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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하는 과거시험문제
진사시(進士試)를 보러 시험장에 들어간 금난수는 자리를 잡고, 고개를 들어 시제를 보았다. 구경부(九經賦)와 윤덕천시(潤德泉詩)가 시제로 걸려 있었다. 구경(九經)은 『중용(中庸)』에서 말한 천하를 다스리는 아홉 가지의 중요한 방법이다. 그 내용으로는 몸을 올바르게 하는 것[修身], 어진 이를 높이는 것[尊賢], 친족을 친애하는 것[親親], 대신을 공경하는 것[敬大臣], 여러 신하들의 마음을 체찰하는 것[體群臣], 백성들을 자식처럼 사랑하는 것[子庶民], 백공들을 오게 하는 것[來百工], 먼 지방 사람들을 회유하는 것[柔遠人], 제후들을 품어주는 것[懷諸侯]이다. 또 윤덕천(潤德泉)은 주공(周公)의 사당 옆에 있는 샘인데, 태평성대에는 물이 솟고 난세에는 물이 마른다는 전설이 있다. 이 두 가지 시제는 곧 천하를 태평하게 다스리기 위한 방침을 적으라는 뜻이었다.

답변을 쓸 준비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시제가 바뀌었다. 사람의 도리는 정사에 민감하고 땅의 도리는 나무에 민감하다는 내용을 담은 『중용』의 한 구절인 인도민정부(人道敏政賦)가 출제된 것이었다. 답을 쓸 준비를 하기도 전에 또 시제가 바뀌어 인심유위부(人心惟危賦)라는 시제가 내걸렸다. 이는 『서경(書經)』 「대우모(大禹謨)」의 “사람의 마음은 오직 위태롭고, 도의 마음은 오직 은미하니, 오직 정밀하고 오직 한결같아야 진실로 그 중도(中道)를 잡을 것이다.[人心惟危, 道心惟微, 惟精惟一, 允執厥中.]” 라는 구절이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최종 시제가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시제가 바뀌어 도심유미부(道心惟微賦)와 이자승주시(二子乘舟詩)가 최종 시제로 결정되었는데, 이 중 이자승주시는 『시경(詩經)』의 「패풍(邶風) 이자승주장(二子乘舟章)」으로 위(衛)나라 선공(宣公)의 두 아들이 배로 타고 가다가 도적에게 죽은 것을 슬퍼하는 내용이었다. 혼란 끝에 바뀐 주제가 무엇이든, 태평성대를 이루고 민심을 안정시키기 위한 주제임은 모두 동일했기에 금난수는 차분히 글을 지어나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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