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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주망태가 절에 올라오다
금난수는 외사촌 동생 남치형과 함께 율사에 올라와 조용히 글을 읽고 있었다. 그런데 언제나 고요한 절간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무슨 일인가 하고 문을 열고 나가자 여기저기 부딪히면서 절에 올라온 듯한 몰골의 술 취한 사람이 널브러져 있는 것이 보였다. 바로 금난수와 남치형의 매제인 배삼익이었다. 단계현에 가서 술을 마시다가 결국 몸을 못 가눌 정도로 취해버려서 절에 실려 올라온 것이었다.
배삼익은 술에 깬 뒤에도 그대로 절에 눌러앉아 며칠을 보냈다. 그러면서 한가롭게 시를 지어서 단계현의 류씨 집에 보냈다.

남극성 별빛 받는 노인 있으니 南極星輝有老人
젊은 얼굴 흰 머리가 어찌 까닭이 없으랴 童顔鶴髮豈無因
기녀 집 노랫가락에 만사가 한가로워 靑樓歌管渾閑事
흐드러진 붉은 꽃 꿈에 들어 새롭네 滿樹紅花入夢新

곧 음주가무를 하고 사니 나이가 들어도 젊게 산다는 내용이었다. 금난수는 우습기도 하고 이 철없는 매제에게 한 소리를 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배삼익의 시에서 차운하여 시를 지어 그에게 보여주었다.

단계에 옛날 철인 있다하니 聞說丹溪古哲人
명승지로 이름난 까닭이 있었네 地名佳勝有攸因
평생의 부유와 장수는 비록 즐겁다 하나 生平富壽雖云樂
즐거운 때 날로 새롭도록 노력 하소 樂處要當勉自新

단계현이 명승지로 이름난 이유는 부유하게 오래 사는 사람이 많아서가 아니라 바로 어질고 지혜로운 사람이 많아서라고 하며, 놀지만 말고 날마다 새로이 노력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직 젊고 혈기 넘치는 배삼익이 과연 금난수의 뜻을 받아들였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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