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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신 배웅하기
정탁(鄭琢)은 이번에 명나라 사신을 배웅하는 전위사(餞慰使)의 역할을 맡게 되었다. 왜영(倭營)에서 홀로 탈출한 사신 이종성(李宗城)은 이제 중국으로 돌아갈 것이다. 사신은 주상 전하를 20일에 남대문 밖에서 만나 뵙고 벽제관으로 오는 일정이었다.
벽제관으로 미리 가 중국으로 돌아가는 사신을 기다렸다. 이날 아들 윤목(允穆)이가 날 따라왔다. 중국 사신을 만나는 기회는 흔한 일이 아니니 윤목이에게도 큰 배움이 될 것이다. 이후 사신이 벽제관에 도착한 건 이틀 뒤의 일이었다. 나름대로 대접을 해본다고 예단을 바쳐 보았지만 반응이 냉랭했다. 잔치를 열어 보아도 마찬가지였는데 사신은 그저 시큰둥한 반응만 할 뿐 어떤 대접에도 응하지 않았다.
사실은 그럴 만도 했다. 복잡한 사정이야 무엇이건 그는 부산의 왜군 본영에서 탈주해서 명나라로 돌아가는 길에 들른 것뿐이었다. 조선 조정에서도 정사의 그런 행동을 두고 이런저런 말이 많았지만, 명나라 정사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런 상황이니 잔치며 예단이며 받을 여유가 없는 것도 이해 못 할 일은 아니었다.
사실 주상 전하께서 사신을 남대문 밖까지 나가 만나는 것도 나로서는 마뜩잖았다. 지금 같이 명나라가 체면을 크게 잃어버린 상황에서, 무거운 격식을 갖추는 게 명나라 사신인들 편한 일이겠는가 말이다. 그리 생각하면 사신의 떨떠름한 반응은 모두가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는 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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