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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자를 둘러싼 소송
1755년 3월 6일. 요즘 고을에 사는 이평중이 소송에 휘말렸다. 부인사에 기거하는 스님 한 명이 인근에 암자 한 채를 세울 계획이었는데, 이평중이 그 산에 부친의 묘소가 있으므로 암자 건립은 안 된다고 반대한 것이다. 처음엔 사소한 시비 같았는데, 갈등이 전혀 해결되지 않아 결국 소송까지 가게 되었는데, 아무래도 이평중에게 불리한 모양이었다.
오늘은 아침 일찍 둔곡 마을에서 편지가 왔다. 암자를 둘러싼 소송을 직접 조사하기 위해서 고을 수령이 오늘 직접 산에 가서 현장을 조사한다고 한다. 최흥원은 오늘 머무는 곳 근처에 새로 정자를 짓는 일을 감독하고 있었는데, 관아의 행차가 실제로 정자가 있는 산을 지나갔다. 결국, 실제 산을 조사한 수령은 부인사 스님의 손을 들어주었다고 한다. 이평중이 자신의 주장을 조리 있게 말하지 못하였으니 한탄스러운 일이었다.
조사를 마친 수령이 돌아가는 길에 다시 정자 짓는 곳을 지나가며 최흥원을 찾았다. 정자 주변의 계곡을 오르내리면서 신기한 경치를 함께 감상하였는데, 수령이 정자 주변의 풍경을 매우 칭찬하였다. 수령이 돌아간 후, 뒤늦게 수령의 조사 사실을 알고 이평중이 최흥원을 찾아왔다. 조금만 일찍 도착했더라면 수령에게 한 번 더 이야기해볼 수 있었을 텐데……. 최흥원은 이평중의 처지가 딱하여 위로의 말을 건넸다.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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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전 :
역중일기(曆中日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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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최흥원(崔興遠)
주제 : ( 미분류 )
시기 : 1755-03-06 ~
동일시기이야기소재
장소 : 대구광역시
일기분류 : 생활일기
인물 : 최흥원, 이평중
참고자료링크 :
조선왕조실록
한국역대인물 종합정보 최흥원
◆ 산의 소유권
조선시대에는 산의 배타적 소유권을 거의 인정하지 않았다. 소유권은 대부분 경작지의 매매를 통해 형성되었으며 산의 매매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산은 주인이 없는 무주공산으로서 모든 백성들이 공유한다는 산림천택의 이념 아래에서 산의 관리가 운영되었다.
그러나 조선 후기에 이르면 산에 묘소가 점차 늘어나고 길지에 묘지를 선정하고자 하는 경향들이 나타나면서 산과 관련된 소송이 점차 늘어났다. 이를 산송이라고 불렀다. 산송의 내용은 대개 묘소를 중심으로 주변 반경에 대한 배타적 소유권을 확인 받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래서 이러한 경향이 심할 경우에는 문중의 묘소를 중심으로 일정지역의 산을 문중의 소유지역으로 장악하고자 하는 경향 또한 나타났다.
◆
원문 이미지
◆ 원문 번역
3월 5일 맑음. 느지막이 일어나 나가서 정자 짓는 일을 살펴보았다. 토질이 좋지 않아서 흙손질이 매우 정교하지 않았으니 흠이었다. 그러나 개울의 폭포와 바위의 꽃은 정말 즐길만하였다. 입부도 함께 와서 감상하다가 먼저 돌아갔다. 부인사夫仁寺 중이 암자 한 채를 세우려고 하였는데, 이평중이 그의 선영 때문에 암자 건립을 금지하는 소송을 하여 일이 퍽 긴박하게 되었으나 결국은 소송에 졌다고 한다. 3월 6일 맑음. 아침 일찍 둔곡 사람의 편지를 받았다. 고을 수령이 오늘 직접 와서 조사를 한다고 하였는데, 얼마 있지 않아서 과연 관아의 행차가 정자가 있는 산에 들렀다. 소송 판결은 결국 이평중이 그의 사리를 밝혀 펴지 못하였으니, 한탄스럽다. 관아의 행차가 돌아가는 길에 방문을 하였기에 곧 나가 맞이하였다. 고연鼓淵을 오르내리면서 신기한 경치를 칭찬하며 감상하고 정자에 돌아와 앉아서 한참동안 담소를 하다가 자리를 마쳤다. 이평중이 이어서 왔기에 위로해주고 바로 작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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