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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보다 그대와 함께 했더라면
진주에 방문한 금난수는 정무중과 함께 진주 향교에 교수로 있는 정탁을 만나러 갔다. 정탁이 마침 좋은 술이 있다며 술을 내 왔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보니 결국 다른 곳에 갈 수가 없어 그대로 향교에서 자게 되었다. 날이 밝자 금난수는 정탁을 깨워 촉석루에 가자고 채근하였다. 하지만 정탁은 전날 과음한 탓인지 몸이 불편하다고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결국 금난수는 홀로 촉석루로 향했는데, 남강의 푸르름을 즐기는 데 혼자서는 영 흥이 나질 않을 것 같아 진주 기생 너덧을 촉석루로 불렀다. 노래와 술, 어여쁜 기생들이 함께하니 해가 지는 줄도 모를 정도였다. 이에 향교에 머물러 있던 정탁은 어찌하여 돌아올 줄을 모르냐며 사람을 보내 불렀다. 금난수는 촉석루의 서쪽 방에서 자겠다고 심부름꾼에게 말을 전하게 했다. 잠시 후, 금난수가 정탁에게 보냈던 심부름꾼이 다시 돌아와 정탁의 시를 전하였다.

그대 항아 같은 기생과 짝을 지어 知君領得素娥雙
술 싣고 누각에 올라 푸른 강을 굽어보겠네 載酒登樓俯碧江
골골 앓는 사마장경은 소일거리 없어 多病長卿無一事
한낱 시와 글씨로 어둑한 창가에서 읊조릴 뿐이네 只將詩筆咏幽牕

술병이 나서 향교에서 글이나 읽으며 시간을 보낸 정탁이 질투의 시를 지어 보낸 것이었다. 이에 금난수는 정탁을 놀리듯 차운하여 시를 지어 보냈다. 정탁이 만일 같이 왔더라면 기생과 짝하여 노는 것보다 더 즐거워서 술에 만취하여 강이 거꾸로 흐르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란 내용이었다.

첫째 가는 누각에서 그대와 짝하였더라면 第一樓中鄭我雙
거나한 봄 술에 청강이 거꾸로 흘렀으리 滿盃春酒倒菁江
이 가운데 풍류 거리 있음을 알겠으니 箇中領得風流事
물빛과 산 빛이 푸른 창에 어른거리네 水色山光映碧牕

시를 받아볼 정탁의 얼굴을 생각하며 금난수는 술 취해 붉어진 만면에 미소를 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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