지만 사실상 이 작품의 주인공은 원작에서는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그의 아내다. 마당놀이로 유명한 연출가 손진책은 국립극장에서 다시 시작한 마당놀이 시리즈에 ‘온다’를 붙여 마당놀이의 맥을 이어나갔는데, 사실상 국립극장에서 공연된 그의 마지막 마당놀이가 ‘춘풍이 온다’가 됐다. 허랑방탕하고 날로 먹기 세상에서 제일 좋아했던 이춘풍은 어떻게 관객들을 만나러 왔을까?

김지일이 쓴 원작 대본을 배삼식이 각색한 마당놀이 버전에서 이춘풍의 아내는 오목이라는 이름을 얻는 대신 집안 몸종으로 신분이 내려간다. 뒤늦게 어렵게 얻은 아들에게 봄바람이라는 이름을 지어준 탓일까? 춘풍은 어린 시절부터 난봉질을 일삼으며 과거 준비도, 사업도 하지 않으며 주색잡기로 허랑방탕하게 세월을 보낸 결과 아버지가 남긴 재산을 홀라당 털어먹는다. 기가 막힌 춘풍의 어머니는 이러한 일이 반복된다면 몸종 오목이에게 장가들어야 한다는 각서를 쓰게 만든다. 어머니가 설마한들 몸종에게 장가를 보내지는 않을 거라고 넘겨짚은 춘풍은 얼마 안 남은 어머니의 재산까지 홀라당 들어먹고 결국 오목에게 장가를 든다.


국립극장 마당놀이 〈춘풍이 온다〉(출처: 국립극장)



이전부터 춘풍을 짝사랑하면서도 하는 짓은 하찮게 보던 양가적인 감정을 지녔던 오목이지만 일단 춘풍과 혼인을 하여 안방을 차지하게 되자 춘풍의 어머니를 도와 길쌈으로 집안을 다시 일으켜 세운다. 그러나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좀 살만해지자 춘풍의 코에는 다시 바람이 불어온다. 양반인 친구들과 함께 호조에서 돈을 빌려 사업을 하겠다며 그가 호조로부터 빌린 돈은 무려 2천 냥. 하지만 평양에 도착하자마자 돈 펑펑 쓰는 호구의 냄새를 맡은 절세미녀 평양 기생 추월이에게 마지막 한 푼까지 탈탈 털린 후 서울로 돌아가지도 구걸을 할 수도 없는 춘풍은 추월의 집에서 종으로 전락해 눈물 밥을 얻어먹는 처지가 된다.

이 소문을 한양에서 들은 오목은 평소 잘 보여 두었던 이웃집 마님에게 읍소하여 그의 아들이 과거에 급제하여 평양 감사로 향할 때 비장직을 얻어 남장을 하고 따라나선다. 득달같이 추월의 집에 찾아가 보니 남편 춘풍은 눈 뜨고 못 볼 거지꼴에 추월에게 갖은 수모를 당하는 처지인데 오목이 여자인 줄 꿈에도 모르는 추월은 오목을 유혹해 위기를 면해 보려 하지만 죄목만 추가될 뿐이다. 오목은 추월과 춘풍을 모두 관아로 잡아들여 춘풍에게는 호조 돈을 떼먹은 죄를 물어 곤장을 치고, 추월에게는 사기죄를 물어 춘풍이 잃은 돈을 갑절로 돌려주게 만든다.

아내가 비장인 줄도 모르고 날린 돈을 두 배로 불린 춘풍은 사업에 성공한 양 의기양양 집으로 돌아와 오목 앞에서 거만을 떨고, 오목은 남편의 개과천선이 아직 한참 멀었음을 알고 다시 비장의 옷을 입고 나타나 정체를 밝힌다. 그때서야 자신의 모자람을 깨닫고 깊이 뉘우친 춘풍이 오목과 함께 해로를 했는지는 알 수가 없는 일이지만 약속 단단히 하는 것으로 일단 극은 끝난다.




일확천금이라는 헛된 꿈


최근 가장 큰 이슈 가운데 하나로 일명 ‘빚투’로 인해 내몰린 청년세대의 빚을 세금으로 대신 갚아주는 일일 것이다. 미투를 연상케 하지만 아예 뜻부터 다른 ‘빚’ 내서 ‘투’자했다 쪽박 찬 청년들의 투기 자금을 ‘왜 세금으로 보전해 주는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춘풍의 예를 보듯이 이 나라 젊은이들이 일확천금을 꿈꾼 것이 코인이 처음도 아니고 마지막도 아니다. 사실상, 인간이 마을 이루고 나라를 세운 곳이라면 어느 곳이나 일하지 않고 성공하고 싶은 인간들이 득실득실하다. 우리는 이런 인간들을 ‘사기꾼’이라고 부르기로 하지 않았던가.


“‘코인 빚투’ 손실금 안 갚아도 된다”(출처: 유튜브 채널 YTN, 2022.07.03.)더보기



브로드웨이에서 성공한 뮤지컬 가운데에도 2011년에 리바이벌 공연이 올라온 ‘How to Succeed in Business Without Really Trying(진짜로 열심히 일하지 않고 성공하는 법)’의 주인공 핀치는 자신의 학연 지연을 거짓말로 지어내고 타인의 아이디어를 도용하여 사내(社內) 우편배달부에서 부사장까지 승승장구하는 인물이다. 주인공이 부당한 행위를 통해 사랑과 성공을 얻는 만큼 결말은 의미심장하다. 사내의 다른 인물이 처음 그의 위치에서 그를 무너뜨리고 자신이 성공하고 싶어 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부당한 수단을 사용한 성공이 사회적으로 용납될 때 또 다른 사기꾼들에게 기회를 준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결말이기도 하다.


앨범 〈How to Succeed in Business Without Really Trying〉, 2011(출처: 네이버 뮤직)



하지만 이 핀치라는 인물은 이춘풍과는 차이가 크다. 핀치는 거짓말에 거짓말이 꼬리를 물자 자신의 지위를 지키고 거짓말을 들키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이다. 게다가 지위가 올라갈수록 책임감도 늘고 할 일도 늘어나 쉴 새 없이 일해야만 하는 팔자다. 하지만 이춘풍은 다르다. 이춘풍은 헛된 꿈을 꾼다. 그는 일해서 그 대가를 받을 생각은 애당초 없다. 부모가 물려준 재산이 충분하지 않다면 나라에 빚을 얻어서라도 돈이 돈을 불러오기를 바란다. 하지만 눈앞의 돈과 그 돈을 바라보고 몰려든 부나방 앞에서 돈을 불리기 위한 노력은 저 멀리 던져 버리는 인물이다. 노동으로 얻는 수익보다 재산으로 얻는 수익이 안정적이고 더 크기를 바라며 빚을 내서라도 재산을 불리려 하지만 그 수단은 노동이 아니라 투기라는 점에서도 이춘풍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마당놀이 〈춘풍이 온다〉의 이춘풍(출처: 국립극장)




아내 오목, 남편 이춘풍을 한방 먹이다


이춘풍이 호조로부터 대출받은 2천 냥은 이야기 속에서는 간단하게 얻을 수 있는 대출금처럼 보이지만 당시의 돈의 가치를 따져보면 어마어마한 금액이었다. 당시 화폐 단위로 볼 때 1냥은 10전이고 10전은 100푼의 가치였다고 하는데, 엽전 한 개가 한 푼이므로 천 냥은 엽전 10만 개에 달한다. 이춘풍이 대출받은 2천 냥은 말 한 마리가 다 실을 수도 없을 만치 어마어마한 열두 바리에 달했다. 이 돈을 추월에게 다 써버리고 추월의 노예가 되었으니 그가 이 돈을 갚으려면 영겁과도 같은 세월이 필요했다.

당시 머슴의 한 달 월급이 7냥, 양반이 입는 고급 누비 솜옷이 4냥, 평민이 입는 누비 솜옷이 2냥에 거래되었다고 하니 천 냥은 이춘풍이 추월의 집에서 일하며 143개월 동안 숨만 쉬고 국밥 한 그릇 무명옷 한 벌 사지 않아야 모을 수 있는 돈이었다. 게다가 그가 날린 돈은 호조에서 빌린 2천 냥에 오목과 어머니가 삯바느질로 벌어들인 5백 냥까지 더한 돈이니 사실상 이자를 제외하고, 한양으로 돌아갈 여비마저 제외해도 삼십 년에 달하는 358개월 동안 일만 해야 갚을 수 있는 돈이었다. 그것도 추월이 남들만큼 이춘풍에게 월급을 7냥이나 꼬박꼬박 미루지 않고 급여로 지불했을 때에나 가능한 일이다. 추월의 구두쇠 같은 성격으로 미루어 볼 때 이춘풍은 얻어먹는 처지로 월급 한 푼도 받지 못하는 처지였을 것이다.


상평통보(출처: 국립춘천박물관)



추월이 이춘풍의 돈을 끌어 쓸 때 나열했던 돈 쓸 궁리를 보자면, 비단 옷감부터 노리개와 같은 사치품은 물론이고 소반, 화로, 양푼, 대야에 심지어 요강까지 온갖 자질구레한 생활 용기까지 이춘풍의 돈을 싹 갈아엎는다.

통한단 쌍문초, 도리불수 능라단, 초록 저고리감만 날 사 주오. 은죽적 금봉채 가진 노리개 날 해 주오. 두리소반 주전자 화로 양푼 대야 날 사 주오. 동래반상, 안성유기 구첩반상 실굽다리 날 사 주오. 요강 타구 새옹 냄비 청동화로 날 사 주게. 백통대 은대 금대 수복 담뱃대 날 사 주오. 문어 전복 편포 안주하게 날 사 주오. 연안배천 상상미로 밥쌀하게 팔아 주오. 동래을산 장곽해의 날 사 주오.


물론 추월이 모든 물건을 새로 사진 않았을 것이다. 비장으로 변장한 오목이 두 배로 변상하라고 했을 때 추월은 곤장을 맞지 않는 대가로 4천 냥을 그 자리에서 현금으로 변상했기 때문이다. 추월에게 낚인 호구들은 추월이 필요한 물건을 산다고 할 때마다 현금을 갖다 바쳤지만 추월은 현명하게도 그 돈을 호구들의 짐작처럼 마구 써대지 않고 착실하게 쌓아두었다. 사실, 추월의 직업은 기생이며 이춘풍에게 사기를 친 것도, 협박을 한 것도 아니니 아무리 오목이라도 추월의 돈을 추징할 법적 근거는 없었을 터였다. 하지만 이야기를 읽는 사람들에게나, 공연을 보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추월은 도덕적인 비난을 이춘풍 대신 짊어져야 할 고약한 직업의 인물이었다.


마당놀이 〈춘풍이 온다〉의 이춘풍과 추월(출처: 국립극장)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던 이춘풍이 기사회생 한 것은 남장을 하고서라도 남편을 찾겠다고 마음 먹은 오목이라는 아내 덕분이다. 나라는 이춘풍의 빚을 대신 갚아주지 않는다. 때문에 오목도 그런 쪽으로는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오목은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남장 여성들의 이야기 가운데서도 단연 유머 감각 쪽으로 돋보이는 인물이다. 대부분의 여성 영웅들은 남장을 하고 사업을 일으키거나 나라를 구하지만 오목은 그러한 ‘큰’ 과업에는 관심이 없다. 이춘풍 하나가 치고 다니는 사고 수습만으로도 충분히 골머리를 앓고 있기 때문이다. 남장한 여성이 자신의 배우자 앞에서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는 장면은 세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서 포샤의 사례에서 보듯 동서고금 작품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마당놀이 〈춘풍이 온다〉 중 이춘풍에게 한방 날리는 오목(출처: 국립극장) 더보기



관객들은 숨을 죽이고 웃을 준비를 한 채 이 장면을 기다린다. 그런데 오목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않은 남편을 다시 한번 때릴 참으로 남장을 갖춰 입는다. 비장의 복장을 한 자신의 발아래에 기겁을 하고 엎드린 남편 앞에서 오목은 남편을 엎어치기 한 번으로 메다꽂을 수 있는 장사이기도 하다. 오목이 비장이라는 사실을 비로소 받아들인 이춘풍의 입 밖으로 총알같이 뱉어진 대사는 “어떻게 남편에게 그럴 수 있어?”다. 이 남자가 진심으로 후회하고 오목을 아내로 받아들였는가 하는 의문이 이 대사 때문에 길게 그림자를 드리우긴 하지만 어쨌거나 추월에서 빼앗아온 2천 냥을 시드머니(seed money)로 삼은 이춘풍과 오목의 해로를 기원해 보기로 하자.


2019 국립극장 마당놀이 ‘춘풍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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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자 소개

이수진
뮤지컬 〈지킬앤 하이드〉, 〈그리스〉, 〈넌센스〉, 〈에비타〉 등 번역하고, 뮤지컬 〈신과 함께 가라〉 등을 썼습니다.
〈뮤지컬 스토리〉 저자 / 더 뮤지컬 어워드 심사위원 역임 등
“승려가 책을 팔러 다니다”

금난수, 성재일기,
1578-02-03 ~ 1578-02-12

금난수의 큰아들 금경과 셋째 아들 금개는 도산서원에 들어가 공부를 하고 있었다. 아들들도 집에 없고, 눈이 많이 와서 누구를 만나러 갈 수도 없고, 어딘가 유람을 가기에도 어려운 무료한 나날이었다. 그러던 중, 반 자(약 15cm)가 넘게 쌓인 눈을 뚫고 누군가가 금난수의 집 대문을 두드렸다. 많은 짐을 지고 온 승려였다. 그의 머리와 어깨에서 눈이 후두둑 떨어졌다.

승려는 금난수의 눈앞에 자신이 지고 온 책을 늘어놓았다. 도산서원에서 오는 길인데, 금난수의 큰아들인 금경이 말하길 아버지가 분명 책을 지고 가면 좋아하실 테니 아버지가 원하는 책이 있으면 팔아드리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무료한 아버지의 마음을 아들이 읽어 주어 금난수는 흐뭇한 마음에 승려가 지고 온 책들을 기분 좋게 뒤적거렸다. 금난수가 읽을 만한 책은 눈에 띄지 않았으나, 막내인 금각에게 읽힐 만한 책은 있었다. 금난수는 『당음(唐音)』 9책을 구매하기로 하였다. 『당음』은 서당에서 주로 사용하던 한시 교재인데, 당시가 시기별로 구분되어 있고 중국어의 4성이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알 수 있어 유용하였다. 노래하듯 당시를 읽을 귀여운 아들 생각에 금난수는 승려에게 지불한 책값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종이를 내다 판 선비, 비루하다는 비난을 사다”

김령, 계암일록, 1609-10-05 ~

1609년 10월 5일, 추운 날이다.

들으니, 안창(安昶)이 종이를 팔았는데, 탐욕스럽고 비루한 짓을 했다고 하여 논박 당했다고 한다.

“값을 무명 20필로 깎아주시오! - 지팡이 짚고 오가며 밭을 사다”

김택룡, 조성당일기,
1612-01-17 ~ 1612-01-30

1612년 1월 17일, 택룡은 아들 대생과 함께 가동(檟洞)에 갔다. 반유실(潘有實)이 밭을 판다고 하기에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가동의 노비 천실(千實)의 집에서 만나기로 해 그 곳으로 갔는데, 천실은 외출하고 없었고 반유실도 오지 않았다. 택룡은 늙은이를 진흙밭에 불러놓고 일부러 고생시키는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았다. 택룡은 지팡이를 짚고 간신히 집으로 돌아왔다.

사흘 뒤, 반유실이 가동의 밭을 팔기 위해 다시 찾아왔다. 밭 면적은 한 섬지기[일석락(一石落)]정도였는데, 반유실이 부른 가격은 무명 50여 필이었다. 택룡은 무명 50여 필을 소 2마리, 옷 2벌, 무명 20여 필로 대체 환산해 지급하고 샀다. 매매문서를 만들고 공증인으로 하여금 문서를 작성하게 해서 바치도록 하였다. 30일 날, 반유실과 임수공(林守工)이 밭을 거래하는 문서 일 때문에 택룡의 집에 찾아왔다.

“당백전으로 물가가 천정부지로 솟다”

상평통보당백전(출처: 국립중앙박물관)
박한광(朴漢光), 박득녕(朴得寧), 박주대(朴周大), 박면진(朴冕鎭), 박희수(朴熙洙), 박영래(朴榮來), 저상일월, 미상

1866년 11월, 장령 최익현이 시폐에 관한 상소를 올리고, 진사 정학교가 역시 운현궁에 나아가 대원군에게 당백전의 폐단을 극언하였다고 한다. 이 당백전의 발행으로 서울의 인심이 날로 흉흉해지자 정부에서는 10월부터 당백전을 폐지하고 엽전 사용을 허락하였으며, 호적의 인구 수대로 당백전을 환수하게 되자 물가가 조금씩 떨어지고 시장에 물건이 다시 풍성해졌다.

이 당백전이란 것이 처음 등장한 것은 올 초부터였다. 경복궁을 재건하는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조정에서 발행한 것인데, 당백전이 등장하자마자 장안의 쌀값이 너무 뛰어올라 성균관의 밥 한상 값이 몇 배나 뛰었다고 한다. 대원군은 한 냥 이상의 거액은 반드시 당백전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한 냥 이하에 한해서만 엽전을 사용하도록 허가하였다. 그리고 이 분부를 어기는 자가 있으면 먼저 참하고 후에 보고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 당백전을 즐겨 사용하지 않았는데, 이 때문에 중앙에서는 지방관서에 더욱 엄하게 사용 명령을 전하였다. 이에 지방관들이 몸소 시장을 돌아보고 흥정하는 현장을 살피는 등 당백전 사용 독려에 진땀을 빼기도 했다. 당백전 통용 이전에 소값은 30-40전이었는데, 당백전 이후에는 60-70전에 이르고 이후에는 수백전으로 폭등하여 시장에서는 소가 팔리지 않는 지경이었다. 또 소금장수들도 시장에 들어서기를 꺼려 하여 올해는 당최 소금을 구할 수가 없었다.

제일 문제는 쌀이었다. 하루라도 없으면 살기가 어려운 것인데 쌀값이 폭등한데다, 장사치들은 당백전 사용을 꺼려 하여 시장에 나오지 않아 그나마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지방관리들이 직접 시전을 돌아다니면서 당백전 사용을 독촉할 뿐 아니라 부민들을 편달하여 쌀을 시장에 내다 팔도록 독촉하고, 심지어는 집집마다 창고를 뒤져서 적발하기에 이르렀다. 창고 열기를 꺼려 하는 집에서는 창고 문을 부수어 쌀을 찾아내기도 하였다. 그리곤 쌀 1두에 당백전 1푼으로 값을 정해버리기도 하였다.

그러나 물건값을 나라에서 정하는 것도 한도가 있는 법이었다. 게다가 올해는 흉년까지 들어 백성들이 모두 죽어나가게 생긴 판이었다. 이러자 대원군도 할 수 없었는지 정학교의 상소를 받아들여 당백전뿐만 아니라 엽전도 사용하도록 한 것이다. 이에 백성들이 모두 한숨을 쉬며 살 방도가 생겨났다고 기뻐하였다. 무릇 나라의 궁실이 높을수록 백성의 삶이 힘든 법인데, 궁궐을 재건하고자 백성들의 삶을 이토록 피폐하게 해 놓았으니, 과연 대원군의 정치란 무엇을 위한 것이란 말인가!

“사당 공사 석 달, 목수의 품삯 22냥”

미상, 분강서원창원일기,
1699-08-30 ~ 1700-03-30

사당 공사를 시작한 것이 1699년 8월 30일이었고, 사당 공사를 마친 것이 이듬해 3월 30일이다. 겨울에 공사를 중단한 4개월 동안을 제외시키면 대략 3개월만에 사당 공사가 끝난 것이다. 이로 인해 사당 공사를 맡았던 목수는 품삯 22냥을 받고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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