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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머리에서 금강을 노래하다 (2) - 술과 낚시, 그리고 시간 여행
1581년 5월 18일, 임천군에 도착한 후 밤부터 술을 마신 권문해는 그 다음날인 1581년 5월 19일에도 홍인범, 홍적과 함께 대취하였다. 권문해는 홍적과 함께 고란사(高蘭寺)에 가기로 약속하였는데, 그가 중간에 취하여 길바닥에 드러눕는 바람에 홍적이 그를 부축하느라 애를 먹었다.
저녁에는 마암진(馬岩津)에 도착하였는데, 석성수령, 부여수령, 정산수령이 먼저 도착하여 그의 일행을 맞아주었다. 밤이 되었는데도 물결을 거슬러 올라가 자온대(自溫臺) 아래에 정박하다가 밤 아홉시가 훌쩍 넘어 고란사에 도착하여 하루를 묵었다.
배 여행 3일째인 5월 20일, 권문해는 아침부터 홍적과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침 식사 후에 조룡대(釣龍臺)에 올라 수령들과 또 술잔을 돌려가며 마셨다. 어부를 시켜 그물로 물고기를 잡게 하였는데, 은빛 비늘의 하얀 물고기가 모래톱에서 뛰어오르는 것 또한 하나의 기이한 볼거리였다.
정오 즈음에는 낙화암(落花岩) 아래로 자리를 옮겨 배를 묶어두고 이은암(吏隱岩)에 올랐는데, 건물만 덩그러니 있고, 주인은 없어 창문이 닫혀있었다. 위태로운 돌 비탈길이 강에 맞닿아있어, 두려운 마음에 길을 오르기가 어려웠다. 권문해는 함께 간 벗 홍적과 절구를 주고받았다.

이은암기(吏隱菴記)는 누가 지었던가
조각배 타고 새 사군(使君)이 찾아오셨네
삼경(三更)에 하늘 개어 달빛이 떨어지니
백구(白鷗)와 더불어 대화를 나눌 만하네

깨끗한 암자 물가에 자리하였는데
그 이름은 옛날 사군(使君)이 붙인 것이라네
사군은 어디로 가셨는가
물고기와 새 또한 말이 없네
옛 땅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곳에
시인이 작은 배를 타고 찾아왔네
강산은 온통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인 듯하고
물고기와 새는 걱정을 모르네
오래된 낙화암의 꽃은 다 떨어지고
용은 사라졌는데 물은 그대로 흐르네
고란(高蘭)의 터는 여전히 남아
후인에게 부끄러웠던 역사를 말해주네

저녁에는 다시 자온대(自溫臺) 아래에 배를 정박시키고, 대 위로 올라갔다. 홍적은 술을 마시다가 너무 취하여 작은 배를 타고 임천으로 도망갔고, 권문해는 일행과 함께 부여에 들어가 하루를 묵었다.
여행의 마지막 날인 5월 21일에는 비가 내렸다. 아침상을 물린 후에 권문해는 소정방비(蘇定方碑)를 답사했다. 들판 가운데 석탑으로 만들어진 부도가 우뚝 서있었다. 하층 사방에 새겨진 비문은 세월이 오래되고 바람에 깎여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대략 소정방이 백제를 친 일에 대한 기록이었다. 오후에는 정산수령과 말을 달려 이인역(利仁驛)에 도착했는데, 판관이 나와 일행을 맞이하였다. 이곳에서 또 술자리를 하고는 공주에는 저녁 때 도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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