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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성에서 벗을 사귀다
두류산과 가야산을 유람하러 11월 12일에 길을 나섰던 금난수는 이미 겨울 추위에 꽁꽁 얼어붙은 가야산을 유람하지 못하고 성주를 떠나게 되었다. 하지만 바로 집에 돌아가지 않고 기왕 길을 나선 김에 여러 친지와 벗을 만나고 돌아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성주에서 고령(高靈)과 합천(陜川)을 지나 류씨 아재가 올해 현감에 제수된 삼가(三嘉)에 이르렀다. 류씨 아재에게 인사를 드리니 아재는 날이 늦었으니 묵어가라고 청하였다.

하루를 삼가에서 묵은 뒤, 이번에는 단계(丹溪)를 지나 외사촌 형 정복시(鄭復始)가 현감으로 있는 단성(丹城)에 당도하였다. 정복시는 금난수에게 여러 사람을 소개해 주었다. 우선 정무중(鄭茂仲)과 송중윤(宋仲胤)은 단성에 도착한 날 자리를 함께하였고, 다음날에는 손상중(孫翔仲)이 술을 가지고 금난수를 찾아왔다. 때마침 송중윤과 손형중(孫衡仲), 황경숙(黃慶叔)이 찾아와 자리는 차츰 더욱 시끌벅적해졌다. 금난수는 좋은 벗들을 사귀게 된 것을 기뻐하며 시를 지었다.

술과 풍류로 좋은 벗들 사귀었는데 杯酒風流結好朋
취하여 돌아온 썰렁한 여관 얼음장 같네 醉歸孤館冷如氷
나그네 서글픈 심사 누구에게 말하랴 客中愁緖憑誰說
단지 침상 머리의 등잔불만 짝한다 秖伴床頭一點燈

다음 날인 11월 26일에는 권경화(權景和)와 권정로(權廷老)도 술을 가지고 찾아왔다. 송중윤은 이날까지 함께 술을 마시고 금난수와 함께 자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12월이 되어도 연일 술자리가 이어졌다. 12월 6일에는 조식의 문인인 정구(鄭構)가 밤에 불러 정무중, 송중윤과 함께 찾아가니 도희령(都希齡)이 과거에 급제하여 금의환향하여 돌아온 것을 축하하며 한 잔 하는 자리였다.

12월 14일에는 금난수와 꼭 붙어 다니던 송중윤이 돌아가게 되어 손형중의 정자가 있는 강가에서 이별의 시로 석별의 정을 나누었다.

경개에 어찌 미리 몰랐음을 꺼려하겠는가 傾蓋何嫌識未曾
서로 만난 그날에 좋은 친구 되었네 相逢當日得良朋
자태는 빼어나고 아름다워 난초 가의 옥이요 儀容秀美蘭前玉
담소는 맑고 참되니 골짜기 아래 얼음이네 談笑淸眞壑下冰
객지에서 서로 만나 흔쾌히 마음 텄으나 客裏相從欣有得
강어귀에서 헤어지니 한스러움 풀 길 없네 江頭分送恨無憑
양관의 이별 한 곡조에 강변엔 석양 기울고 陽關一曲斜陽畔
헤어질 때 시 짓자니 떠듬떠듬 어눌하네 臨別題詩澁未能

금난수도 슬슬 벗들과 떠들썩하게 보내는 나날을 마쳐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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