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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렵(川獵)을 하면서 보낸 오후
초여름이 막 시작되던 어느 맑은 날, 이우석(李愚錫)은 점심을 먹고 오시(午時, 11~13시) 무렵 지인인 이백원(李伯元)의 집에 새로 지은 서재를 방문했다. 서재 안에는 막 글을 배우는 어린 학동들을 위한 《천자문》과 《동몽선습》을 비롯해 《논어》와 《맹자》 같은 책들이 일렬로 꽂혀 있었다. 한참 서재를 구경하고서 이백원과 차담을 나누고 있는데, 밖이 소란해서 내다보니 미산(美山)에서 공부하는 학도들이 찾아온 것이었다. 이 학도들은 이우석과 이백원에게 함께 천렵(川獵)하러 나가자고 권했다.
천렵이란 냇가에서 고기를 잡아서 찌개도 끓이고 다른 음식도 만들어 먹으면서 즐기는 놀이이다. 이우석은 서울에서 살던 젊은 시절, 여름이면 친구들과 천렵하며 여름을 즐겼던 기억이 있다. 이백원은 서재에 이 학도들이 볼만한 책을 갖춰놓을 정도로 젊고 어린 학도들과 친분이 깊은 인물이다. 이백원은 흔쾌히 학도들의 청에 응하면서 통발이나 작살, 족대 등 어로 도구를 빌려주었다. 흥이 난 이우석도 이백원을 따라 천렵하는 곳으로 나갔다. 통발 가득히 팔딱이는 물고기를 잡으면서 한참 놀고 나서 잡은 물고기를 조리하면서 즐기다 보니 시간은 훌쩍 흘러 어느덧 해 질 무렵이 되었다. 그제야 놀이가 파하고 모인 사람들은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이우석은 천렵하는 시간만큼은 그간의 이런저런 근심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이우석이 귀가했더니 전에 부탁했던 인부 24인이 도착해 있었다. 이우석의 집으로 장작을 운반하기 위해 요청한 인력인데, 애당초 이우석이 생각한 숫자보다 많았다. 이들에게 장작을 두 차례 운반하여 집안에 들이게 하고 나니 깊은 밤이 되었다. 밤으로 접어들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는데 이우석은 낮에 흥겹게 놀았던 일도 어느새 잊고 심상치 않은 빗소리에 어딘지 모를 불안한 기분을 느끼며 자리에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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