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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후 들판에 남은 곡식들을 살피다
노상추의 집안에서 경작하고 있는 논밭은 낙동강 주변에 펼쳐져 있었다. 가장 높은 소출을 내는 논은 포(浦) 인근의 밭이었다. 낙동강이 실어온 퇴적물이 좋은 영양분이 되어주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위험부담도 컸다. 비가 많이 내려 낙동강이 범람하면 논밭에 심어놓은 곡식이 모두 쓸려 내려갔다. 여름이 되자 올해도 여지없이 비가 내리고 홍수가 났다.
비가 많이 내리기 전에 노상추의 집안에서는 보리타작을 미리 해두었다. 홍수가 나면 보리마저 쓸려 내려가기 때문에 제때 수확해서 양곡을 저장해 둬야 했다. 이번 하짓날에 타작한 보리는 이전에 미리 거둬 둔 것이었고, 아직 밭에는 채 수확하지 않은 보리들이 있었다. 노상추는 내리는 비를 보며 발을 동동 구르다가 장대비가 그치자마자 밭으로 나가 보았다. 다행히 들에 보리가 남아 있었다.
남은 보리를 갈무리하자 또다시 며칠 동안 굵은 비가 내리고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이번에야말로 강물이 넘쳐 포 인근의 논밭이 잠기게 될 것 같았다. 보리를 거둬들인 후 포의 논밭에 남겨놓은 것은 밀뿐이었다. 과연 포 인근의 논밭은 모두 잠겨버렸다. 하지만 밀은 기특하게도 물에 둥둥 뜬 채 떠내려가지 않고 남아 있었다. 덕분에 밀도 보리와 마찬가지로 거둬들여 타작할 수 있었다. 장마철은 매일같이 하늘을 보며 일희일비하는 날의 연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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