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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러가고 싶어하는 매제를 놀리다
율사에 들어앉아 공부를 하고 있는 금난수는 요즘 영 집중이 잘 되질 않았다. 며칠 전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취해 실려온 외사촌 매제인 배삼익이 그대로 절에 눌러앉아 며칠 동안 내려가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배삼익은 공부도 하지 않고 장난스러운 시만 지어대고 있었다. 오늘은 배삼익이 꽃을 꺾어 손에 들고 있길래, 금난수는 이제 봄철도 다 지나 꽃구경 다닐 수도 없겠으니 손에 꽃을 쥐고 욕심을 내는 것이냐며 배삼익을 놀리는 시를 지었다.

먼 남쪽 지방에서 멀리 이별하니 萬里南州遠別離
봄 석 달 행락철은 벌써 시기가 지났네 三春行樂已過時
다정하게 움켜쥐니 꽃 탐하는 마음이겠으나 多情可挹貪花意
때때로 꺾이는 가지가 한탄스러울 뿐이네 只恨時時忍折枝

배삼익은 금난수의 놀림에 발끈하며 시로 화답하였다.

어찌하여 남쪽 지방에서 먼 이별하는가 何事南州遠別離
끼니때마다 어머니 뵙지 못한 지 오래네 萱堂久曠日三時
주위 사람 꽃 탐낸다고 말하지 마소 傍人莫道貪花者
가는 세월 아쉬워지는 꽃가지 꺾어본다오 爲惜光陰取晩枝

딱히 어디에 놀러 가고 싶어서 꽃을 꺾어든 것도 아니고, 어머니도 보지 못한 지가 오래라 괜히 지나가는 시간이 아쉬워서 꽃을 좀 꺾어본 것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이어지는 시로는 분명 고향에서는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며 곧 돌아갈 것이라 읊었다. 하지만 금난수는 산중의 절에서 집에도 못 가고 혼자 칙칙하게 꽃가지에 슬픈 감정을 이입하는 것이냐며 매제를 놀리는 것을 그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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