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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호로 시 짓기
사흘 전, 단성에 있는 이원의 집에서 입춘을 맞이한 금난수는 그대로 단성에 머물며 벗들과 봄을 만끽하고 있었다. 1월 17일에도 밤이 될 때까지 밖에 있다가 머물고 있던 향교로 돌아가는데 마침 그 길목에 이원의 집이 있었다. 늦은 시간이라 금난수는 그냥 돌아갈까 생각하다가 어쩐지 그것도 도리가 아닌 듯하여 이원의 집 문을 두드렸다. 이원은 금난수를 반갑게 맞이하며 금난수의 스승인 이황의 호, 퇴계로 운을 띄워 시를 지었다.

오늘 회포를 풀어보니 모두 마음에 들고 此日開懷總可人
비단 대련 한 폭 퇴계 물가에서 왔구나 錦聯來自退溪濱
섣달 매화 눈 덮일 적 즐거운 모임 이루고 臘梅帶雪成佳會
향긋한 진액만 묻혀오니 아마 숨어 사는 이겠지 香液傳心想隱淪

금난수와 사흘 전에 매화 구경을 했던 그때의 즐거움을 상기하고, 자신처럼 은거하는 노인을 다시 찾아준 것에 대해 기쁘다는 이원의 시에 금난수도 퇴계의 운을 이용해 답하였다.

산남에 와서 노인 한 분 뵈니 來拜山南一老人
맑은 향기 마음에 스미는 푸른 강변 일세 淸香心事碧江濱
곧은 매화 참대 같은 삶 종신토록 기약하니 貞梅苦竹終身契
뉘 알리요 선생이 이곳에 숨어 삶을 誰識先生此隱淪

이원과 함께 즐긴 매화 향기가 아름다웠으며, 마치 눈 속에 피어 있던 매화가 이원의 절개와도 같다고 하자 이원은 한 수 더 읊어보라고 청하였다.

강성에서 참 마음을 기르는 이 맞닥뜨렸으니 江城逢着養眞人
때마침 향기 찾아 적막한 물가에 당도하였네 時到尋香寂寞濱
만약 선생과 함께 이곳에 머물러 산다면 若與先生同住着
사나운 물결 굽이칠 때 침몰함은 모면하리 滔滔欲浪免沈淪

그리하여 금난수는 이원과 함께 은거한다면 세상의 풍파를 잊고 살 수 있으리라고 하여 이원의 기분을 더욱 좋게 만들어 주었다. 때마침 찬 공기를 가르고 은은히 풍겨오는 매화 향기 덕분에 전날 스승인 이황의 앞에서 그저 은거하고 싶다고 아뢰었던 그때와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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