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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사묘를 참배하다

1660년 3월 7일, 김수흥은 마침내 안동에 도착하였다. 조정에서 사시관(賜諡官)의 임무를 띠고 영남으로 내려와 경주로 향하던 중, 안동의 태사묘를 참배하기 위해 들른 것이다. 김수흥은 안동 김씨이고, 따라서 태사묘는 집안의 시조를 모신 곳이 되는 셈이었다.
묘는 안동 객사의 북쪽에 있었는데, 사당은 세 칸 규모로 세워져있었다. 김수흥의 조상인 김태사의 신위는 동쪽에 있고, 권태사의 신위가 중앙에, 장태사의 신위는 서쪽에 있었다. 해마다 이곳에서 제사를 지내는데, 권씨 집안의 자손을 실무자로 삼고, 고을의 호장이 그 하급실무자가 되어 봄, 가을로 제사를 지낸다고 하였다. 권씨 집안의 자손들이 가장 성대하였기에 중앙에 신주를 모시고, 술을 따라 올릴 때에도 권태사에게 먼저 드렸는데 이런 전통이 오래되어 감히 고치지 못하였고, 제사 때 실무 역시 권씨가 아닌 다른 성에서 맡지 못한다고 하였다.

사당을 참배하고 나서 방명록에 이름을 썼다. 방명록을 쓰자 고을의 호장이 오래된 기물 한 상자를 가져왔는데, 그 안에는 여러 가지 기물이 들어있었다. 옛적 공민왕이 홍건적을 피하여 이곳 안동으로 피신한 적이 있는데, 난이 끝나고 다시 개성으로 돌아갈 때 안동의 호장에게 하사한 물건들이라고 한다. 물건들의 품질이 모두 좋아 보였고, 종이에는 어보가 찍혀있는 것도 있었다. 김수흥은 태사묘에 들러 시조 할아버지와 전왕조의 임금의 자취를 모두 만나보게 된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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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전 : 남정록(南征錄) 전체이야기보기
저자 : 김수흥(金壽興)
주제 : 명승유람
시기 : 1660-03-07 ~ 동일시기이야기소재
장소 : 경상북도 안동시
일기분류 : 유산일기
인물 : 김수흥, 김태사
참고자료링크 : 승정원일기 조선왕조실록

◆ 안동 명문가문들의 뿌리가 있는 곳, 태사묘

이 이야기는 김수흥이 안동을 지나면서 태사묘에 참배한 내용을 담고 있다. 태사묘는 고려 건국에 큰 공을 세운 안동권씨의 시조 권행(權幸), 안동김씨의 시조 김선평(金宣平), 안동장씨의 시조 장정필(張貞弼)을 제향하고 있는 사당이다. 문헌에 의하면 신라 말엽에 김행이 고창군(古昌郡 : 지금의 안동)을 지키고 있을 때 후백제왕 견훤(甄萱)이 반란을 일으켜 경주로 쳐들어와 왕을 죽이고 왕비를 능욕하였으므로 고려 태조 왕건이 견훤을 토벌하고자 신라로 내려왔다. 왕건의 군대와 견훤의 군대가 팔공산을 중심으로 대치하고 있을 때 김행이 김선평, 장정필과 상의한 끝에 고려를 도와 신라의 복수를 꾀하였다. 뒤에 왕건이 삼국을 통일한 뒤에 김행의 용기를 칭찬하여 권씨로 개성(改姓)하게 하고 김선평과 장정필을 모두 태사에 봉한 뒤 안동을 부로 승격시키고 사당을 지어 부민이 제사를 지내도록 하였다. 이후 안동부민이 3태사의 업적을 추모하여 사당을 세우고 제사를 지냈으며, 사당 건물은 1561년(명종 16)에 중수하였다. 당시부터 천여 년간 안동권씨 측에서 묘사를 주관하였으나 영조 때 왕명으로 3공신의 자손은 동일한 것이니 3태사의 자손이 공동 관리할 것을 명하여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묘우 안에는 묘정비·보물각·숭보당·경모루 등이 있어 유물과 유적을 보관하고 있으며 3태사의 자손들이 모여서 봄과 가을에 제사를 지낸다. 또한, 3공신묘는 지방의 사우 중 가장 오래된 것이며 고려건축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여 중수 때에도 제도를 변경하지 않았다.

◆ 원문 이미지

◆ 원문 번역

1660년 3월 초7일.
아침에 태사묘太師廟에 참배하였다. 묘는 객관의 북쪽에 있으며, 사우祠宇는 세 칸이다. 김태사의 신위는 동쪽에 있고, 권태사는 중앙에 있고, 장태사는 서쪽에 있다. 사우를 세울 때에 본부의 호장戶長이 제사를 주관했다. 그 뒤에 모두 막중한 제사를 호장에게 맡길 수 없다고 하여, 권씨 집안의 자손을 유사有司로 삼고, 호장을 하유사下有司로 삼아 춘추로 향사를 지냈다. 권씨 집안의 자손들이 가장 성대하였기에 중앙의 신주를 상上으로 삼아 잔을 드릴 때 반드시 권태사에게 먼저 드렸는데, 이런 전통이 오래되어 감히 고치지 못했고, 권씨에게 맡겨진 유사의 임무도 또한 다른 성에게 바꾸어 보내지 않았다고 한다. 사당 가운데에 권응정權應鼎이 지은 비문이 있고, 중문 밖에 향관청享官廳이 있다. 사당에 참배한 뒤에 물러나 여기에 앉아, 『묘견록廟見錄』에 이름을 썼다. 호장이 당 가운데에 오래된 기물 한 상자가 있는데, 사당에 참배한 모든 사람들이 반드시 보고 완상했다고 한다. 그것을 진열하게 하니, 곧 하나의 흰색 옥피리가 금으로 띠를 두르고 은사銀絲를 빙둘렀는데, 완연히 새로운 것 같았고, 불어보니 소리가 매우 밝게 울렸다. 또 청홍 각 색의 포목 5ㆍ6단端, 여지荔枝 금대金帶 하나, 여지 동대銅帶 하나, 삽금대鈒金帶 하나, 옥관자玉貫子 둘, 한 쌍의 은행기銀行器 하나, 은수저 각 하나, 상홀象笏 하나, 붉게 옷칠한 크고 작은 쟁반 각기 하나, 표목탁구瓢木卓具 같은 붉은 칠목 각기 하나, 복주목사福州牧使 장지처張志處의 교서 한 통은 모두 공민왕이 홍건적을 피하여 이 읍에 머무르다 환도할 때에 본부의 호장에게 하사한 물건이라고 한다. 교서지의 품질과 장단은 시축詩軸의 양상과 같았다. 초면에 초서로 교敎 자를 크게 썼는데, 그 해는 지정至正 25년(1365)이었다. 어보御寶는 완연했지만, 전문篆文은 지금과 쓰는 것과 크게 달라 알아볼 수 없었다. 본부의 김씨 성을 가진 향리鄕吏에게 써서 올리게 하니, 그 수가 많게는 50여 명에 이르렀다. 권씨 성을 가진 사람은 이보다 배는 많으며, 장씨 성을 가진 사람은 겨우 약간 명이다. 호장의 임무는 김씨와 권씨 두 성이 서로 번갈아 그것을 담당했다고 한다. 이 날에 일직현一直縣에서 점심을 먹었고, 저녁에 의성현義城縣에서 묵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