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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궁기에 관에서 나락과 콩을 꾸다
1616년 4월 12일, 날이 밝을 무렵 김택룡의 노비인 애남과 춘금이
환곡(還穀)
을 나르러 구고로 갔는데, 정오가 안 되어 빈손으로 돌아왔다.
이틀 뒤 4월 14일, 참봉 김효선(金孝先)과 진사
박회무
가 택룡을 방문하였다. 두 사람은 안동부사
박동선(朴東善)
이 환곡을 나누어 주려고 내성(奈城)의 현 창고[縣倉]에 오기 때문에 그를 만나러 간다고 하였다. 택룡도 안동부사에게 편지를 쓰면서 환곡을 요청하여 산장(山庄)의 아이들을 구원해 주도록 하였다. 그리고 애남에게 명하여 그 곳으로 소를 끌고 가서 운송해오게 하였다.
저녁이 되자 애남이 환곡으로 내어 받은 나락과 콩을 가지고 왔다. 애남이 와서 전하길, ‘안동부사께서 재산을 거쳐 돌아가시는 길에 한곡에서 만나 이야기하고 싶으시답니다.’라고 하였다. 그래서 택룡의 편지에 따로 답장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다.
개요
배경이야기
원문정보
멀티미디어
관련이야기
출전 :
조성당일기(操省堂日記)
전체이야기보기
저자 :
김택룡(金澤龍)
주제 : 경제와 재테크, 환곡 요청
시기 : 1616-04-12 ~ 1616-04-14
동일시기이야기소재
장소 : 경상북도 영주시
일기분류 : 생활일기
인물 : 김택룡, 애남, 춘금, 김효선, 박회무
참고자료링크 :
조선왕조실록
◆ 조선시대 환곡제도
환곡(還穀) 제도는 흉년이나 춘궁기에 빈민들에게 곡물을 빌려주고 추수기에 돌려받던 제도로, 돌려받을 때는 빌린 곡물의 10% 정도를 이자로 더 받았다. 백성에게 빌려주기 위해 평소 비축하는 곡물이 썩거나 쥐가 먹는 등 자연적으로 감소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이를 보충한다는 취지에서였다. 관청은 거둔 이자로 곡물의 자연 감소된 부분을 보충하고, 일부는 환곡운영의 비용으로 충당했다. 그러나 조선 후기로 내려오면서 환곡제도가 지향했던 진휼의 목적은 점차 사라지고, 환곡의 이자가 중앙정부의 수입원으로 전환되면서 운영의 모순과 폐단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15세기 의창에서 환곡을 운영할 때는 봄에 빌려 준 원곡만 회수 했었다고 한다. 그러다 16세기 상평창에서 환곡을 담당하면서 환곡 이자가 중앙정부의 수입원으로 전환되었는데, 이 때문에 명종 때는 십분모회록법(원곡과 1/10의 이자를 회수)을 시행하다가 중앙 재정 보충의 필요성 증가로 인해 17세기 중엽에는 삼분모회록법(원곡과 1/3의 이자를 회수)으로 확대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여러 가지 정황으로 지방에서는 환곡제 운영의 폐해가 심화될 수 밖에 없었는데, 예컨대 환곡을 내어 줄 때 가마니 속에 풀뿌리·모래·겨 등을 채워 나눠 주거나 혹은 장부상으로만 환곡을 빌려주는 사례들이 빈번하게 속출했던 것을 들 수 있겠다.
김택룡이 환곡을 요청한 이 해는 흉년이 심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 즈음의 일기에는 쌀이 귀해 애를 먹는 기록들이 나타난다. 예를 들어, 1616년 4월 24일의 일기에 택룡은 금경이 쌀 여덟 말을 보내 주어 식량이 떨어진 위급한 지경을 벗어나게 해 준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나, 25일과 26일의 일기에 접빈객을 물에 만 밥[水飯]으로 했다는 기록 같은 것이 그렇다. 그리고 1616년 5월 1일 노비 운학이가 시장에 갔다가 돌아와서 쌀 가격이 매우 높다는 이야기를 전한 일도 있다. 이 해가 흉년이라 춘궁기에 더욱 곡식이 귀했던 것 같다. 그가 안동부사가 환곡을 나누어준다는 소식을 듣자마다 부랴부랴 청탁의 편지와 노비를 보낸 것은 바로 이런 배경 때문이었다.
김택룡은 안동부사가 자신을 만나기 위해 온다는 전갈을 받고 그를 대접할 술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는데, 이 역시 흉년으로 인한 곡식 부족의 이유가 밑바닥에 깔려 있었던 것이다.(‘46. 안동부사가 오는데 술이 없다. 어디서 구하나?’ 참조)
◆
원문 이미지
◆ 원문 번역
1616년 4월 12일 맑음
날이 밝을 무렵 애남과 춘금이 환곡을 나르러 구고로 갔다가 정오가 안 되어 돌아왔다.
1616년 4월 14일 흐림
참봉 김효선金孝先과 진사 박회무가 왔다. 안동부사 박동선朴東善이 환곡을 나누어 주려고 내성의 현 창고[縣倉]에 오기 때문에 만나러 간다고 한다. 나도 서장書狀을 보내고, 환곡을 요청하여 산장山庄의 아이들을 구원해 주도록 하였다. 애남에게 명하여 소를 끌고 가서 운송하게 했다. 권근오의 노와 말도 왔다. 즉시 인사하고 돌아가기에 그 아버지인 생원에게 전할 말을 해주었다. 저녁에 애남이 환곡으로 내어 받은 나락과 콩을 가지고 왔다.
그래픽
관아에서 환곡을 나누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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