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
  • 검색

상세검색

디렉토리검색
검색어
시기
-
마패로 말을 빌려 타며 임지로 가는 길
태조 이성계의 어진이 봉안된 경주 집경전(集慶殿)의 참봉으로 새로 발령받은 금난수는 사은숙배를 한 후 병조에 들러 마패(馬牌)를 받았다. 마패는 출사(出使), 즉 출장을 가는 관원들이 역원(驛院)에서 역마(驛馬)를 빌려 탈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증표였다. 마패에는 관원들의 품계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마필의 수를 새겨놓았다. 종9품이었던 금난수는 많은 말을 사용할 수는 없었지만 지친 말을 갈아탈 수 있다는 것만 해도 먼 길을 떠나야 하는 사정에 있어서는 매우 요긴했다.

금난수는 경안역(현 경기도 광주)에서 처남 조목과 사마시 급제 동기인 찰방 박길보(朴吉甫)를 만나 좋은 말을 지급받았다. 경안역에서도 융숭한 대접을 받아 이미 만족스러웠건만, 박길보는 다음에 금난수가 들른 덕풍역(현 경기도 하남시)에도 서리 김사호(金士浩)를 보내 금난수를 잘 대접해 줄 것을 연통해 놓았다. 이런 인맥 덕인지, 금난수는 들르는 역마다 매우 후한 대접을 받을 수 있었다. 아천역, 유춘역, 가흥역을 지나 연원역(현 충청북도 충주)에서도 찰방 민의(閔椅)가 금난수를 반기며 고급 등급의 말과 말구종을 지급해 주었다.

좋은 말을 탄 덕에 피로감 없이 창락역(현 경상북도 영주시)까지 온 금난수는 말을 갈아타지 않고 말 먹이만을 먹인 뒤, 집까지 곧바로 달렸다. 12월 6일에 출발하여 약 이레 만에 집에 도착한 것이다.

임지로 가기 전에 동네의 친지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 금난수는 12월 20일에 경주로 길을 나섰다. 안기역(현 경상북도 안동시)에서 하룻밤을 잔 뒤, 12월 22일에는 청로역(현 경상북도 의성군)에서 함께 집경전에서 근무하게 될 동료를 만났다. 다시 청경역(현 경상북도 영천시)에서 말을 갈아타고, 12월 25일에야 경주에 도착하였다.

안동에서 경주까지는 사실 닷새나 걸릴 만큼 길이 멀지는 않았으나 가는 길목마다 친지들과 지인들이 있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시일이 오래 걸렸다. 여기저기에서 대접을 잘 받은 덕분인지 닷새나 되는 여로에도 금난수는 거의 피로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어쩐지 경주에서는 제릉에서보다 훨씬 더 편히 지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닫기
닫기
관련목록
시기 동일시기 이야기소재 장소 출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