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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물가


작년에 비하여 백성들의 살림이 나아지다


1595년 3월 24일, 오늘 아침 오희문은 광어 1마리를 사서 국을 끓여 먹었다. 광어 값으로는 쌀 1되를 주었다. 요사이 어머님께서 오랫동안 맛있는 반찬을 드시지 못하였기 때문에 산 것이었다. 생선장수가 오희문 집 인근에 들어온 것은 어제였다. 생선장수가 마을로 들어와 여러 집을 돌면서 생선을 판다고 외치고 다니니, 오희문의 아이들이 먹고 싶은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사자고 간청하였다. 이에 거친 벼 2두를 주고 생도미 2마리를 바꾸어서는 국을 끓여 같이 먹었다. 평소 같으면 도미 등은 잘 먹지 않는 계집아이들도 오히려 싫어하지 않고 맛있게 먹으니, 그 모양이 자못 우스웠다. 그러나 요즘 양식이 없어 밥도 먹기 어려운 터에 이것으로 하루 먹을 양식을 다 소비했으니, 사람 욕심을 제어하지 못하는 것이 이와 같은 것이라 오희문은 스스로 탄식했다.

그런데 연전에는 도미 1마리 값이 쌀 반되에도 못 미쳤는데, 금년에는 쌀 두되 정도의 가격인데도 사람들이 다투어 산다. 작년 이때에는 백성들이 나뭇잎을 따먹고 나무거죽을 벗기는 자가 많았는데, 올해는 아직 그렇게 하는 자들을 보지 못하였다. 지난해에는 농사를 짓지 않는 땅이 많아 전답이 모두 묵더니, 올해는 모두 일구고 갈아 심어져 있으니, 지난해에 비하여 백성들의 재력이 나아진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올해 만일 결실만 잘 되면 백성들이 소생하고 국가도 다소 여유가 생길 수 있을 것이다.

오희문은 어제오늘 비싸진 생선값이 언짢았으나, 결국 백성들의 살림이 나아진 것이라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출전 : 쇄미록(𤨏尾錄)
저자 : 오희문(吳希文)
주제 : 미분류
시기 : 1595-03-24 ~
장소 :
일기분류 : 전쟁일기
인물 : 오희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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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자 소개

글 그림 | 서은경
서은경
만화가. 1999년 서울문화사 만화잡지공모에 당선되며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그간 지은 책으로 『마음으로 느끼는 조선의 명화』, 『소원을 담은 그림, 민화』, 『만화 천로역정』, 『만화 손양원』 등이 있으며, 『그래서 이런 명화가 생겼대요』, 『초등학생을 위한 핵심정리 한국사』 등에 삽화를 그렸다.
● 제5회 스토리테마파크 창작 콘텐츠 공모전 담임멘토
● 제6회 스토리테마파크 창작 콘텐츠 공모전 전문심사위원
● 제7회 전통 기록문화 활용 대학생 콘텐츠 공모전 면접심사위원
“승려가 책을 팔러 다니다”

금난수, 성재일기,
1578-02-03 ~ 1578-02-12

금난수의 큰아들 금경과 셋째 아들 금개는 도산서원에 들어가 공부를 하고 있었다. 아들들도 집에 없고, 눈이 많이 와서 누구를 만나러 갈 수도 없고, 어딘가 유람을 가기에도 어려운 무료한 나날이었다. 그러던 중, 반 자(약 15cm)가 넘게 쌓인 눈을 뚫고 누군가가 금난수의 집 대문을 두드렸다. 많은 짐을 지고 온 승려였다. 그의 머리와 어깨에서 눈이 후두둑 떨어졌다.

승려는 금난수의 눈앞에 자신이 지고 온 책을 늘어놓았다. 도산서원에서 오는 길인데, 금난수의 큰아들인 금경이 말하길 아버지가 분명 책을 지고 가면 좋아하실 테니 아버지가 원하는 책이 있으면 팔아드리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무료한 아버지의 마음을 아들이 읽어 주어 금난수는 흐뭇한 마음에 승려가 지고 온 책들을 기분 좋게 뒤적거렸다. 금난수가 읽을 만한 책은 눈에 띄지 않았으나, 막내인 금각에게 읽힐 만한 책은 있었다. 금난수는 『당음(唐音)』 9책을 구매하기로 하였다. 『당음』은 서당에서 주로 사용하던 한시 교재인데, 당시가 시기별로 구분되어 있고 중국어의 4성이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알 수 있어 유용하였다. 노래하듯 당시를 읽을 귀여운 아들 생각에 금난수는 승려에게 지불한 책값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종이를 내다 판 선비, 비루하다는 비난을 사다”

김령, 계암일록, 1609-10-05 ~

1609년 10월 5일, 추운 날이다.

들으니, 안창(安昶)이 종이를 팔았는데, 탐욕스럽고 비루한 짓을 했다고 하여 논박 당했다고 한다.

“값을 무명 20필로 깎아주시오! - 지팡이 짚고 오가며 밭을 사다”

김택룡, 조성당일기,
1612-01-17 ~ 1612-01-30

1612년 1월 17일, 택룡은 아들 대생과 함께 가동(檟洞)에 갔다. 반유실(潘有實)이 밭을 판다고 하기에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가동의 노비 천실(千實)의 집에서 만나기로 해 그 곳으로 갔는데, 천실은 외출하고 없었고 반유실도 오지 않았다. 택룡은 늙은이를 진흙밭에 불러놓고 일부러 고생시키는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았다. 택룡은 지팡이를 짚고 간신히 집으로 돌아왔다.

사흘 뒤, 반유실이 가동의 밭을 팔기 위해 다시 찾아왔다. 밭 면적은 한 섬지기[일석락(一石落)]정도였는데, 반유실이 부른 가격은 무명 50여 필이었다. 택룡은 무명 50여 필을 소 2마리, 옷 2벌, 무명 20여 필로 대체 환산해 지급하고 샀다. 매매문서를 만들고 공증인으로 하여금 문서를 작성하게 해서 바치도록 하였다. 30일 날, 반유실과 임수공(林守工)이 밭을 거래하는 문서 일 때문에 택룡의 집에 찾아왔다.

“당백전으로 물가가 천정부지로 솟다”

상평통보당백전(출처: 국립중앙박물관)
박한광(朴漢光), 박득녕(朴得寧), 박주대(朴周大), 박면진(朴冕鎭), 박희수(朴熙洙), 박영래(朴榮來), 저상일월, 미상

1866년 11월, 장령 최익현이 시폐에 관한 상소를 올리고, 진사 정학교가 역시 운현궁에 나아가 대원군에게 당백전의 폐단을 극언하였다고 한다. 이 당백전의 발행으로 서울의 인심이 날로 흉흉해지자 정부에서는 10월부터 당백전을 폐지하고 엽전 사용을 허락하였으며, 호적의 인구 수대로 당백전을 환수하게 되자 물가가 조금씩 떨어지고 시장에 물건이 다시 풍성해졌다.

이 당백전이란 것이 처음 등장한 것은 올 초부터였다. 경복궁을 재건하는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조정에서 발행한 것인데, 당백전이 등장하자마자 장안의 쌀값이 너무 뛰어올라 성균관의 밥 한상 값이 몇 배나 뛰었다고 한다. 대원군은 한 냥 이상의 거액은 반드시 당백전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한 냥 이하에 한해서만 엽전을 사용하도록 허가하였다. 그리고 이 분부를 어기는 자가 있으면 먼저 참하고 후에 보고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 당백전을 즐겨 사용하지 않았는데, 이 때문에 중앙에서는 지방관서에 더욱 엄하게 사용 명령을 전하였다. 이에 지방관들이 몸소 시장을 돌아보고 흥정하는 현장을 살피는 등 당백전 사용 독려에 진땀을 빼기도 했다. 당백전 통용 이전에 소값은 30-40전이었는데, 당백전 이후에는 60-70전에 이르고 이후에는 수백전으로 폭등하여 시장에서는 소가 팔리지 않는 지경이었다. 또 소금장수들도 시장에 들어서기를 꺼려 하여 올해는 당최 소금을 구할 수가 없었다.

제일 문제는 쌀이었다. 하루라도 없으면 살기가 어려운 것인데 쌀값이 폭등한데다, 장사치들은 당백전 사용을 꺼려 하여 시장에 나오지 않아 그나마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지방관리들이 직접 시전을 돌아다니면서 당백전 사용을 독촉할 뿐 아니라 부민들을 편달하여 쌀을 시장에 내다 팔도록 독촉하고, 심지어는 집집마다 창고를 뒤져서 적발하기에 이르렀다. 창고 열기를 꺼려 하는 집에서는 창고 문을 부수어 쌀을 찾아내기도 하였다. 그리곤 쌀 1두에 당백전 1푼으로 값을 정해버리기도 하였다.

그러나 물건값을 나라에서 정하는 것도 한도가 있는 법이었다. 게다가 올해는 흉년까지 들어 백성들이 모두 죽어나가게 생긴 판이었다. 이러자 대원군도 할 수 없었는지 정학교의 상소를 받아들여 당백전뿐만 아니라 엽전도 사용하도록 한 것이다. 이에 백성들이 모두 한숨을 쉬며 살 방도가 생겨났다고 기뻐하였다. 무릇 나라의 궁실이 높을수록 백성의 삶이 힘든 법인데, 궁궐을 재건하고자 백성들의 삶을 이토록 피폐하게 해 놓았으니, 과연 대원군의 정치란 무엇을 위한 것이란 말인가!

“사당 공사 석 달, 목수의 품삯 22냥”

미상, 분강서원창원일기,
1699-08-30 ~ 1700-03-30

사당 공사를 시작한 것이 1699년 8월 30일이었고, 사당 공사를 마친 것이 이듬해 3월 30일이다. 겨울에 공사를 중단한 4개월 동안을 제외시키면 대략 3개월만에 사당 공사가 끝난 것이다. 이로 인해 사당 공사를 맡았던 목수는 품삯 22냥을 받고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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