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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간에 돌림병을 피할 곳이 없게 되다
1756년 4월 2일. 최흥원이 머무는 곳에 새벽부터 비가 내렸다. 함께 머무는 사촌 통숙이 병이 들었는데, 증후가 틀림없는 돌림병이었다. 최흥원은 사촌 아우의 목숨이 위태로워지면 어쩌나 가슴이 조마조마하였다. 한편으로는 최흥원 자신은 다시 거처를 옮겨야 하나 고민하였으나 도저히 다른 곳으로 옮길 만한 곳이 떠오르지 않았다.
어머니의 환후는 그나마 심해지지 않으셨다고 한다. 그러나 어머니가 계시는 집의 처소도 불안하였는데, 그 집의 주인이 돌림병을 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돌림병을 피해서 어머니는 다른 집에, 최흥원도 임시 처소에 나와 있는데 병을 피해간 곳마다 환자가 하나씩 누워 있는 셈이니 과연 병을 피하는 의미가 있는지 알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이런 생각에 오후 늦은 시간에 중심 마을로 길을 나섰는데, 길에서 무태 할아버지를 만났다. 그런데 할아버지 이야기로, 오늘 아침 서숙모께서 갑자기 작고하셨다는 것이다. 아! 이 무슨 재앙이길래 돌림병이 이 지경까지 극성이란 말인가! 이야기를 듣고 낙담하여 다시 처소로 돌아가니 사촌 통숙은 숨결이 막혀 곧 죽을듯한 형상이었다. 천지사방이 돌림병으로 고생하고 있는 상황이 너무나 황망스러워, 최흥원은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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