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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되는 가뭄과 왕실 기우제
계절은 어느덧 한여름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아침부터 강렬한 태양 빛이 내려 쪼이던 초복 아침, 이우석은 최근 며칠간 보지 못했던 신문을 모아 요새 왕실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살펴보았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기우제 기사였다. 최근 하지가 이미 지났는데도 비가 내리지 않아 가뭄이 지속되고 있으니, 기우제 날짜를 기다릴 것 없이 빨리 기우제를 시행하자는 장례원(掌禮院)의 건의가 있었다고 한다. 황제는 이 건의를 받아들여 삼각산·목멱산·한강에다 첫 번째 기우제를 지내게 했다고 한다. 하지만 역시 비가 내리지 않았기에 두 번째 기우제는 날짜를 점치지 말고 지내되 헌관 이하 집사(執事)를 각별히 선택하여 임명하게 하셨다고 한다.
연이어 지낸 기우제에도 불구, 가뭄은 계속되었고, 들판에 예년과 같은 푸른 빛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후에 들은 바에 의하면 황제께서는 농사일을 크게 걱정하신 나머지, 급하지 않은 토목 공사는 모두 중지하도록 분부하셨다고 한다. 또한 각 나라 공사관(公使館)에 당분간 양곡을 항구로 실어내 가는 것을 금지하며, 혹 양곡을 항구로 들여오는 경우에는 면세하도록 한다는 방침을 통보하게 하셨다고 한다.
이번 여름에 지낸 기우제는 황제가 친히 지낸 기우제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황제가 친히 기우제를 지낼 때는 제주도에서 기른 검은 소를 희생으로 쓰고, 여러 번 제사를 지내면 제물로 쓸 검은 소도 그만큼 더 많이 필요한 법이라 민력이 많이 소요되었을 것이다. 백성의 농사일을 염려하시는 황제의 용심(用心)은 갸륵하시나,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더운 여름철에 소를 진상하기 위해 애썼을 관리들의 노고를 생각하며 이우석은 착잡한 기분으로 신문 지면을 넘겨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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