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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나팔을 불어 호랑이를 쫓으며, 천길 낭떠러지 위의 삐걱대는 다리를 건너며 산으로 간다
1727년 9월 16일 기사일에, 김도수 일행은 남여를 타고 불일암(佛日庵)에 올랐다. 승려가,
“산중에는 호랑이가 많습니다.”
라고 하고는 쌍각(雙角)을 불어 앞에서 인도하였다. 길이 험하여 돌비탈을 우러러 몇 리를 올라가니 조금 평평한 곳이 나왔다. 거친 밭 몇 묘가 있다. 또 몇 리를 가니 승려가,
“길이 끊어져 가마가 갈 수 없습니다.”
라고 고하여, 지팡이를 짚고 나아가니 앞에 절벽의 허리에 걸려 있는 허술한 잔교가 나왔다. 그 아래로는 천길 낭떠러지인데, 밟자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우러러 불일암을 바라보니 아득하여 구름 끝에 풍경을 매달아 놓은 듯하였다.
암자에 도착해보니, 방 가운데서 차가운 바람이 분다. 마치 귀신이 휘파람을 부는 것 같았다. 암자에서 10여 보 거리에 있는 대(臺)에는 ‘완폭대(翫瀑臺)’라고 새겨져 있다. 앞에는 향로봉(香爐峰)이 있는데 우뚝 솟은 바위가 파랗다.
길다란 폭포가 오른쪽 산등성이에서 곧바로 떨어지는데, 눈발이 흩날리듯 우박이 떨어지는 듯하며 우레가 울리고 번개가 치는 것 같다. 깊숙하고 어두워 만 길 깊이로 음침한 곳은 청학동(靑鶴洞)이라고 한다. 승려가,
“고운이 항상 이 골짜기에 머물러 청학을 타고 왕래하였기에, 바위틈에 옛날에 한 쌍의 청학이 있었습니다.”
라고 하였다. 암자에 앉아서 잠시 쉬었다. 준필이 동쪽 담으로부터 와서 똘배 다섯 개를 올렸는데, 맛이 시어 먹을 수가 없었다. 작은 병을 찾아서 거듭 몇 잔의 술을 마시고 다시 나와 바위 위에 앉으니 골짜기의 바람이 솟구쳐 일어 바위의 나무들이 모두 흔들린다.
구름 기운이 넘쳐 일렁거려 마치 거센 파도가 서로 부딪히는 것 같다. 돌아와 비탈길을 따라 내려오다가 한 무더기의 호랑이 똥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것을 보았다. 종자가 놀라 눈이 휘둥그래져서 다시 쌍각을 부니 골짜기에 소리가 진동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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