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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정자에서 주인 행세를 하다
율사(栗寺)에서 권문현(權文顯)과 함께 이레 동안 함께 글을 읽다가 단계(丹溪)로 내려와 권경화(權景和)의 집에서 머무르던 금난수에게 손님이 찾아왔다. 권문현의 동생인 권문저(權文著)가 술병을 허리에 차고 온 것이다. 그는 류화중(柳和仲)의 정자가 아름다우니 구경을 가자고 여러 사람의 소매를 끌어대었다. 그래서 일단 금난수는 먼저 권문현과 함께 류화중의 정자인 죽정(竹亭)으로 향했다.

막상 죽정에 도착하니 주인인 류화중은 출타 중이었다. 주인이 없었지만 그들은 죽정의 푸른 대나무와 맑은 못을 구경하며 주인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이곳이 바로 별천지 아니겠냐며, 류화중이 자기 스스로를 무릉옹(武陵翁)이라 부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다고 서로 떠들어댔다. 손님이 죽정에 찾아왔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류화중은 바로 말을 달려 돌아왔다. 금난수는 권문현에게 짓궂은 제의를 하였다.

“우리가 주인이 없는 이곳에 먼저 도달해 있으니, 류화중이 돌아오거든 우리가 주인으로서 손님인 류화중을 맞아들이는 것이 옳지 않을까? 저기 있는 사람을 시켜서 돌다리를 지키라고 하고 류화중이 못 건너오게 막아봅시다. 그러고서는 통성명을 하게 해서 손님의 예를 갖추게 한 다음에 건너오게 하는 겁니다.” 금난수의 장난 제의에 모두 껄껄 웃어대었다.

곧 죽정에 가자고 제안했던 권문저와 권경화도 뒤이어 죽정에 도착하였다. 그들이 조금 늦게 온 이유는 가야금을 잘 타는 아이와 술을 가지고 오기 위해서였다. 금난수의 장난에 진땀을 뺀 류화중도 술을 내놓고 자리에 앉았다. 별천지와도 같은 경치, 향기로운 술, 듣기 좋은 음악, 그리고 좋은 벗까지 함께 하는 단계에서의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 금난수는 권문현과 함께 단성(丹城)을 향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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