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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사에 들어앉아 글벗과 시를 나누다
가야산 유람에 나섰으나 겨울 추위로 길이 얼어붙어 올라가지 못한 금난수는 한동안 단성에 머무르며 여러 벗들과 함께 술을 마시고 시를 지으며 즐겁게 지내는 것으로 마음의 위안을 삼았다. 그러던 중 과거에 합격하고 금의환향한 사람의 축하주를 얻어 마시게 되자 이렇게 계속 놀면서 지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여러 벗과 이별하고 율사(栗寺)에 올라갔다.

12월 16일, 아직도 겨울 기운이 물씬한 율사에 올라가니 권문현(權文顯)이 금난수를 반갑게 맞았다. 자신은 이미 여기서 지낸지 대엿새나 되었다고 했다. 그와 함께 글을 읽으며 지낸지 사흘째 되던 12월 19일에는 율사에서 먹을 양식이 거의 다 떨어져 종을 삼가로 보냈는데, 종이 양식과 함께 집에서 보낸 편지를 가지고 왔다. 편지에는 서울에 갔던 금난수의 조카인 김취려(金就礪)가 내려와 퇴계서당(退溪書堂)에서 지내고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한동안 그곳에서 지낼 것 같기에 금난수는 집으로 돌아가지는 않았다.
율사에 온지 이레가 되던 날, 문득 권문현이 금난수에게 함께 이곳에서 글 읽으며 지내게 되어 기쁘다고 하는 시를 지어 주었다. 율사에서 함께 지내는 마지막 날이었기 때문이었다.

홀로 외로이 바다 밖에서 부쳐 살았는데 孑孑孤栖海外蹤
그대 여기에 와 상종하니 기쁘다네 喜君來此得相從
연전에 관락을 좇지 못해 한탄스웠는데 年前恨不趨關洛
마음 튼 고담준론에 새벽종이 우네 肝膽崢嶸到曉鍾

권문현의 시에 금난수는 기쁘고도 새삼 부끄러운 기분을 실어 화답하였다.

나는 듯 흰 구름 자취 뒤 쫓아 飛鞚追躡白雲蹤
객지에서 서로 만나 즐겁게 상종하네 客裏相逢喜有從
주옥같은 시에 화답하자니 새삼 부끄러워 欲報瓊詞還愧拙
짧은 종채로 어찌 큰 종을 울리랴 寸莛其奈打洪鍾

이튿날, 금난수와 권문현은 말 머리를 나란히 하고 율사에서 단계(丹溪)로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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