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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친께서 돌아가시다
금난수(琴蘭秀)의 부친인 금헌은 1575년 올해 정월부터 심기가 고르지 못하였다. 식사도 점점 양이 줄고 가래와 천식이 아주 심하였는데, 이러한 증세가 오래도록 나아지지 않는 염려되는 상황이 계속되었다. 몇 달이 지났는데도 차도가 없이 오히려 병세가 악화되자 금난수는 마침내 결단을 내렸다. 부친이 평상시에 거처하던 곳에서 사랑방으로 거처를 옮기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예서에서는 임종이 가까워지면 천거정침(遷居正寢)이라고 하여 병이 깊어진 환자를 정침으로 옮기도록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금난수도 이를 따르고 싶었던 것이었다.

금난수는 임종에 대비해 부친의 처소를 안방으로 옮겼지만 한편으로는 당연히 부친이 쾌차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 바람이 무색하게 금헌은 5월 13일 미시(未時; 오후 1시~3시)에 세상을 떠났다. 오랜 병환 기간이 있었기에 부친이 조만간 먼 길을 떠나실 것을 예감했음에도 애통한 마음은 어찌할 수가 없었다. 금난수와 가족들은 그 애통함에 연거푸 곡(哭)하였다. 집안을 이끌어야 했던 금난수는 정신을 차리고 부친께서 다시 살아나시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초혼(招魂)을 진행하였다. 가친의 웃옷을 가지고 지붕에 올라간 자가 부친의 이름을 세 번 부르는 소리가 금난수의 귀에 들렸다. 금난수는 마지막 희망을 부여잡고 시신을 살폈으나 깨어나시지 못했다. 이제는 금난수도 부친이 돌아가셨음을 어쩔 수 없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금난수는 주상(主喪)이 되었고, 금난수의 처 횡성 조씨는 주부(主婦)가 되었다. 금난수는 집안사람들 중 주상인 자신을 도와 상사(喪事)의 일을 처리할 호상(護喪, 초상 치르는 데에 관한 온갖 일을 책임지고 맡아 보살피는 사람)과 사서(司書, 조문객의 출입 등을 기록하는 일을 하는 사람)·사화(司貨, 초상에 쓸 물건 또는 재물의 출납 등을 기록하는 일을 하는 사람)를 정한 다음 친척과 친구들에게 부고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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