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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을 좋아하는 남명 조식
여러 벗들과 함께 두류산으로 가고자 했으나, 갑작스러운 서모의 병으로 집에 일단 돌아가야만 했던 금난수는 뒤늦게 먼저 떠난 일행과 합류하였다. 두류산에 들어가기에 앞서, 몇 해 전부터 계속 만나보고 싶었던 한 시대를 주름잡는 명유인 남명 조식을 찾아갔다. 정구, 권문현, 이원, 그리고 생원 김용정이 조식이 후학을 가르치기 위해 지어놓은
뇌룡당(雷龍堂)
에 자리를 함께 하였다.
각자 술을 지참했는데, 이를 마시고 다들 얼큰하게 취하자 조식은 먼저 노래를 부르면서 좌중에게도 노래를 부르도록 권하였다. 하지만 옛 노래가 아닌 자신이 스스로 지은 노랫말로 노래를 하라고 하였는데, 다들 쩔쩔매는 것 같으면서도 즐기는 눈치였다. 조식은 명랑한 성격이라서 주위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옆에 앉은 이원을 뼈 있는 농담으로 놀리는 것을 좋아하였다. 물론 이원도 이에 질 새라 농담으로 응수하며 조식을 놀려대었다. 그러자 조식은 “내가 이처럼 빈정거려도 화를 내지 않으니 이러한 점은 본받을만하다”라고 또 놀리는 것인지, 칭찬인지 모를 말을 하였다. 금난수는 이를 보고 조식이라는 사람은 기개가 있으나 사람이 원만하지는 않다고 생각하였다.
그 외에도 옛 선비들과 관련한 고사를 자기 방식으로 개성 있게 해석하였는데, 금난수는 이를 흥미롭게 여겨 기억해 두었다. 한참 이야기하던 조식이 문득 금난수에게 “그대는 퇴계 문하에서 무엇을 배우는가?”라고 물었다. 금난수는 집이 가까워 가끔 퇴계 선생을 찾아뵐 뿐이지 배운 것이 없다고 겸손하게 대답하였는데, 조식은 “그대의 말이 과감하다”라고 짐짓 놀란 척을 하였다. 그러면서 퇴계 선생에게 누가 무엇을 묻는 경우는 많으나 퇴계 선생의 말을 실천하는 사람은 없으니 퇴계 선생은 누가 뭘 묻거든 묻지 말라고 제지하는 것이 낫겠다고 하며, 금난수에게 농반 진반인 자신의 말을 퇴계 선생에게 전하라고 하였다. 그리고는 자고 가라고 권하였으나, 금난수는 집안일을 핑계 대며 사양하고 물러 나왔다.
개요
배경이야기
원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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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이야기
출전 :
성재일기(惺齋日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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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금난수(琴蘭秀)
주제 : ( 미분류 )
시기 : 1561-04-18
동일시기이야기소재
장소 : 경상남도 합천군
일기분류 : 생활일기
인물 : 금난수, 조식, 정구, 권문현, 이원, 김용정
참고자료링크 :
조선왕조실록
한국역대인물 종합정보 이원
한국역대인물 종합정보 금난수
한국역대인물 종합정보 조식
◆ 남명 조식과 퇴계 이황
퇴계 이황과 남명 조식은 모두 1501년에 태어나 나이가 동갑이었다. 1501년에 경상우도와 경상좌도를 대표하는 대학자가 두 명이나 태어난 것이다. 그리고 이황이 71세로, 조식이 72세로 세상을 떠났으니 둘은 완벽하게 동시대를 산 인물이다. 그러나 이 두 사람은 서신만 왕래했을 뿐 실제로 대면한 적은 없었다. 조식은 퇴계학파의 성리학논쟁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그는 퇴계학파가 현실 인식은 하지 않고 형이상학적인 이론 논쟁만 일삼고 있다고 생각했다. 반면 이황은 조식이 유학 이론에 깊지 못하다고 평했다.
학문적으로는 이견이 있었지만, 두 사람은 서로 호감을 가진 라이벌이었다. 1571년에 퇴계가 세상을 떠났다는 말을 들은 조식은 눈물을 흘리며 “같은 해에 태어나고 살기도 같은 경상도에 살면서 70년을 두고 서로 만나지 못했으니 어찌 운명이 아닌가. 이 사람이 가버렸다 하니 나도 아마 가게 될 것이다.”하였다. 이 말처럼 조식 또한 일 년 뒤 세상을 떠났는데, 일설에 따르면 “내 비석에는 처사라고만 쓰라”는 이황의 유언을 들은 조식이 “퇴계가 할 벼슬은 다하고 처사라니, 평생 동안 출사하지 않은 나도 이 칭호를 감당하기 어렵거늘”이라 했다고 한다. 경상좌도와 경상우도의 양대 산맥으로서 영남학파의 굳건한 버팀목이었던 퇴계와 남명의 제자들은 그 후 퇴계학파의 남인과 남명학파의 북인으로 갈라지게 된다. 점진적인 개혁의 씨앗을 뿌리며 신정치 세력인 사림의 입지를 다져 놓은 퇴계 이황과, 강렬한 비판 의식으로 무장한 말과 행동으로 급진적인 사회 개혁을 주장한 재야사림의 영수 남명 조식. 그들의 성향은 달랐지만 지향점은 같았다. 자신의 안위나 영달보다 사회 개혁 의지를 불태우면서 제자를 양성하고 자신의 학문을 정점으로 끌어올렸던 것이다.
경상도의 학자들 가운데는 두 사람을 모두 존경하여 두 문하를 번갈아 출입하며 학문을 계승한 인물들이 많았다. 정구·김우옹·정탁 등이 대표적인 학자이다. 그러나 조식의 수제자라 할 수 있는 정인홍(鄭仁弘)의 경우 이황을 비판한데다가 인조반정 때 역적으로 처형당하면서 조식의 명망이 퇴계에 비해 빛을 잃게 되었다.
◆ 원문 번역
4월 18일 이 훈도, 생원 김용정金用貞 및 권명숙, 정긍보와 함께 돌아가 남명을 뵙고 뇌룡당雷龍堂에 좌정하였다. 각자가 술을 가지고 왔는데, 술자리가 무르익자 남명이 먼저 노래를 부르면서 좌중에도 권하여 모두 노래를 하였다. 옛 노래를 부르지 않고 스스로 지은 말로 노래를 하도록 하였다. 성품이 높고 뛰어나 곁에 있는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았으니 과연 이전에 들은 대로였다. 기개는 보통이상이나 원만한 뜻이 모자랐다. 항상 이 훈도를 조롱하지만 놀리는 가운데 진실이 있었다. 이 훈도도 지지 않았는데, 남명이 “내가 이처럼 빈정거려도 화를 내지 않으니 이점이 본받을 만하다.”고 운운 하였다. 또 말하기를, “길재吉再 선생은 주상이 토지 백 결結 남짓을 내려주었으나 모두 곡식을 갈아먹지 않고 대나무를 심었는데, 나중에 관죽전官竹田이 되었다. 이 대단한 이야기는 우리나라 야사에 없어서 사람들이 모두 알지 못하니 한탄스럽다.”고 하였다. 또 이색李穡에 대한 고사를 말하기를, “태조가 그를 부르자 전각 아래에 나아가 서 있으면서 절을 하지 않았는데, 태조가 전각을 내려와 읍揖을 하니, 이색이 ‘이제 서로 보았으니, 돌아가려오.’하여 마침내 귀가를 허락하였다. 이는 큰 절개이나 후대 사람들이 모르면서 의심을 하였으니, 잘못이다.”고 하였다. 또 말하기를, “노군자(老君子)만 있고 소년군자(少年君子)는 없으니, 내가 전후의 변천을 살펴보건대, 흰데 검다 하고 검은데 희다고 하니, 조금도 서로 비슷한 점이 없다. 비록 ‘군자답다.’고 하나, 내가 믿지 못하겠다.” 고 운운하였다. 또 말하기를, “그대는 퇴계 문하에서 무엇을 배우는가?”하기에, “다행히 한 고을에 있으면서 마을이 가까워 때때로 나아가 뵐 따름이지 배우는 바는 없는데, 또 무슨 말씀드릴 만한 일이 있겠습니까.”라고 대답하니, 남명이 “그대의 말이 과감하다.”고 운운하였다. 또 말하기를, “퇴계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그대는 호남의 여러 유생들이 퇴계와 성리性理를 논변한 내용을 보았는가? 전현前賢의 논석論釋이 지극하고 극진하여 후생이 전현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데, 전현의 말을 찾아 따지기만 하고 실천하는 힘은 부족하다. 전현의 말을 찾아 실천하지는 않고 성리의 학문만 높게 논하는 일이 옳은지 모르겠다. 질문을 하는 사람이 비록 묻더라도 퇴계는 그를 제지하는 것이 옳겠다. 퇴계가 또한 그렇게 할 것인지는 내가 비록 자신할 수는 없으나 혹시 나에게 물어 온다면 나도 그렇게 할 것이다. 내가 전현의 말을 깨닫지 못했는데, 어느 겨를에 다시 성리를 논하겠는가. 그대는 이 말을 퇴계에게 고하라.”고 하였다. 또한 만류하여 자도록 하였으나 속히 집으로 돌아가야 하기에 사양하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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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명집(南冥集)』
뇌룡정
뇌룡정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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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명 조식 유적 숭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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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류산으로 떠날 계획을 세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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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1-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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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가 제사에 참석하다
1561-05-05
경상북도 안동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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