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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술자리로 술병이 나다
1635년 1월 5일, 손님을 접대하고 친구를 만나는 자리에는 으레 술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김광계는 새해를 맞아 오랜만에 찾아온 친구인
계화(季華)
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계화는 발이 넓었는지 그가 김광계의 집에 찾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온 집안의 친척들과 근처 사는 지인들까지 모두 김광계의 집으로 모였다. 김광계는 별 수 없이 그들을 모두 대접하며 술을 연거푸 마셔야 했다. 술병이 난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1635년 1월 30일에도 피병하러 오신 제천의 할머니께 인사드리고
자개(子開)
와 만났는데, 자개는 이날따라 술을 계속 권해 피하지도 못하고 과음을 하고 말았다. 2월의 첫날에 하려고 세워놓은 계획도 무산시키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종일 누워있는 신세가 되었다.
2월 8일에는 사무를 보러 도산서원에 갔는데, 김시추(金是樞)가 크게 취한 채 셋째 아들을 데리고 왔다. 그는 이미 인사불성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날인 2월 9일에 김시추와 김광계는 도산서원 앞 누대인 천연대에 올라가 또 술을 마셨다. 김시추가 아직 숙취에서 벗어나지 못해 그랬는지 멋진 경치에도 불구하고 술은 조금만 마셨다. 하지만 다음날에 김광계는 숙취에 시달리게 된다.
2월 12일에는 사숙과 함께 또 술을 예닐곱 잔 정도 마시게 되었다. 밤새도록 술기운에 괴로워 잠도 이루지 못하고 아침엔 일어나는 것도 힘겨웠다. 김광계는 술 마시는 일을 경계해야만 한다고 반성했다. 하지만 반성이 무색하게도 그로부터 보름 정도 지난 2월 26일에 김광계는 제사를 지낸 뒤 뱃놀이를 하며 또 술을 마셨다. 너무 취해서 집에 돌아갈 수도 없었다.
개요
배경이야기
원문정보
멀티미디어
관련이야기
출전 :
매원일기(梅園日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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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김광계(金光繼)
주제 : 술
시기 : 1635-01-05 ~ 1635-02-26
동일시기이야기소재
장소 : 경상북도 안동시
일기분류 : 생활일기
인물 : 김광계, 류진, 금발, 김시추
참고자료링크 :
승정원일기
한국역대인물 종합정보 김광계
한국역대인물 종합정보 김시추
한국역대인물 종합정보 류진
◆ 조선시대의 술 문화
조선시대에는 소주(燒酒), 청주(淸酒), 막걸리(濁酒) 등 여러 종류의 술이 있었다. 전통적으로 이어져 내려온 제조 방법을 계승하면서 각 지역에는 특색 있는 술들이 개발되기도 하였다. 이호윤의 여행기에서 여러 종류의 술이 등장하는 것을 보아도 이를 알 수 있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 이후 그러한 전통 술들의 명맥이 대부분 끊겼다.
술 제조 방법의 발달 및 종류의 다양화와 더불어 조선시대에는 조선만의 술 문화가 발생하였다. 조선시대의 술 문화는 단순히 음주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그 행위 자체에 철학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중요시했다. 종묘제례와 같은 국가적 의례에서는 반드시 규정된 ‘음주’ 의례가 있었다. 향촌에서는 ‘향음주례(鄕飮酒禮)’를 통해 향촌 교화와 교육을 음주와 연동한 규범들을 만들었다.
물론 이와 같은 의례 속의 규범적인 ‘음주’만이 중요시된 것은 아니었다. 선비들은 일상생활과 여행 중의 음주행위를 통해서도 자신의 이상적인 삶을 추구하고자 했다. 조선시대에는 특히 중국의 역사 속 인물들의 풍류를 본받으려고 하였다. 왕희지나 이백의 이야기는 조선의 문인적 취향과 일치되어 선비들의 이상적 삶의 본보기 대상으로 성행했다. 조선의 선비들은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때마다 그 경치가 자신의 삶에 어떤 철학적 의미를 던져줄 것인지 생각하였고, 또 옛 사람들은 아름다운 경치 앞에서 어떤 생각을 하였는지 떠올리며 술잔을 기울였다.
술을 한잔 마실 때 마다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고 자신을 돌아보거나 시를 지었던 것에서 조선시대 선비의 음주에 대한 자세를 잘 알 수 있다.
◆ 원문 정보
五日 丙辰 洞親皆來見季華. 外客則權晦卿·安履吉·裵潤全. 食後季華先往子開家, 余與伯達諸人, 追往相別. 連日應接强飮, 氣甚不調. 三十日 辛巳 金玹族兄·金瑍族弟來見. ○堤川族祖母避病, 寓于奴家, 往拜之. 仍見子開, 强勸以酒, 不覺至醉. 一日 壬午 昨傷於酒, 終日困臥. 欲往江舍不果. 八日 己丑 以傳掌事, 與孟堅往院. 李原州以舊院長, 期而不至. 子瞻自溪上大醉, 率三子及金鋆來院, 不省人事矣. 九日 庚寅 與子瞻上天淵臺小酌. 移時, 子瞻及諸人皆散. 余亦欲還, 而聞趙奉敎壽益自覺華史庫來院, 留待. 李天翼·李榮進諸人, 以執事來院. 十日 辛卯 以昨日小飮, 終日氣不平. 薄暮趙公乃來, 謁廟而去. 十二日 癸巳 誦書. 食後往拜原州叔侍, 見士夙, 飮六七杯, 還院. 終夜昏困, 不能早起. 當深以爲戒. 新有司申榏來院. 二十六日 丁未 行祭後, 邀琴昌原丈來共餕. 罷後陪琴丈引諸友乘船, 酌酒游泳, 至夜乃散. 夜雨達曙. 以道自入齋日, 連日大醉, 如狂如癡, 爲人所非笑. 憂悶不可言. 醉不能還家.
◆ 원문 번역
을해년(1635, 인조 13) 1월 5일 병진 동네 친족들이 모두 계화를 보러왔다. 바깥 손님은 권회경權晦卿·안리길安履吉·배윤전裵潤全이었다. 밥을 먹은 뒤에 계화가 먼저 자개 집에 가고 나는 백달 등 여러 사람과 함께 뒤따라가서 서로 작별하였다. 연일 사람을 응접하고 억지로 술을 마셨더니 몸이 매우 불편하였다. 1월 30일 신사 김현金玹 일족 형과 김환金瑍 일족 아우가 보러왔다. ○ 제천 할머니가 병을 피하여 종의 집에 거처하기에 가서 뵈었다. 그 참에 자개를 만났는데, 억지로 술을 권하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취하였다. 2월 1일 임오 어제 술을 마시고 몸이 상하여 종일 곤하게 누워 있었다. 강사江舍에 가려고 하였으나 그렇게 하지 못하였다. 2월 8일 기축 사무 인계 때문에 맹견과 함께 서원에 갔다. 이 원주李原州(이영도)는 전임 원장으로, 오기로 약속을 하였으나 오지 않았다. 자첨이 계상溪上에서 크게 취하여 셋째 아들 및 김윤金鋆을 데리고 서원에 왔는데, 인사불성이었다. 2월 9일 경인 자첨과 함께 천연대天淵臺에 올라가서 술을 조금 마셨다. 한참 있다가 자첨 및 여러 사람들이 모두 흩어졌다. 나도 돌아오려고 하였으나 봉교 조수익趙壽益이 각화사覺華寺 사고史庫에서 서원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남아서 그를 기다렸다. 이천익李天翼과 이영진李榮進 등 여러 사람이 집사로서 서원에 왔다. 2월 10일 신미 어제 조금 마신 술 때문에 종일 몸이 불편하였다. 어스름 녘에야 조공이 와서 사당에 알현하고 갔다. 2월 12일 계사 『상서』를 외웠다. 밥을 먹은 뒤에 이 원주 아재를 뵈러 가서 사숙을 만나 예닐곱 잔을 마시고 서원에 돌아왔다. 밤새도록 몸이 까라져서 일찍 일어날 수 없었다. 깊이 경계해야할 일이다. 새 유사 신익申榏이 서원에 왔다. 2월 26일 정미 향사를 지낸 뒤에 금 창원琴昌原 어른을 불러 와서 음복을 하였다. 음복 자리가 끝난 뒤에 금 창원 어른을 모시고 여러 친구들과 배를 타고 술잔을 나누며 뱃놀이를 하다가 밤이 되어서야 흩어졌다. 밤부터 새벽까지 비가 내렸다. 이도가 입재入齋 날부터 연일 크게 취하여 미친 사람 같기도 하고 바보 같기도 하여 다른 사람들의 비웃음을 샀다. 걱정을 말할 수 없다. 취하여 집에 돌아갈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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