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전 : 노상추일기(盧尙樞日記) 전체이야기보기
저자 : 노상추(盧尙樞)
주제 : ( 미분류 )
시기 : 1794-05-01 ~ 1794-10-27 동일시기이야기소재
장소 : 평안북도 삭주군
일기분류 : 생활일기
인물 : 노상추, 박한우, 박한주, 노정엽, 윤홍심, 최사요, 장지원, 허칭
참고자료링크 :    조선왕조실록  한국역대인물 종합정보 노상추

◆ 조선시대 수령의 손님접대

박계숙이 홍원현의 수령인 김충민과 같은 도 출신이라 하여 환대를 받은 장면이다. 조선시대에는 본래 출생지인 거주지를 떠나는 일은 흔치 않았다. 양반의 경우 관직에 진출하여 서울에 거주하게 되거나 혹은 다른 지역의 수령으로 가는 경우가 있고, 무관이라면 변방지역에 근무를 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외에도 정치적 이유로 유배를 가게 되거나, 기타 개인적인 이유로 여행하는 경우 등이 있었다. 때문에 이런 외지에서 동향인을 만나면 서로 매우 반기고 환대하는 일이 많았다.

보통은 같은 고을 출신을 동향 출신이라고 하였지만, 같은 도 출신 정도만 되어도 동향인으로 취급하는 경우가 많았다. 양반의 경우, 지역 사회에서 혼맥과 학맥 등으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경우가 많았으므로, 오늘날보다 훨씬 지역 사회 내에서 인적 관계망이 촘촘하고 복잡하였다. 때문에 양반 신분 내에서 같은 도 출신이라 한다면 꼭 개인간에 안면이 없다 하더라도 집안이나 학문적 관계로 묶여있을 가능성이 상당히 컸다고 할 수 있다.

한편 김충민은 홍원현 수령의 신분으로 이들을 위해 잔치를 베풀어주고 있는데, 조선시대 수령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가 빈객을 접대하는 일이었다. 현재 남아있는 조선시대 수령들의 일기 등을 살펴보면 일과 중 가장 중요하게 기술되어 있는 것이 바로 사람을 만나 접대한 일이었다. 공무를 위하여 해당 지역에 들른 관원, 수령 개인을 만나보기 위해 온 친구나 가족, 수령에게 청탁을 하기 위하여 서울의 지인들이 보낸 사람들, 인근 군현의 수령들, 군사업무 협조 등을 위하여 인근 병영이나 수영 등에서 건너온 군지휘관들 등 빈객의 구성원은 매우 다양하였고 성격 역시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이 혼재해 있었다. 박계숙의 경우는 신분이 비록 군관이라고는 하나, 숙박이나 식량 지급을 넘어서 기생을 동반한 연회를 열어준 것 등을 봤을 때 역시 동향 출신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특별히 후대한 것으로 보인다.

◆ 원문 이미지

◆ 원문 번역

  갑인일기 1794년(정조18) 5월 초1일(정해) 볕이 남. 닭이 세 홰째 울 때에 망하례를 거행하고 이어서 향교로 나가 문묘에 알현하였다. 관아로 돌아와서 좌기하여 각 반열에 있는 아랫사람들에 대한 점고를 끝내고 자리를 마쳤다. 식후에 향교의 접생接生에게 『소학』의 강을 받았다. 한낮에 선산善山의 친구 박한우朴漢禹와 박한주朴漢柱 군이 찾아왔다. 타향에서 옛 사람을 만나는 것은 기쁜 일이지만 도리어 걱정스럽다. 5월 초2일(무자) 볕이 나고 바람이 거세게 붊. 친구 박한우朴漢禹는 지난 달 15일에 출발했다고 하는데 집의 편지를 얻어 보지 못했고 평안하다는 소식만 들었다. 또 중간에 조카 정엽珽燁을 만나지 못했다고 하니, 어느 참站에서 길이 서로 어긋났는지 알지 못해서 답답하다. 활 10여 순을 쏘았다. 5월 초3일(기축) 조금 볕이 나고 아침 전에 비가 뿌리다가 곧 그쳤으며 바람이 어지럽게 붊. 활 10순을 쏘았다. 서울의 경력 윤홍심尹弘心의 남자종 삼득三得이 편지를 가지고 찾아왔는데, 편지에서 부탁한 것은 200금金을 융통해 달라는 일이었다. 삭주부朔州府의 읍황邑況은 하루 비용으로 배정된 것이 13냥 5전이므로 가난한 고을이라고 하겠다. 원근의 친지들은 서로 1만 금의 읍황이라고 말을 전하면서 날마다 찾아온다. 우습고 탄식스러우며 걱정스럽다. 10월 초8일(임술) 볕이 남. 일찍부터 환곡을 받아 한낮이 되자 마치고 그대로 남창南倉으로 향하였다. 30리를 가서 판막령板幕嶺을 넘고 5리 쯤 가서 화진현火陳峴을 넘어 남창에 도착하여 묵었다. 종형從兄 최사요崔師堯씨가 초7일에 출발하여 이곳에 와서 머물고 있었다. 걸어왔다가 걸어가므로 오지 않느니만 못하게 되었으니 참으로 통탄스럽다. 세상 사람들이 이치를 모르고 관장官長이 쓰는 돈에 여유가 있다는 말을 하면서 천리를 멀다하지 않고 와서 요구하는 것이 너무 많아서 도리어 낭패스럽게 되었으니 답답하고 한탄스러울 뿐이다. 밤에 대창大倉의 감색監色과 면임이 와서 알현하고 돌아갔다. 10월 26일(경진) 볕이 나고 바람이 없음. 아침 일찍부터 환곡을 받았는데 한나절 만에 마쳤다. 촌민이 호랑이를 잡아서 가죽을 바쳤는데 중호中虎의 가죽이었다. 역驛에서 출발하여 다시 속사령束沙嶺을 넘었는데 이미 빙판이 되어 있었으니 환곡을 바치러 오는 백성들이 걱정스럽다. 부府에 도착하자 날이 이미 저물었다. 수군절도사 윤범서尹範敍는 아침 뒤에 창성昌城에 도착하여 도배장到配狀이 나왔다. 선달 장지원張趾元이 왔다는 말을 듣고 저녁에 하처下處에 가서 보았다. 천릿길을 찾아온 이유가 물건에 관심이 있어서이고 인정 때문이 아니니, 도리어 답답하다. 위원渭原의 장교 이대익李大益이 와서 알현했는데, 그의 어미는 옛날에 내 할아버지가 부임했을 때에 수청隨廳을 들었던 기생이다. 옛 정의情誼를 말하면서 와서 알현했으니, 옛날을 생각하는 마음이 아직도 남아 있는 것이다. 위원 수령 성대중成大中의 편지가 왔다. 10월 27일(신사) 볕이 남. 이날 한낮에 서울의 선전관 허칭許稱이 선천宣川으로부터 와서 도착했는데, 또 물건을 청하려고 온 것이다. 책임을 때우려고 그의 요구에 부응한 것이 봄부터 겨울까지 거의 6백여 금金이 넘는다. 쌓인 빚을 갚지도 못했는데 또다시 읍채邑債를 지게 하니 말류末流의 폐단이고 나라에 죄인일 뿐이다. 밤에 술과 안주를 차려 허許 선전관을 대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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