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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이 얼굴을 스치고 가다
1763년 6월 1일. 아침이 되자 최흥원은 깜짝 놀랐다. 어젯밤에 방에 도둑이 들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어제 도둑이 들었던 그 시각, 최흥원은 생전 처음 느끼는 아찔한 경험을 하고 있었다.
어제 최흥원은 아픈 아들 주진의 거처를 계정으로 옮겼다. 그리곤 셋째 아우를 만나보고는 다시 계정으로 돌아와 아픈 아이를 돌보았다. 설사가 그치지 않은 아들 주진은 피골이 상접하여 흡사 해골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아픈 아들의 모습을 계속 지켜보고 있는 것도 몹시 괴로운 일이었다. 그는 집으로 돌아오면서 괴롭고 아픈 마음을 스스로 달래느라 무척 애를 먹었다.
그렇게 고단하고 괴로운 하루를 보내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밤 삼경쯤 되었을 때 무언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눈을 번쩍 떴다. 바로 그 순간, 엄청나게 큰 뱀 한 마리가 얼굴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 아닌가. 소스라치게 놀라 소리를 지르며 일어났다. 그리곤 불을 찾아 밝히고 가까스로 뱀을 때려 잡았다. 태어난 이래 그렇게 황당한 일을 겪은 것은 처음이었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겨우 다시 잠자리에 들었는데, 오늘 일어나 보니 뱀이 얼굴 옆을 스치던 그 시간, 최흥원의 방에 도둑이 들었던 것이다.
최흥원은 이를 알고 한참 생각에 잠겼다. 어쩌면 최흥원 얼굴을 스친 뱀은 누군가가 일부러 풀어 놓은 것일 수도 있었다. 이렇게 생각하니 등골이 오싹해지며 식은땀이 났다. 최흥원은 그럴 만한 사람이 누가 있을까 헤아려보다가, 결국 그만두기로 하였다. 그냥 한 번의 놀랄 만한 일로 여기고 지나가자. 최흥원은 이렇게 마음을 다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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