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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항하기 전 배와 바다의 신에게 제사를 지내다
1632년 7월 16일, 홍호(洪鎬)가 탄 배가 드디어 명나라를 향해 출항을 시작하였다. 임금의 돌아가신 아버지 정원부원군을 왕으로 추숭하고 이에 대한 시호를 명나라에 요청하기 위한 사신단의 일행으로 홍호가 참여하게 된 것이다. 사신단은 모두 6개의 배에 나누어 탔는데, 홍호는 3호 배에 올라타게 되었다. 이제 거친 바다를 헤치고 명나라까지 긴 여정을 떠나야 할 시간이 된 것이다.
배를 출발하기 전 밤중에 항해 개시를 고하며 배의 신에게 제사를 지냈다. 어제는 바다의 신과 용왕님에게 제를 올렸다. 제문은 사신단의 일행에 속한 이장배란 자가 지은 것이었다.

세상의 모든 강과 하천이 돌아가는 곳으로
제사 받는 순번에서도 으뜸에 있으시네
정성으로 현황(玄黃)을 받들어
저 넓은 바다를 항해하려니
충성과 신뢰에 의지하여
밝은 신에게 이로써 기원하노니
영험한 복을 밝히시어
파도를 거두고 길을 열어주셔서
오가는 길에 편안토록 하소서
시종일관 도와주시길
보잘것없는 제물과 술을 올리니
밝게 임하여 주시길 바라옵니다.

드넓은 바다는
용왕님의 댁일지니
오가는 배들은
모두 용왕님의 도움을 입은 것
나라님의 예물을 보호하여 가나니
음으로 양으로 도우시길 비옵니다
상어와 악어를 물리쳐 주옵시고
수코래 암코래를 쫓아 주옵소서
아득하고 드넓은 바닷길을 건너가노니
하루도 안돼 천리를 가게끔 하옵소서
감히 조촐한 상을 마련하였사오니
흠향하여 주옵소서.

홍호는 제를 지내는 동안 과연 바다신과 용왕님이란 자가 있는지도 모르는데, 저리 정성스럽게 제를 지내는 뱃사람들이 다소 신기해 보였다. 그가 수십년 동안 공부한 학문에서는 용왕님이나 대해신(大海神) 같은 존재는 모두 거짓이라고 배웠다. 바닷길로 사행을 가게 되었다고는 하나, 이런 제에 불쑥 끼어들게 되니 다소 당황스러운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홍호보다 상관인 정사나 부사 역시 아무말 없이 제를 지내고 있어 어쩔 수 없이 그들이 하는 양을 지켜보았다. 아무렴 어떠랴. 무사히 사행을 갔다 올 수 있다면 까짓 근본이 없는 믿음이나마 제 한번 지내는 것이 어디 어렵겠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막 제를 지내고 출발해서인지 항해 첫날 날씨는 맑고 바다는 더없이 푸르렀다. 홍호는 처음 만날 명나라의 문물과 풍경을 생각하며 마음이 부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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