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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의 병든 선비, 강물 위에 흩뿌린 붉은 꽃잎에 취하다
김령의 아들과 이실(而實) 형제가 배를 저어 앞 담[潭]에 도착하였다. 김령은 병중이었으나 기꺼이 그들을 따라 나섰다. 강은 맑고 날은 따뜻하며 수풀의 잎들은 푸르고 무성하였다. 철쭉은 곳곳마다 언덕을 뒤덮었고 그 빛이 물 밑까지 환하게 비추었다.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 절벽 아래에 배를 멈추었는데, 겹겹이 포개지며 위태롭게 치솟은 돌과 바위의 형상이 기이한 경치를 그려내고 있었다. 그 풍경의 한가운데에서 그는 수없이 많은 술을 돌려가며 마셨다.

당시 김령은 병으로 거동이 어렵고 우울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이 하루의 상쾌함이 그의 병을 잊게끔 했다. 그는 벗에게, “천만가지로 다른 사람의 삶. 몸과 마음이 서로 들어맞아 한가롭고 고요한 가운데 마음껏 노닐며 만년을 마친다면 더한 즐거움이 있겠는가.” 하고 말했다.

여종의 노래에 흥을 돋우고, 술잔을 든 이실이 스스로 노래하기도 하였다. 바위 아래 물굽이로 배를 옮기니 풍경은 더욱 아름다웠고, 철쭉이 비단처럼 만개하였다. 꽃을 꺾어 뱃머리에 꽂아두고 남은 꽃들은 강물 위에 흩뿌렸다. 담의 물이 돌아 흘러, 붉은 꽃 조각들도 빙글빙글 돌며 흘러내려가려하지 않았다. 언덕에 올라가 숲을 헤치고 풀을 줍는 아이들을 구경하는 것도 즐거웠다.
해는 넘어가고 비가 올 기미가 보였으며, 모두 술에 취해 몽롱했다. 하지만 흥취가 무르익지 않아 피곤한줄 모르고 바싹 다가앉아 농담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중에는 마을 장정과 중을 시켜 구령을 붙이며 상류로 배를 끌었다. 비가 내려 옷이 젖었지만 젖는 대로 내버려두었다. 아득히 침락정 불빛이 숲속으로 사라져갔다. 밤은 깊었고 비는 그치지 않아 여기서 뱃놀이를 그만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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