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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가볍고 소매 무거운 승려들
부친의 상을 당해 1년간 꼼짝 못하고 집에 머물고 있던 금난수에게 청량산의 승려 경희(慶熙)가 방문하였다. 그는 금난수가 유람을 가고 싶은데 가지 못한 적이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지, 자신이 이번에 다녀온 풍악산(楓岳山), 곧 금강산의 기이한 경치에 대해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금강산은 백두산과 더불어 손꼽히는 명산이었다. 그래서인지 금강산에는 다섯 가지 이름이 붙어 있었다. 첫째 금강(金剛), 둘째 개골(皆骨), 셋째 열반(涅槃), 넷째 풍악(楓嶽), 다섯째 기달(怾怛)이 그것이다. 일만 이천봉이 뼈처럼 서 있으며, 108곳의 절이 있고, 그 절들 중에서도 이름난 절이 많았다. 그 명성이 자자한 이름을 금난수가 들어본 적이 없을 리 없었다. 금난수는 승려의 이야기에 매혹되어 한참 동안 금강산의 경치에 대해 상상해 보았다.

경희가 왔다간 사흘 뒤에는 만월사(滿月寺)의 승려 희칙(熙則)이 금난수를 찾아왔다. 그는 경희만큼 기이한 이야기를 가져온 것은 아니었지만, 그의 소매 속에는 금난수를 기쁘게 할 만한 물건들이 들어 있었다. 박승간(朴承侃)박승임(朴承任) 형제의 시축을 가지고 온 것이었다. 두 형제는 퇴계 이황의 문인이었는데, 금난수와는 연배 차이가 꽤 나는 선배였다. 그들은 명산을 유람하고 유산기를 남기기도 했다. 그들의 시를 읽고 있자니 그간 상을 치른다고 놓고 있었던 풍류와 시권기가 다시금 물씬 차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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