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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 목사를 만나 껄끄러운 이야기를 나누다
두류산과 가야산을 유람하기 위해 길을 떠나오기 전, 금난수는 스승인 퇴계 선생에게 하직인사를 하였다. 그 때, 퇴계 선생이 금난수에게 내려준 임무가 있었으니, 이 때 당시 성주의 영봉서원(迎鳳書院)을 시끌시끌하게 한 배향 사건에 대한 퇴계 선생의 의견을 전달하는 일이었다. 성주 이씨 문중에서 현조인 이조년(李兆年)과 이인복(李仁復)을 배향하고자 건립된 영봉서원에 새로 김굉필(金宏弼)을 입향하고자 하는 논의가 일어났는데, 문제는 이조년이 유상(遺像)에서 염주를 쥐고 있다는 점이었다.

비록 이조년이 고려대의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불교를 숭상하는 것은 이 당시 유생들에게 민감한 사안이었다. 유생들은 이단적 요소를 가진 이조년과 함께 저명한 유학자인 김굉필을 제향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아우성이었다. 성주 이씨 문중에서도 발끈하고 나섰다. 이 때 성주 목사였던 황준량은 매우 난감한 위치에 서게 되었다. 비록 그가 이황의 제자라고 할지라도 어느 한쪽 편을 들어서는 앞으로 성주를 관할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황준량은 이 사안에 대해 스승인 이황에게 조언을 구하였다.

금난수가 전달하고자 했던 이황의 전언은, 이조년과 김굉필을 함께 제향하되 그 사이를 가림막으로 막으라는 것이었다. 금난수는 성주에 도착한 이튿날인 11월 17일에 객사에서 황준량을 만났다. 황준량은 그 지역의 유생들과 강독과 제술을 하며 학문적 성취를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금난수는 이를 치하하면서 황준량의 기분을 조금 띄워준 뒤, 서원 제향 문제에 대한 스승의 말을 전하였다.

금난수가 전하는 말을 듣고 황준량은, “선생님의 말은 언제나 옳지만, 내 입장에서는 어느 한 편을 들기가 힘드니 곤란하다.” 라고 대답하였다. 황준량이 난감해하며 스승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자 금난수는 말을 더 이상 이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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