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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을 샀을 뿐인데… 군역 면제금을 대신 내라니! - 세금을 내지 않고 도망간 밭주인
1616년 8월 6일, 손흥문과 권중평이 김택룡의 집을 찾아왔다. 와서 말하길 반유실이 도망가서 그의 군역 면제금[번가(番價)]을 반유실의 밭을 경작하는 사람들에게 무명을 나누어 부과해 거두기로 정했다고 했다. 손흥문은 자신이 고소를 했기 때문에 내일까지 변론서를 올려야만[정변(呈辨)]한다고 했다. 택룡도 그들과 함께 변론서를 올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택룡도 얼마 전 반유실에게 밭을 샀기 때문이었다.
다음 날 아침 손흥문과 권전룡 두 사람이 또 찾아왔다. 택룡은 일단 관(官)에서 정해준 무명 2필을 납부해 반유실의 번가를 맞추어 주기로 했다. 그러나 택룡은 의문이 들었다. 반유실은 이미 나이가 들어 군역에서 면제된 자[노제(老除)]였기 때문이다. 이리저리 사정을 들어보니, 무슨 이유에서였는지는 몰라도 청송부(靑松府) - 당시 이영도(李詠道)가 府使로 재직 중이었다 - 에 거주하는 윤학년이란 사람 대신 군역에 징발되어 현역복무를 대신하는 베[군포(軍布)]를 여러 번 납부하고 있었다 한다. 그런데 이 반유실이 도망을 간 것이다. 그래서 관(官)에서는 반유실에게 추징할 군역 면제금[번가(番價)]을 다시 독촉하기 위해 단자(單子)를 써서 반유실이 소유했던 밭 앞으로 보낸 것이었다. 이러한 상황에 택룡은 묘하게 끼여 있었다. 얼마 전 택룡이 반유실에게 밭을 살 때, 반유실은 밭을 파는 사정에 대해 ‘내 일족 반숙의 군역 면제금을 대신 납부해 줘야 된다’고 했었다. 결국 택룡은 반유실에게 속아서 밭을 샀던 것이며, 이제 반유실이 도망가 내지 않은 군역 면제금을 뒤집어쓰게 되었다. 권전룡과 손흥문도 이렇게 반유실에게 밭을 사서 그의 군역 면제금을 뒤집어 쓴 것이었고, 이것이 억울해서 소장을 올리고 변론서를 써서 관청의 판결을 바꾸려 한 것이었다. 이 날 두 사람은 단자(單子)를 써서 반유실이 내지 않은 군역 면제금은 윤학년이 책임져야 한다고 그 이유를 진술해서 가지고 갔지만, 별 이득 없이 돌아왔다.
엿새 뒤 13일에 택룡의 마을 책임 관리[이정(里正)]가 택룡의 집에 와서 반유실의 군역 면제금[가포(價布)]과 송이버섯을 독촉하였다. 택룡은 납부를 약속하는 답장을 관에다 보냈다. 결국 18일이 되어서 택룡은 가포(價布) 1필을 관에 바치도록 하인들에게 명령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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