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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자 소개

글 그림 | 서은경
서은경
만화가. 1999년 서울문화사 만화잡지공모에 당선되며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그간 지은 책으로 『마음으로 느끼는 조선의 명화』, 『소원을 담은 그림, 민화』, 『만화 천로역정』, 『만화 손양원』 등이 있으며, 『그래서 이런 명화가 생겼대요』, 『초등학생을 위한 핵심정리 한국사』 등에 삽화를 그렸다.
● 제5회 스토리테마파크 창작 콘텐츠 공모전 담임멘토
● 제6회 스토리테마파크 창작 콘텐츠 공모전 전문심사위원
● 제7회 전통 기록문화 활용 대학생 콘텐츠 공모전 면접심사위원
“괴이한 일들이 도처에서 발생하다”

머리가 세 개 달린 개구리와 꼬리가 세 개달린 뱀이 싸우는 모습 박한광 외, 저상일월, 1921년

1921년, 박면진은 올해에만 세 가지 이상한 일을 들었다. 얼마 전 전주에서는 두 마리의 용마가 나왔다. 신문에도 보도되었는데, 신문에서는 이들을 홍옥마라고 하였다. 이들은 바람과 구름이 거세게 일어나더니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고 한다. 괴이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얼마 전에는 박면진이 사는 예천 고을의 수려비 앞에서 머리가 세 개나 달린 개구리와 꼬리가 세 개가 달린 뱀이 서로 싸워 결국은 머리가 세 개 달린 개구리가 뱀을 잡아먹은 사건이 있었다. 머리가 셋 달린 것이 두 개나 나온 것도 신기하지만, 개구리가 뱀을 잡아먹었다 하니 이 또한 괴이한 일이었다.

또 들리는 소리에 의하면 은현 마을의 들메나무 밑에 있는 논에서는 두꺼비 같기도 하고 개구리 같기도 한 것들이 몇 천, 몇 만 마리인지도 알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몰려 있다고 한다. 이놈들이 서로 껴안은 듯이 거의 3두락 정도의 논을 꽉 메우고 있다가 10여 일 후에나 사라졌는데, 개구리 알 같은 것을 토해 놓고 떠났다 한다.

나라가 망한 지 10년이 넘어가는데, 또 이런 기분 나쁜 징조들이 나타나니 박면진은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나라가 망한 것보다 더 큰일이 무엇이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어쩌면 이런 징조들이 일본인들의 나라가 망할 징조는 아닐까? 박면진은 슬며시 이런 기대도 해 보았다.

“뱀에게 물려 죽은 종삼이”

뱀에 물린 노비 최흥원, 역중일기, 1763-07-11~

1763년 7월 11일. 맑고 간혹 구름이 끼는 더운 날이었다. 아들 주진이의 묫자리를 보기 위하여 오늘은 지관을 데려올 계획이었다. 지관을 부르러 가는 길에 타고 갈 요량으로 미리 말을 빌려 두었는데, 이 말을 잠시 보리를 옮기는 데 쓰다가 갑자기 넘어져 버렸다. 일어나긴 했지만 다리를 절뚝거리니, 아마 이 말로 지관을 데려오는 것은 어려울 듯하다. 아들을 잃은 슬픔에 빠진 최흥원은 이런 소소한 일에도 한없이 짜증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또 한 가지 최흥원의 마음을 슬프게 하는 일이 발생하였다. 집안의 종들 중 종삼이란 녀석이 있었는데, 엊그제 뱀에게 물렸었다. 그런데 뱀독에 중독이 되어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러 살아날 가망이 없어지고 말았다. 이 종삼이란 녀석은 죽은 아들 주진이를 잘 따르던 녀석이었기에, 최흥원은 더더욱 슬픈 마음이 들었다.

아! 집주인이 덕이 없어 자꾸 이런 집안의 우환이 생기는 것일까. 최흥원 본인에게 무언가 액운이 끼어 있는 것은 아닐까. 자꾸만 집에서 가족과 종들이 죽어가는 일이 발생하자 최흥원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들마저 데려가더니 이제는 아들이 가장 아끼던 종놈마저 데려가려 하다니. 최흥원은 하늘을 향해 원망마저 들기 시작하였다.

“뱀이 얼굴을 스치고 가다”

방에 들어온 뱀에 놀라 잠에서 깨어난 양반 최흥원, 역중일기, 1763-06-01~

1763년 6월 1일. 아침이 되자 최흥원은 깜짝 놀랐다. 어젯밤에 방에 도둑이 들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어제 도둑이 들었던 그 시각, 최흥원은 생전 처음 느끼는 아찔한 경험을 하고 있었다.

어제 최흥원은 아픈 아들 주진의 거처를 계정으로 옮겼다. 그리곤 셋째 아우를 만나보고는 다시 계정으로 돌아와 아픈 아이를 돌보았다. 설사가 그치지 않은 아들 주진은 피골이 상접하여 흡사 해골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아픈 아들의 모습을 계속 지켜보고 있는 것도 몹시 괴로운 일이었다. 그는 집으로 돌아오면서 괴롭고 아픈 마음을 스스로 달래느라 무척 애를 먹었다.

그렇게 고단하고 괴로운 하루를 보내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밤 삼경쯤 되었을 때 무언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눈을 번쩍 떴다. 바로 그 순간, 엄청나게 큰 뱀 한 마리가 얼굴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 아닌가. 소스라치게 놀라 소리를 지르며 일어났다. 그리곤 불을 찾아 밝히고 가까스로 뱀을 때려 잡았다. 태어난 이래 그렇게 황당한 일을 겪은 것은 처음이었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겨우 다시 잠자리에 들었는데, 오늘 일어나 보니 뱀이 얼굴 옆을 스치던 그 시간, 최흥원의 방에 도둑이 들었던 것이다.

최흥원은 이를 알고 한참 생각에 잠겼다. 어쩌면 최흥원 얼굴을 스친 뱀은 누군가가 일부러 풀어 놓은 것일 수도 있었다. 이렇게 생각하니 등골이 오싹해지며 식은땀이 났다. 최흥원은 그럴 만한 사람이 누가 있을까 헤아려보다가, 결국 그만두기로 하였다. 그냥 한 번의 놀랄 만한 일로 여기고 지나가자. 최흥원은 이렇게 마음을 다잡았다.

“몇 자 되는 뱀을 때려죽이다”

종을 시켜 뱀을 잡는 모습 오희문, 쇄미록, 1596-06-16~

1596년 6월 16일, 오늘은 종일 음산하게 비가 내렸다. 말더듬이 계집종과 개금이, 그리고 품삭일꾼 두 명으로 하여금 어제 끝내지 못한 김매기를 시켰는데, 역시 오늘도 끝내지 못하였다. 밤에 창 앞에 누워 있는데, 처마 끝에서 잠자던 새들이 놀라 지저귀는 소리가 시끄러웠다. 이상한 생각에 올려다보니 뱀이 새집을 찾으며 처마에 걸려 있었다. 깜짝 놀란 오희문은 종 덕노를 시켜서 갈고리로 뱀을 걸어 내려서 때려죽였다.

뱀이 오희문 집에 나타난 것은 오늘이 처음이 아니었다. 지난 10일경 그날도 비가 내리는 날이었는데, 처마에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 창문을 올려다보니 처마 끝에 뱀이 걸려 있었다. 그 뱀은 길이가 무려 몇 자나 되고 검붉은 반점 무늬가 있는 것으로 보아 독사가 분명하였다. 새집을 찾아서 새끼를 잡아먹기 위해서 지붕에 올라갔던 것이다. 만일 잡아 죽이지 않으면 필경 사람을 해칠 뻔했으므로, 뱀을 잡은 것을 다행스럽게 여겼던 터였다.

그런데 오늘 잡은 뱀을 보니 얼룩진 무늬가 먼젓번 죽였던 뱀과 똑같은 것이었다. 독이 있는 뱀이 이와 같이 자주 출몰하니 매우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며칠 사이에 이와 같은 큰 뱀을 두 마리나 잡아 죽였으니, 혹 집안에 이상한 변고가 생기는 것은 아닌지.... 오희문은 마음에 꺼림칙한 생각이 들어 고개를 가로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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