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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의 시에서 청량산을 읽다
청량산은 예안(禮安)의 동북 지역에 우뚝 솟아 있는데, 퇴도(退陶) 이황(李滉) 노선생께서 왕래하며 그 가운데서 쉬었다. 이로부터 산 이름이 세상에 알려져 절 안과 문밖에 유람하는 사람들의 신발이 항상 가득하였으니 어찌 (퇴계 선생의) 고산경행(高山景行)을 사모함은 사람마다 똑같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아! 고금의 사람들이 산을 유람하는 것은 숨겨진 곳을 찾아 끝까지 탐색하고 빼어난 경치를 그윽이 감상하는 것을 상쾌하게 여기기 때문이지만, 누가 등산의 묘한 맛은 눈으로 이르지 못하는 곳에 있다는 것을 알겠는가?
생각건대, 우리 노선생께서는 산수의 즐거움으로 인하여 인지(仁智)의 취미를 드러내셨다.
그전에 (청량산)을 유람할 때 지은 시에 이르기를,

妙意祇難言(묘의기난언) 기묘한 뜻을 말하기 어려우나
佳處每獨領(가처매독령) 아름다운 곳은 매양 홀로 도맡았네.

라고 하셨다.
뒤에 유람할 때 지은 시에서 말하기를,

後來欲識先游意(후래욕식선유의) 행여 뒷사람이 먼저 온 뜻을 알면
妙處同歸豈二三(묘처동귀기이삼) 묘한 곳으로 함께 가리니 어찌 차이 있으리오.

라고 하셨다. 또 (다른 시에서) 말하기를,

工力盡時元自下(공력진시원자하) 공력이 다했을 때에는 절로 내려오고
淺深得處摠由渠(천심득처총유거) 얕고 깊음 터득한 것은 모두 이에 있다네.
坐看雲起因知妙(좌간운기인지묘) 앉아서 구름 피어나는 것 보고 묘함을 알고
行到源頭始覺初(행도원두시각초) 근원에 도달하여 비로소 처음을 깨닫네.

라고 하셨다. 초연히 홀로 터득하는 기묘함이 있어서 지금 백 년 뒤에 상상하고 탄식하니 으슴푸레 (퇴계 선생을) 모시고 유람하며 목소리를 듣는 것 같다. 아, 성대하도다.

일찍이 퇴계 선생께서 ‘도잠(陶潛)의 시에 차운함’에서 말하기를,

我思千載人(아사천재인) 내가 천 년 전의 사람을 생각하니
蘆峯建陽境(로봉건양경) 노봉(蘆峯)과 건양(建陽)의 그 경지를
藏修一庵晦(장수일암회) 은거하는 서재는 빛을 숨기지만
著書萬古醒(저서만고성) 글을 지어 만고를 깨우치네.

라고 하셨다.

이 산은 곧 퇴계 선생의 노봉산이라 하겠다. 그 시를 외우고 그 지역을 밟으면서도 감동하여 흥기하는 마음이 없다면 어찌 오늘 산을 유람하는 뜻이라 하겠는가?
드디어 글을 적어 스스로를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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