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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에게 물려 죽은 종삼이
1763년 7월 11일. 맑고 간혹 구름이 끼는 더운 날이었다. 아들 주진이의 묫자리를 보기 위하여 오늘은 지관을 데려올 계획이었다. 지관을 부르러 가는 길에 타고 갈 요량으로 미리 말을 빌려 두었는데, 이 말을 잠시 보리를 옮기는 데 쓰다가 갑자기 넘어져 버렸다. 일어나긴 했지만 다리를 절뚝거리니, 아마 이 말로 지관을 데려오는 것은 어려울 듯하다. 아들을 잃은 슬픔에 빠진 최흥원은 이런 소소한 일에도 한없이 짜증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또 한 가지 최흥원의 마음을 슬프게 하는 일이 발생하였다. 집안의 종들 중 종삼이란 녀석이 있었는데, 엊그제 뱀에게 물렸었다. 그런데 뱀독에 중독이 되어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러 살아날 가망이 없어지고 말았다. 이 종삼이란 녀석은 죽은 아들 주진이를 잘 따르던 녀석이었기에, 최흥원은 더더욱 슬픈 마음이 들었다.
아! 집주인이 덕이 없어 자꾸 이런 집안의 우환이 생기는 것일까. 최흥원 본인에게 무언가 액운이 끼어 있는 것은 아닐까. 자꾸만 집에서 가족과 종들이 죽어가는 일이 발생하자 최흥원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들마저 데려가더니 이제는 아들이 가장 아끼던 종놈마저 데려가려 하다니. 최흥원은 하늘을 향해 원망마저 들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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