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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죽은 지 백일이 되어 굿을 하다
1597년 5월 11일, 오늘은 딸 단아가 죽은지 백일이 되는 날이다. 집사람이 무당을 불러다 놓고, 이웃집에 자리를 차리고는 징과 북을 치면서 굿을 하였다. 아마 딸의 원혼을 달래려고 하는 모양이지만, 한갓 미신인 것을 어찌하겠는가. 오희문은 그것이 허사인줄을 알면서도 애통한 마음과 부인의 마음을 헤아려 그대로 허락하고 말았다. 어쩌면 저 굿은 딸아이가 아니라 집사람을 위한 것이리라.
무당이 한창 북과 징을 울려대며 푸닥거리를 하니, 옆에서 집 사람 역시 무당의 말을 듣고는 눈물을 줄줄 흘리며 통곡하였다. 그것을 바라보는 오희문 역시 애통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 미신인줄이야 알지만, 무당이 딸아이의 목소리를 흉내내는 대목에서는 콧등이 시큰거려 도저히 듣고 있을 수가 없었다.
오희문 딸의 백일 기일이란 이야기를 듣고는 이 고을의 품관과 교생 등 15명 남짓 사람들이 술자리를 베풀고는 오희문과 아들 윤겸을 초청하여 위로의 자리를 가졌다. 비록 오희문은 얼마 전에 난 입병 때문에 술을 마실수가 없었으나, 그들의 호의는 무척 감사하였다. 이곳은 사람들의 품성도 순박한데, 음식도 사람들을 닮아서 모두 담백한 맛이었다. 이런 순박한 맛이야말로 선현들이 말한 후하고 아름다운 풍속이 아니었겠는가. 위로해 준 사람들은 모두 술에 취하여 저마다 시끄럽게 떠들고, 노래도 하고, 춤을 추기도 하였다. 맨 정신의 오희문은 자리에 앉아 살아있던 시절 딸의 얼굴을 떠올려 보았다.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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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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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이야기
출전 :
쇄미록(𤨏尾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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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오희문(吳希文)
주제 : ( 미분류 )
시기 : 1597-05-11 ~
동일시기이야기소재
장소 : 강원도 평강군
일기분류 : 전쟁일기
인물 : 오희문, 오윤겸
참고자료링크 :
조선왕조실록
한국역대인물 종합정보 오윤겸
한국역대인물 종합정보 오희문
◆ 조선시대 무속
조선시대에는 무속신에게 제사지내는 행위를 음사(淫祀)로 규정하여 금지하고 무당을 도성 밖으로 내쫓는 등 엄격히 규제하려 했던 정황이 확인된다. 물론 세조의 경우 음사에 대해 너그러운 입장이어서 세간에 여전히 성황(城隍)이 있고 제사를 지내는 신당(神堂)이 있으며 무녀로 하여금 병을 고치게 하는 풍습이 있음을 인정하였다. 또한 부녀가 음사에 참여하면 실절(失節)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부녀로서 본래 지조를 지키는 자라면 비록 무당의 집에 가더라도 실절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이고 일반적으로 음사는 엄금되어야 할 것으로 강조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에게는 여전히 중요한 믿음체계로 작동하고 있었다. 남성이 여성을 대상으로 지은 묘비문류에서 미신을 믿지 않고 무당을 멀리하는 현숙하고 모범적인 부녀의 모습을 강조 한 것이나 이덕무(李德懋)가 『사소절(士小節)』에서 병이 났을 때 무당을 불러 푸닥거리하는 것을 엄격히 금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을 역으로 생각해 보면 그만큼 실생활에서 무당이 여성들과 친숙했던 정황을 방증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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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2-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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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3-01-06
전라북도 장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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