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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가뭄 때문에 이앙에 실패하다
전국적인 가뭄으로 백성들의 마음도 논바닥처럼 갈라지고 있다. 경상도만 해도 우도나 좌도를 막론하고 위아래 지방의 상황이 다 비슷해서 더 낫고 말고가 없다. 모판의 절반 이상이 말라서 선산부터 밀양까지 모든 농사꾼이 홈통으로 물을 끌어오느라 혈안이 되어 있었다. 보리가 흉년인 것도 곳곳마다 다 똑같으니 백성들의 삶이 더욱 애처롭고 불쌍하다. 흉년은 올해만의 일이 아니었다. 3년째 흉년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낙동강도 말라붙어서 강창에 나룻배가 왕래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배를 강폭이 좁은 곳에 가로질러 댄 배다리를 만들어 행인들이 왕래하고 있는데, 그렇게 한 지가 벌써 3개월째이니 가뭄의 극심함을 알만하다. 낙동강이 이처럼 마른 것은 임오년(1762) 이후 처음 겪는 일이다.
노상추의 집 논도 물 대는 일 때문에 걱정이 많다. 잠시 온 비로 잠시 논에 물이 차서 일단 이앙을 시작하였으나 워낙 땅이 바싹 말라 있었기에 물이 금세 바닥에 스며들어서 다섯 되지기 논의 이앙을 채 마치지 못하였다. 다른 집들도 다 마찬가지였다. 설령 이앙을 마쳤다 해도 틀림없이 금세 물이 말라 없어질 것이니 딱한 일이다.
어찌하여 이런 하늘의 재앙이 내렸는가. 노상추가 돌이켜 생각해보니 사람이 만든 재앙인 듯싶었다. 관찰사와 수령에서부터 위로는 의금부, 한성부, 형조에 이르기까지 각 관사에서 옥사를 처리할 때 다 사사로운 사정을 따르기 때문에 억울한 송사가 해결되지 않은 채로 여러 해 쌓여 있다. 이것이 바로 재앙이 이루어지는 핵심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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