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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소리 그친 장악원 안의 선비들
그간 준비해 온 식년시 소과 회시를 닷새 앞둔 8월 4일,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금난수는 한성부 안에 있는 4개의 학당 중 하나인 서학(西學)에 가서 녹명(錄名)을 하였다. 이번에 금난수가 치게 된 식년시의 경우에는 시험 10일 이전에 녹명소에서 과거 응시자의 자격요건을 심사하여 응시원서를 받아주었다. 이때의 녹명은 단순히 자신의 인적사항과 신원보증서인 사조단자(四祖單子)와 보단자(保單子)를 제출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녹명은 또 하나의 시험이었다. 예문관, 성균관, 교서원, 승문원의 관리들 앞에서 먼저 조흘강(照訖講)이라고 하는 시험을 먼저 봐야 했던 것이다. 소과의 조흘강은 시험의 내용이 지정되어 있는 경전인 『소학』과 『가례』의 내용을 외는 방식으로, 응시자의 자격을 먼저 시험하기 위한 장치였다. 금난수가 무사히 조흘강을 통과하고 나자, 녹명관은 금난수에게 결격 사유가 없는지 확인하고 그의 이름을 녹명책에 기입하였다. 그리고 시험 장소는 제 2소인 장악원(掌樂院)으로 배정받았다.

시험날인 8월 11일, 장악원에서는 평소와는 달리 아무런 음악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장악원의 너른 뜰에 자리를 잡고 앉은 금난수와 여러 거자들에게 내려진 시제(詩題)는 두보의 시 「登岳陽樓」의 한 구절인 “늙고 병들어 외로운 배 한 척 뿐이다.[老病有孤舟]”였고, 부제(賦題)로는 「맹자」의 한 구절인 “선을 좋아하면 천하를 다스려도 넉넉하다.[好善優於天下]”가 출제되었다. 시와 부를 짓고 나온 이틀 뒤인 8월 13일에는 생원시를 치렀다. 이제 모든 시험은 끝났고, 결과를 기다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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