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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랑을 만나 정신이 아득해지다
1632년 8월 17일, 홍호(洪鎬)는 명나라로 향하는 배안에 있었다. 새벽에 광록도를 출발하여 용당을 지날 때였다. 정사의 배와 여타 사행단의 배 두 척도 홍호의 배 뒤를 따르던 중이었는데, 갑자기 한줄기 거센 바람이 북쪽에서 불어오더니, 새까만 구름이 마치 물에 먹을 풀어놓은 듯하고 빗줄기가 장대처럼 퍼붓기 시작하였다. 그 모습이 참혹하고 맹렬해서 홍호는 정신이 아득해지는 공포를 느꼈다.

뱃사람이 바쁘게 중앙의 돛대에서 돛을 내리고는 뱃머리의 거적을 걷으려는데, 바람이 바다를 말아 올려서 놀란 파도가 병풍처럼 눈앞에 펼쳐지고, 성난 바람소리가 땅이 꺼지는 소리보다 장렬하게 울렸다. 배안의 있던 모든 사람들이 나서서 신속히 대척하여 경우 풍랑을 피해 배를 지켜내고 다른 탈은 없었다.

배를 돌려 바람을 따라 30리쯤 가니, 비가 그치고 구름은 흩어졌으며 바람은 갑자기 줄어들었다. 돛을 올리고 다시 길을 가니 거짓말처럼 하늘이 곧장 맑게 개는 것이 아닌가. 삼계도, 해성도란 섬 사이에서 바라보니, 사행단의 두 배는 이미 목적지인 평도에 정박하였고, 뒤따라오던 배들 중 하나도 인근 삼계도에 닻을 내리는 것이 보였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홍호는 제수를 준비하여 앞서 거우도와 장산도에서처럼 바다의 용왕에게 제를 올렸다. 애초 재를 올리는 모습을 보고는 못난 이들의 무식한 처사라 여겼는데, 직접 바다의 풍랑을 겪어보고는 허겁지겁 재를 올려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었다. 노련한 뱃사람들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바다 한가운데서 고기밥이 될 뻔하였단 생각이 들자 고마운 마음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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