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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식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이 말짱 거짓말이라 한다
1911년 2월, 요사이 서당이나 서원 대신 신식학교를 설립하는 경우가 부쩍 많아졌다. 합방 이전부터 나라에서도 신식학교를 장려하였는데, 처음에는 펄쩍 뛰며 반대하던 양반가문에서도 가족 학교를 만드는 일이 잦아졌다. 그런데 얼마 전 들으니 상주에 사는 이경주란 사람이 경상남도 합천 부근에 수백 칸의 집을 짓고는 1천 명의 학생을 모집하여 학교를 설립하였다고 하며 이름을 농상회사, 직조회사, 융명회사, 의약회사 등으로 지었다고 한다.

학생들의 재질에 따라 가르치고 졸업시킨다는 것이며, 이경주 자신이 직접 교사가 되어 학생을 가르친다고 한다. 또 태양등을 만들어 밤을 낮과 같이 밝히는 한편, 무선전화를 만들어 천리 밖까지 사람의 말을 전하는데 묻고 대답하는 것이 마치 옆에서 대화하는 것처럼 한다는 것이다. 실로 이경주란 사람은 만고의 기재란 생각이 들 법 하였다. 또 경상도에서 이름 높은 유학자 곽종석도 이 학교에 참여하였단 소식이 들렸다. 이 소식을 듣자 박주대는 신식 학교란 것을 마냥 나쁘게만 볼 것은 아니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게다가 곽종석은 이름 높은 도학자인데, 그가 참여하였다면 그 학교의 배움이 도에 해가 되는 것들은 아닐 것이란 기대도 있었다.

그런데 최근 합천 등 경상남도 인근 고을에서 온 사람들의 말을 들으니 이경주가 세운 학교는 사실과 다르다고 한다. 그리하여 풍문을 듣고 모였던 학생들도 반 이상 집으로 돌아가고 학교에는 학생이 몇 남지 않았다고 한다. 이른바 무선전화니 태양등이니 하는 말은 말짱 거짓말이었다고 한다. 그러면 그렇지. 박주대는 애초 가졌던 신식 학교에 대한 못마땅한 생각이 다시 머리에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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