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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시험에 낙방한 자의 아버지, 청탁으로 부정합격한 자들을 보며 가슴을 치다
1617년 7월 24일, 김택룡은 비안으로 과거시험을 보러 갔던 아들 숙이가 어제 자신의 집에 당도했다는 소식을 들었었다. 얼마 지나자, 숙이 택룡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그가 택룡에게 말하길, “아버님, 과거장에서 이렇다 할 별일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아직 합격자 발표는 나지 않은 것 같습니다.”라고 하였다.
다음 날 25일, 손흥선 · 심학해 · 심용해 · 생질 정득 · 심이달 등 동네 사람들이 숙을 찾아와서 만났다. 택룡은 과거 시험장에서 숙이 작성한 초장, 중장, 종장의 답안지 초고들을 살펴보았다.
7월 26일 드디어 과거 합격자가 발표되었다. 택룡의 아들 숙은 낙방하였다. 고을에서는 김주우(金柱宇)와 김주국(金柱國)만이 합격하였다. 택룡은 아무리 생각해도 결과가 석연찮았다. 그 두 사람이 합격한 것은 사사로운 정 때문일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김주우 · 김주국 모두 시관(試官)에게 부탁하여 합격했다는 것이었다. 택룡은 가슴을 치며 괴로워했다.
개요
배경이야기
원문정보
멀티미디어
관련이야기
출전 :
조성당일기(操省堂日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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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김택룡(金澤龍)
주제 : 공부와 시험, 낙방과 부정합격
시기 : 1617-07-24 ~ 1617-07-26
동일시기이야기소재
장소 : 경상북도 안동시
일기분류 : 생활일기
인물 : 김택룡, 김숙, 김주우, 김주국
참고자료링크 :
웹진 담談 44호
조선왕조실록
◆ 과거 시험 부정행위 유형
조선시대 과거시험에도 부정행위가 존재했다. 정부는 공정한 경쟁을 위해 제도적으로 많은 장치를 설치 운영하였지만, 사람 사는 세상이 다 그렇듯 결국 허술한 운영을 비집고 다양한 부정행위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조선시대에 있어 과거시험은 양반이 출세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었고, 또 정기시험만으로는 3년에 대략 30명 정도만 합격할 수 있었기에 경쟁이 매우 치열하였으므로 어떻게든 합격하려는 응시자들은 갖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려 했을 것이다.
과거시험의 부정행위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행해졌다. 그 중에서도 응시자와 시험관, 혹은 채점관 사이의 부정행위가 있을 수 있었는데, 이것을 ‘혁제공행(赫蹄公行)’라고 하였다. 예컨대, 출제자를 매수하여 미리 출제 문제를 안 후 예상 답안지를 미리 만들어 가는 것 또는 채점자를 매수하여 후한 점수를 받거나 합격자의 이름을 바꿔치기 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조선 후기에 들어서면서부터는 과거의 부정 행위가 더욱 심해져서 거의 통제가 불가능했다고 한다. 순조 18년(1818) 성균관 사성(司成) 이형하(李瀅夏)가 올린 상소에는 8가지의 부정행위가 기록되어 있는데 다음과 같다.
- 차술차작(借述借作) : 남의 글을 몰래 베껴 쓰는 것
- 수종협책(隋從挾冊) : 책을 시험장에 가지고 들어가는 것
- 입문유린(入門蹂躪) : 수험생이 아닌 사람이 시험장에 들어가는 것
- 정권분답(呈券紛遝) : 미리 써놓은 답안지로 바꿔치기 하는 것
- 외장서입(外場書入) : 시험장 밖에 있는 다른 사람이 써서 주는 것
- 혁제공행(赫蹄公行) : 시험문제를 미리 유출시키는 것
- 이졸환면출입(吏卒換面出入) : 감독관을 바꾸어 들여보내는 것
- 자축자의환농(字軸恣意幻弄) : 답안지를 가지고 농간을 부리는 것
여기에서 김택룡은 합격한 두 사람이 시험관과 짜고 부정행위를 저질렀을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아마도 당시 이러한 소문이 돌았기에 김택룡이 기록한 것으로 보이는데, 아들의 합격과도 관계가 있는 미묘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욱 분통이 터졌을 것이다.
◆
원문 이미지
◆ 원문 번역
1617년 7월 24일 맑음
숙이 돌아왔다. 과거장에 들어가 별일은 없었으며 아직 방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1617년 7월 25일 맑음
손흥선·심학해·심용해·생질 정득·심이달 등 동네 사람들이 와서 숙을 만났다. 과거 시험장에서 지은 삼장三場의 초고를 봤다.
1617년 7월 26일 맑음
과거 합격자 발표 소식을 들었다. 숙은 낙방하고 향중鄕中에서는 오직 김주우金柱宇·주국柱國이 합격했다. 이번 과거에서 사사로운 정이 아니면 합격할 리가 없다. 이 두 김이 모두 시관에게 부탁하여 합격했다고 한다. 몹시 가슴 아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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