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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적인 경천사 탑을 보다
금난수가 제봉참릉이 된 후 처음으로 맡은 일은 7월의 초하루 제사였다. 미리 도착한 참봉 성택로(成澤老)의 지도하에 제사 준비를 마치고 전사관, 헌관, 집사들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제사를 지낼 수 있었다. 성택로는 금난수를 능 위쪽으로 데리고 가서 앞으로 능참봉으로서 살피고 해야 할 일을 꼼꼼히 일러 주었다. 앞으로 몇 년간 능을 지켜야 하는 금난수로서는 이러한 실무지도를 해주는 성택로가 너무나 고마운 사람이었다.
다음날 성택로가 돌아가고 나자 금난수는 이제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서울에 있는 친구들에게 온 편지도 읽고, 개성 유수가 보내준 『화담집(花潭集)』을 보며 서경덕의 학문세계도 사뭇 새롭게 접할 수 있었다. 칠석 제사를 지낸 뒤에는 경천사(敬天寺)를 보러 갈 여유도 생겼다.
경천사는 개풍군 부소산에 있는 절이었는데, 절 안의 석탑이 명물이었다. 금난수가 고개를 뒤로 꺾어 층수를 열심히 세어 보니 14~15층은 되는 것 같았다. 탑의 윗부분은 구리로 만들어졌는데, 13개층이나 되어 번쩍번쩍 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원 간섭기에 만들어진 탑이어서 원나라 양식의 영향을 받아 독특한 풍모가 있었다. 층수가 높은 것도 높은 것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대리석을 사용한 것이거나, 亞자 모양의 단면에, 사이사이 정교한 조각가지 들어 있어 단연 돋보이는 탑이었다. 경천사 석탑의 이국적인 모습에 금난수는 우리나라에는 결코 다시없는 탑이라고 생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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